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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규제 더 세진다…유통·식음료 업계 '고민'

  • 2018.06.17(일) 16:47

정부, 플라스틱 폐기물 저감 등 관련 규제 강화
대형마트 '적극 대응'…식음료·주류업계 '난색'


국내 유통 및 식음료 업체들이 갑자기 친환경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최근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친환경' 정책 때문이다. 용기 및 봉지 등에 일회용품 사용이 많은 유통 및 식음료업계는 고민이 깊다. 당장은 일회용품 사용 저감 등으로 버텨보겠지만, 향후 정부의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좀 더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발단

정부가 갑작스럽게 '친환경' 드라이브를 걸게 된 원인은 지난 4월 있었던 재활용품 수거업체들의 페트병과 폐비닐 수거 거부사태 때문이다. 당시 생각보다 사태의 심각성이 크다고 판단한 정부는 한달 여만에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내놨다. 오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지금의 절반으로 줄이고 재활용률은 34%에서 70%로 끌어올리는 것이 주된 골자다.

또 지난 2008년 폐지된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도 10년만에 부활한다. 당시에는 생각보다 저조했던 일회용컵 회수율과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폐지된 바 있다. 더불어 실내 일회용 컵 사용 단속도 강화된다.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일회용 컵과 사용량을 35% 줄인다는 계획이다.

▲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이 뿐만이 아니다. 페트병의 색깔도 규제에 들어간다. 색소가 들어간 페트병은 재활용이 어렵기 때문에 생수와 음료수 페트병을 오는 2020년까지 무색으로 바꿔야 한다. 플라스틱 용기에 많이 쓰이는 폴리염화비닐(PVC)은 사용이 금지된다.

대형마트와 대형슈퍼마켓에서는 비닐봉지 사용이 금지된다. 대신 종이상자나 재사용 종량제봉투만 허용된다. 제과점이나 재래시장에서도 비닐봉지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이를 통해 정부는 일회용 컵과 마찬가지로 오는 2022년까지 비닐봉지 사용량을 현재의 35% 가량 감소시킨다는 계획을 내놨다.

◇ '즉각 대응' 나선 대형마트

정부의 이런 조치에 대해 대형마트는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 대형마트의 경우 흔히 사용하는 일회용품인 비닐봉투 등의 사용량을 줄이는 정도로도 충분히 정부의 정책에 부응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 4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하나로마트, 메가마트 등은 환경부와 '비닐·플라스틱 감축 자발적 협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이마트는 '벌크(Bulk)' 상태의 과일이나 채소, 흙, 수분을 함유한 상품들을 담는 비닐백인 비닐롤백의 사용량을 현재보다 50%까지 감축시킬 계획이다. 또 향후 롤백 설치 개소를 최소화하고 소형 롤백의 비중을 늘리기로 했다. 아울러 행사상품의 추가 비닐포장을 줄이고 재활용이 불가능한 코팅·유색 트레이(회접시 등)는 줄이기로 했다.


롯데마트는 최근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와 ‘일회용품 줄이기’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PB상품은 패키지 가이드 라인을 수립하는 등 기획, 개발 과정에서부터 환경과 재활용을 고려한 프로세스를 도입한다. 또 올해 가을학기부터 롯데마트 전 문화센터에서는 플라스틱, 비닐 등을 활용해 실내 인테리어 꾸미기, 장난감 만들기 등 일회용품을 활용할 수 있는 테마 강의를 진행키로 했다.

이밖에도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는 비닐백 사용을 줄이기 위해 '장바구니 대여 서비스'도 시행하고 있다. 일정 금액의 보증금을 내고 부직포로 된 장바구니를 빌린 뒤 다시 장바구니를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방식이다.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보증금은 500원, 홈플러스는 3000원이다. 홈플러스의 경우 장바구니를 빌린 후 기간, 점포에 상관없이 반납만 하면 보증금을 전액 환불해준다.

◇ 난감한 식음료·주류 업계

문제는 식음료 및 주류 업계다. 특히 페트병 색깔에 대한 정부의 가이드 라인에 대해 일부 업체들은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커피전문점의 경우 일회용 컵을 머그컵 등으로 교체하면 되지만 일부 음료 및 주류 업체들은 제품의 보관 특성이나 정체성 탓에 반드시 유색 페트병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롯데칠성음료의 '칠성사이다'나 주류 업체들의 '맥주'다.

칠성사이다의 경우 출시 이후 지금까지 줄곳 초록색 유리병 및 페트병을 사용해왔다. 칠성사이다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색이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에 따르기 위해서는 이를 변경해야 한다. 롯데칠성음료로서는 난감한 일이다. 현재 롯데칠성음료는 내부적으로 면밀히 검토 후 제품용기를 무색으로 바꿔도 품질에 영향이 없다면 패키지 변경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맥주의 경우 갈색병을 사용한다. 맥주병과 페트병이 갈색인 것은 맥주가 햇빛에 노출되면 일부 성분이 응고·산화해 맛이 변질돼서다. 따라서 업체들을 자외선 차단을 위해 맥주병과 페트병을 갈색으로 만들어왔다. 기능적인 이유다. 이에 대해 정부는 맥주의 경우 품질 유지를 위해 제한적으로 유색 페트병을 사용하되 분담금 차등화 등을 통해 점진적으로 다른 재질로 전환토록 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정부의 친환경 드라이브가 갖는 의의나 대의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한다"면서도 "하지만 이런 정책들을 내놓기 전에 업계와 사전에 충분히 협의를 하고 조정할 부분이 있는 지 먼저 살피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 아쉽다. 과거에도 정부가 무리하게 밀어붙이다가 결국 시행이 중단된 경우가 많았음을 상기해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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