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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포주' 경쟁시대 열렸다…오비맥주 도전장

  • 2018.08.08(수) 15:54

맥주 종량세 보류…오비맥주도 발포주 진출
하이트진로·오비맥주 경쟁구도…롯데 '신중'

 
하이트진로가 독주(獨走)하던 국내 발포주 시장이 본격적인 경쟁 체제로 들어선다. 오비맥주가 발포주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다.
 
이에 따라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 간 발포주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롯데주류는 일단 관망하고 있지만 조만간 상황을 봐서 뛰어들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 맥주 종량세 무산

국내 발포주 시장이 본격적인 경쟁 체제에 돌입한 데는 맥주 종량세 도입이 무산된 영향이 컸다. 현재 국내 맥주는 종가세의 적용을 받는다. 국내 맥주는 제조원가에 이윤·판매관리비를 더한 출고가를 과세 기준으로 삼는다. 반면 수입맥주는 세를 포함한 수입신고가격이 과세 표준이다. 수입맥주업체가 수입신고가격만 낮추면 세금을 적게 낸다. 수입맥주 4캔에 1만원이 가능한 이유다.

반면 국내 맥주업체들은 종가세 적용으로 근본적으로 수입맥주와 같은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이에 따라 국내 맥주업체들은 늘어나는 수입맥주 소비에 대응하기 위해 이번 세법 개정안에 맥주 종량세 도입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가격으로는 더 이상 수입 맥주에 대항할 방법이 없어진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이마트의 수입맥주 점유율은 50.9%로 국산 맥주를 앞섰다.
 

정부가 맥주 종량세 도입을 보류한 것은 소비자들의 반발을 의식해서다. 맥주 종량세가 도입되면 수입맥주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반대 의견이 많았다. 결국 국내 맥주업체들은 수입맥주로 빼앗긴 수요를 되찾아와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그래서 떠오른 것이 '발포주(発泡酒)'다. 맥주와 비슷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맥주가 아닌 기타주류로 분류된다. 따라서 세금을 적게 낸다. 가격이 싸다는 의미다.

국내 맥주업체들 입장에서 발포주는 기존 종가세 틀 안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아이템이다. 하이트진로에 이어 그동안 기회를 엿보고 있던 오비맥주까지 발포주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국내 맥주시장에서 수입맥주에 조금씩 밀리고 있는 만큼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선택인 셈이다.

◇ 새로운 시장이 열렸다


발포주는 일본에서 시작됐다. 일본의 장기불황 시기인 1990년대 중반 등장했다. 맥아 함량이 맥주보다 낮아 기타주류로 분류되다 보니 맥주보다 세금이 덜 매겨진다. 지갑이 가벼워진 소비자들을 겨냥했다. 맛은 맥주와 비슷하지만 탄산 맛이 강하다. 알코올 도수는 맥주와 비슷하다. 저렴한 가격에 맥주와 비슷한 풍미를 즐길 수 있어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서는 하이트진로의 '필라이트'가 유일한 발포주다. 맥아 함량이 10% 미만이다. 주세가 30%밖에 붙지 않는다. 맥주는 주세가 72%를 차지한다. 하이트진로가 필라이트에 대해 '1만원에 12캔' 전략을 가져갈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4월에는 '필라이트 후레쉬'를 출시해 제품 다변화에 나섰다. 지난 7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3억 캔에 달한다. 국산 맥주와 수입맥주 사이의 틈새를 효과적으로 공략한 결과다.
▲ 하이트진로는 지난 4월 발포주 신제품인 '필라이트 후레쉬'를 선보였다. 하이트진로가 발포주 신제품을 내놨다는 것은 그만큼 국내 주류 시장에서 발포주가 일정부분 자리를 잡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이트진로가 필라이트로 성공가도를 달리자 경쟁업체인 오비맥주도 발포주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사실 오비맥주가 발포주 시장에 뛰어들기로 한 것은 맥주 종량세 보류가 가장 큰 이유다. 여기에 최근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국내 맥주시장 상황도 한몫했다. 오비맥주는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 1위 업체다. 그럼에도 맥주시장 침체를 버텨내기에는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오비맥주는 국내 공장에서 이미 발포주를 생산하고 있다. 모회사인 AB인베브의 발포주를 생산해 일본으로 수출한 지 10여 년이 넘었다. 따라서 발포주 레시피는 물론 생산시설도 갖추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국내에 발포주를 선보일 수 있는 준비는 갖춘 셈이다. 다만 그동안은 시기를 조율해왔다. 맥주 종량세 보류로 그 시기가 왔다고 판단했다. 알코올 도수는 4.5%로 결정했다. 출시 시기는 아직 미정이다.

◇ 본격 경쟁체제 돌입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가 발포주 시장에 뛰어들자 업계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롯데주류로 향하고 있다. 하이트진로가 지난 4월 발포주 신제품인 필라이트 후레쉬를 출시한 것은 그만큼 국내 주류시장에 이제 발포주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오비맥주는 물론 롯데주류도 조만간 발포주 시장에 뛰어들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롯데주류는 현 상황에서 발포주를 출시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피츠'를 출시한 지 1년 정도밖에 안 된 상황에서 새로운 영역의 신제품을 내놓는다는 것은 부담이라는 설명이다. 더불어 발포주 레시피를 확보하고 새로운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등 비용문제도 발생한다. 현재 롯데주류는 맥주 판매 부진으로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 롯데주류가 수입·판매하는 '쿠어스 라이트'와 '블루문'. 롯데주류는 발포주 시장 진출보다는 가성비 높은 수입맥주를 선보여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겠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대신 롯데주류는 다른 전략을 가져가고 있다. 상대적으로 가성비가 높은 수입 맥주를 들여와 라인업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5월 ‘몰슨 쿠어스(Molson Coors)’의 ‘쿠어스 라이트(Coors Light)’와 ‘블루문(Blue Moon)’을 출시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최근에는 블루문 생맥주도 선보였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발포주 시장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는 있지만 당장 진출한다거나 하는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발포주가 국내 주류시장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을 경우 롯데주류도 외면하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가 경쟁을 시작하기로 한 이상 발포주 시장은 앞으로 규모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롯데도 맥주의 부진이 지속한다면 새로운 돌파구의 일환으로 발포주 생산을 고려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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