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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하이트진로가 '숙취'에 빠진 까닭

  • 2018.08.30(목) 14:37

'새벽헛개' 출시와 함께 취해소음료 시장에 진출
차음료에 숙취해소 기능…합리적 가격으로 공략


하이트진로가 새로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숙취해소음료 시장입니다. 하이트진로의 계열사인 하이트진로음료가 최근 숙취해소음료인 '새벽헛개'를 선보였습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병주고 약준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주류회사에서 숙취해소음료를 내놓는 재미있는 일이 벌어져서입니다.

하이트진로음료가 선보인 '새벽헛개'는 기존에 출시된 헛개차 음료들과 비슷합니다.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큰 분류로는 숙취해소음료에 포함되지만 소분류로는 차(茶)음료에 속합니다. CJ헬스케어나 광동제약 등이 선보이고 있는 헛개차 음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차이기는 하지만 숙취해소라는 기능을 더욱 강화한 음료라고 보면 맞을 것 같습니다.

하이트진로음료가 내놓은 '새벽헛개'엔 숙취해소의 핵심원료로 활용되는 국내산 미배아(쌀눈) 대두발효추출물과 알코올 해독, 피로회복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국내산 헛개나무열매 추출액 등이 들어있습니다. 특히 미배아 대두발효추출물을 1200mg 함유하고 있어 숙취해소 기능을 강화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입니다.

미배아 대두발효추출물은 알코올 대사 및 아세트알데히드 분해효소를 활성화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미 숙취해소 음료에 사용되는 원료입니다. 동아제약의 숙취해소 음료인 '모닝케어'에도 미배아 대두추출물이 사용됩니다. 여기에 소화불량과 성인병 예방, 면역력 강화 등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능이버섯의 추출물을 더해 차별화된 감칠맛과 풍미를 냈습니다.

이렇게 보면 지금껏 출시된 기존의 헛개차 음료들과 별반 크게 다른 점은 없어 보입니다. 게다가 국내 숙취해소 음료시장은 CJ헬스케어 등이 이미 장악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하이트진로는 왜 기존 제품과 큰 차이점이 없는 제품을 들고나와 경쟁자들이 수두룩한 시장에 갑자기 도전장을 던진 것일까요?


사실 하이트진로가 숙취해소 음료시장에 뛰어들 수 있었던 데에는 지난해 출시한 차음료인 '블랙보리'의 성공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동안 하이트진로음료는 차음료 분야엔 진출하지 않았습니다. 생수나 탄산수 등에만 집중해왔죠. 하지만 지난해 차음료인 블랙보리를 출시하면서 사업 영역을 넓혔습니다. 예상외로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출시 8개월여 만에 3000만 병이 팔리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블랙보리의 성공은 하이트진로에 큰 전환점이 됐습니다. 음료업계에는 '블랙은 망한다'는 속설이 돕니다. 검은 깨, 검은 콩 등 검은색 재료로 만든 제품들이 잇따라 실패를 거듭하면서 만들어진 속설입니다. 하이트진로는 블랙보리의 성공을 앞세워 이런 속설을 깼습니다. 블랙보리로 차음료 시장에서 가능성을 엿본 것은 물론 자신감이 생긴 겁니다.

그래서 찾은 새로운 아이템이 숙취해소 음료입니다. 현재 국내 숙취해소 음료시장은 나날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링크아즈텍에 따르면 국내 숙취해소 음료시장 규모는 지난 2014년 1304억원에서 지난해 1748억원대로 성장했습니다.

여기에 최근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과 함께 술자리가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편의점 CU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지난 7월 숙취해소 음료 매출 신장률은 전년대비 최대 2배 이상 높았던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CU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평일 개인적인 모임이나 술자리가 늘면서 숙취해소제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 자료: 링크아즈텍, 닐슨코리아(단위: 억원)


차음료도 마찬가지입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2496억원 규모였던 국내 차음료 시장은 지난해 3500억원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게다가 올해는 기록적인 폭염이 있었던 만큼 시장 규모가 더욱 커졌을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수년간 맥주 판매 부진으로 골치를 앓고 있는 하이트진로에 숙취해소 음료와 차음료 시장의 성장은 무척 반가운 일이었습니다.

현재 국내 숙취해소 음료시장은 크게 5파전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CJ헬스케어의 '컨디션'이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고, 그래미의 '여명808'과 동아제약의 '모닝케어', 광동제약의 '헛개파워', 한독의 '레디큐' 등이 경쟁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하이트진로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하이트진로는 이 시장을 잡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바로 가격입니다. 현재 국내 숙취해소 음료 가격은 대부분 4000~5000원대입니다. 반면 하이트진로는 새벅헛개의 가격을 500㎖ 편의점 기준 2000원으로 책정했습니다. 숙취해소 기능을 강화한 차음료라는 점을 내세워 숙취해소 음료시장과 차음료 시장을 동시에 노리는 전략인 셈입니다.

하이트진로는 블랙보리의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은 만큼 새벽헛개도 큰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트진로가 숙취해소 음료시장에 차음료를 들고 나왔다는 것은 후발주자로서 그만큼 고민이 많았다는 증거"라며 "낮은 가격을 앞세워 초기 시장 안착에 성공한다면 제2의 블랙보리와 같은 히트 상품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이트진로의 새로운 도전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유심히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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