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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이마트, '즉석밥'에 숟가락 얹는 이유

  • 2018.07.06(금) 09:39

8년 전 실패한 '냉동밥'으로 즉석밥 시장 재진출
"기술 확보보다 시장 진입 초점"…성패여부 주목

 
이마트가 '즉석밥'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국내 즉석밥 시장은 CJ제일제당의 '햇반'이 독보적입니다. 그 뒤를 오뚜기의 '오뚜기밥'이 쫓고 있는 형국입니다. 햇반의 경우 즉석밥의 대명사로 불릴만큼 인기입니다. 작년 한 해에만 3억 개가 팔렸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마트가 도전장을 내민 것은 햇반이나 오뚜기밥과 같은 '상온 즉석밥'이 아닙니다. 이마트는 '냉동밥'을 내놨습니다. 즉석밥이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 들어가는 것은 맞지만 상온 즉석밥과 냉동밥은 엄연히 제조 공정이나 보관 방법 등이 다릅니다.

그동안 냉동밥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주로 볶음밥과 같은 형태로 판매됐습니다. 이마트가 내놓은 것은 기존 냉동밥과는 형태가 다릅니다. 햇반처럼 '맨밥'을 냉동밥 형태로 선보였습니다. 아무래도 햇반을 겨냥한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어 반찬도 같이 곁들일 수 있는 형태의 냉동밥도 함께 내놨습니다.

사실 이마트가 냉동밥을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10년에도 야심 차게 냉동밥을 선보였습니다. 당시 이마트는 '뜸 잘 들인 가마솥에 밥 한 그릇'이라는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알코올을 냉매로 영하 60도로 급속 냉동하는 '알코올 침지(沈漬) 방식'을 사용한 제품이었습니다.

당시 이마트는 "출시 석 달 만에 월 매출 3000만원을 기록했다"면서 "냉동밥 시장점유율을 단기간 내 1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이마트의 예상과 달리 냉동밥은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고 결국 단종되고 말았습니다.

그렇다면 이마트는 왜 8년 전 실패한 아이템을 다시 들고 나왔을까요? 업계에서는 이마트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즉석밥 시장을 보고 숟가락을 얹으려는 것이 아니겠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즉석밥 시장은 CJ제일제당과 오뚜기가 석권하고 있으니 그들과는 다른 냉동밥을 선택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마트 관계자도 "상온 즉석밥 시장은 이미 기존 업체들의 시장 장악력이 높은 만큼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냉동밥 시장에 진출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마트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기존 업체들의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과연 잘 될 것인지 의문스럽다는 반응입니다. 경쟁업체들의 반응이니 당연합니다.

실제로 이마트가 제시한 자료를 보면 국내 즉석밥과 냉동밥 시장은 매년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2014년 210억원 규모에 불과했던 냉동밥 시장은 올해 1000억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즉석밥 시장의 경우 올해 4000억원대에 달할 것이라고 하네요.

▲ 자료 : 링크아즈텍, 닐슨코리아 (단위 : 억원).

이마트는 기존 냉동밥과 차별화된 제품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갓 지은 밥을 급속 냉동한 만큼 해동 시 식감과 수분 보존도가 높다는 점을 앞세우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마트 냉동밥은 가마솥에 지은 밥을 바로 용기에 소분, 포장한 후 영하 40~50도의 초저온에서 세포 파괴 없이 동결하는 시스템인 'CAS 냉동기'로 급속 냉동한다고 합니다.

더불어 100% 햇곡만 사용하고 도정한 지 7일 이내 경기도산 상(上)등급 이상 추청미만 사용해 최상의 밥맛을 구현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마트는 "1~2인 가구와 맞벌이 확산으로 과거와 달리 집에서 밥을 짓기가 번거로워졌다"며 "끼니마다 상온 즉석밥을 먹기는 부담스러워 밥을 다량으로 지어 냉동해 먹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살짝 의문이 듭니다. 냉동밥 그것도 맨밥이 경쟁력이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상온 즉석밥과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우선 냉동밥은 보관에 있어 상온 즉석밥보다 제약 사항이 많습니다. 반드시 냉동보관을 해야 합니다. 캠핑이나 야외로 나갈 때는 오히려 상온 즉석밥이 더 편리할 겁니다.

조리 방법도 상온 즉석밥과 마찬가지로 데워야 합니다. 상온 즉석밥과 차별점이 거의 없습니다. 이마트는 냉동을 한 만큼 데울 때 수분이 더 많고 밥맛이 좋다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업계의 의견은 다릅니다. 상온 즉석밥도 큰 차이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갓 지은 듯한 따뜻한 밥을 즐기기에는 오히려 상온 즉석밥이 더 낫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결국 기술 문제가 아니겠냐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CJ제일제당의 경우 1996년 햇반을 처음 출시한 이후 20년 넘게 상온 즉석밥 제조 기술과 노하우를 쌓아왔습니다. 무균포장기술과 햇반 전용 미곡처리장 건설, 저온 보관 기술 등이 단적인 예입니다. 이마트가 이런 기술을 단시간 내에 확보하기에는 무리였을 겁니다.


쌀도 햇반과 비교됩니다. 이마트 냉동밥의 경우 도정한 지 7일 이내의 쌀을 사용한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CJ제일제당은 당일 도정 쌀을 사용합니다. 오뚜기도 오뚜기밥을 만들기 위해 품질 좋은 벼를 저온 보관하고 바로 백미로 도정, 지하 150m 암반수를 사용해 밥을 짓습니다. 이 모든 것이 기술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마트의 경우 CJ제일제당 등이 보유한 즉석밥 기술을 확보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라며 "시장 규모는 커지는데 기술 확보엔 시간이 걸릴 것이고 결국 빨리 제품을 출시하려고 비교적 큰 기술이 필요치 않은 냉동밥을 선택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신세계는 최근 식품사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정용진 부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가정간편식(HMR)을 필두로 다양한 콘셉트의 제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번 냉동밥도 그 일부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다보니 기존의 식품업체들과 경쟁은 불가피합니다. HMR도, 이번 즉석밥도 CJ제일제당이 국내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제품군들입니다.

이마트의 이번 냉동밥 출시를 보면서 아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장이 성장한다고 해서 막연히 쉬운 방법으로 뛰어들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신세계만의, 이마트만의 기술을 확보해 좀 더 경쟁력 있는 제품을 내놓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입니다. 신세계는 충분히 그런 기술을 개발할 저력이 있을 텐데 말입니다.

 

이마트가 8년 전 실패의 전철을 밟을지 아니면 그때 경험을 바탕으로 냉동밥을 성공 아이템으로 만들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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