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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편의점주는 '두 번' 울었다

  • 2018.07.17(화) 11:09

'을과 을 싸움' 비난 여론에 물러선 편의점주
왜곡된 진의…편의점주 목소리도 들어야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편의점주들의 '집단' 반발은 결국 해프닝으로 끝나는 분위기다. 지난 14일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9% 인상한 8350원으로 의결한 뒤 편의점주들은 "단체행동을 일방적으로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편의점 본사의 수수료 인하와 근접 출점 중단, 카드 수수료 일부 면제 등 기존부터 주장해왔던 것들을 다시 요구하며 사실상 전선에서 후퇴했다. 휴업카드까지 거론한 이들이 내놓은 것 치고는 다소 맥이 빠지는 결론이다. 관련 기사 ☞ 편의점주들이 휴업 카드까지 내민 까닭은

편의점주들이 물러선 것은 비난 여론 때문이다. 편의점주들이 '비겁하게도' 을의 처지인 아르바이트생의 최저임금만 걸고넘어진다는 비판이 많았다. 본질적인 원인은 편의점 본사가 가져가는 높은 수수료(로얄티)나 건물 임대료 등임에도 이보다는 인건비만 아끼려 한다는 비판이 거셌다. 한 마디로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밥그릇만 챙기려 한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편의점주들을 향한 비판이 전혀 생뚱맞은 것만은 아니다. 저임금 근로자들의 소득 개선이 시급한데 편의점주들이 이를 반대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져서다. 편의점주들은 '갑(편의점 본사)'은 제쳐놓은 채 '을(아르바이트생)'만 걸고넘어지는 이들처럼 보였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가 성명서를 통해 "을과 을의 싸움을 절대 원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여론을 의식해서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있다. 무엇보다 편의점주들은 사실 아르바이트생들의 최저임금만 문제 삼은 적이 없다. 이들은 예전부터 정부와 편의점 본사에 로얄티 인하와 근접 출점 중단, 카드 수수료 인하 등을 요구해왔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귀 기울이는 이도 없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반발은 이런 연장선상에서 나왔다. 편의점주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어려운데 최저임금 마저 급격히 인상돼 더는 물러설 곳이 없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편의점주들의 '반대할 권리'가 비난 여론으로 사실상 묵살됐다는 점이다. 인터넷 등에선 편의점주들을 향해 '솔직해지자'며 '진짜 최저임금 때문에 힘드냐'는 글들이 줄을 이었다. 물론 편의점주들이 힘든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최저임금 문제도 그중 하나였다. 그럼에도 '거짓말하지 말라'는 식의 원색적인 비난이 확대됐다.


일각에서는 돈 못 버는 편의점 창업을 선택한 것은 본인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 모든 어려움은 결국 본인이 편의점을 선택한 만큼 편의점주들의 책임이라는 의미다. 상대방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말할 권리를 보장하는 관용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편의점주들이 지적하는 것은 단순히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아르바이트생에 대한 비용증가가 아니다. 편의점의 수익에는 본사에 지불하는 로열티 등 많은 변수가 있다. 정부의 최저임금을 인상 결정으로 곧바로 수익에 직격탄을 맞는 지금의 왜곡된 구조를 바꾸자는 것이 그들이 진정으로 하고픈 이야기다.

과정은 아쉽지만 어쨌든 최저임금은 11%가량 인상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저임금 근로자들은 어느 정도나마 숨통이 트이게 됐다. 그렇다면 이제는 편의점주들이 내놓은 요구도 차분히 살펴봐야 한다. 정부와 편의점 본사, 편의점주가 다시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을'의 목소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이라면 이제는 편의점주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편의점주들도 '살려달라'고 외치는, 그들도 결국 우리 사회의 '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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