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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MBK는 왜 갑자기 마음을 바꿨나

  • 2018.10.30(화) 15:31

스틱 참여가 주효…인수자금·진정성 우려 불식
투자금 이미 모두 회수…렌탈 시장 포화 판단

웅진이 코웨이를 다시 가져갑니다. 2013년 MBK파트너스에 매각한 이후 5년 7개월만입니다. 한때 잘 나갔던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 매각을 기점으로 급격하게 무너졌습니다. 문어발식 확장의 폐해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였죠. 그랬던 웅진이 절치부심한 끝에 코웨이를 다시 품은 겁니다.

사실 웅진의 코웨이 되찾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MBK파트너스가 웅진에게 다시 매각할 마음이 없었습니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MBK파트너스와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고 했지만 사실은 다릅니다. MBK파트너스는 웅진코웨이 인수 당시 웅진그룹에 호되게 당한 기억이 있습니다.

웅진그룹은 당시 MBK파트너스와 코웨이 매각 본계약을 체결한 후 잔금 납입을 앞둔 상황에서 기습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한 바 있습니다. 업계에선 웅진그룹이 '상도의를 저버렸다'고 할 만큼 큰 이슈였습니다. 벼랑 끝에 몰렸던 웅진그룹은 상도의를 저버리면서까지 자신들의 이익을 취했습니다.

이것이 MBK파트너스가 웅진그룹을 멀리한 이유입니다. 당연히 MBK파트너스 입장에서는 웅진그룹을 다시는 상대하고 싶지 않았을 겁니다. 지난 1월 처음으로 웅진그룹의 코웨이 인수 타진 소식이 들렸을 때도 MBK파트너스는 시큰둥했습니다. 오히려 "웅진에 팔 생각이 없다"는 공식 입장까지 밝혔습니다.


실제로 웅진그룹이 코웨이 인수에 나서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한 후에 MBK파트너스와 웅진그룹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은 일도 없었습니다. 그만큼 MBK파트너스에 웅진그룹은 미운털이 단단히 박혀있었습니다. 그랬던 MBK파트너스가 '전격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갑자기 방향을 선회한 이유가 뭘까요?

이번 딜의 가장 큰 변수는 바로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참여였습니다. 지난 9월 웅진그룹은 코웨이 인수를 위한 재무적 투자자로 스틱인베스트먼트를 유치했다고 밝혔습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국내에서도 손에 꼽는 벤처캐피털입니다.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웅진그룹의 행보는 이후 매우 빨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참여는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우선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인수 자금 확보에 큰 힘이 됐습니다. 더불어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참여와 함께 웅진그룹은 코웨이 인수에 대한 진정성을 확보했습니다. 이것이 그동안 완강했던 MBK파트너스의 마음을 움직인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MBK파트너스는 그동안 웅진의 코웨이 인수 움직임에 부정적이었습니다. MBK파트너스는 웅진그룹의 코웨이 인수 자금 확보 가능성은 물론 진정성도 의심해왔습니다. 하지만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참여하면서 이런 의심의 눈초리는 상당부분 희석됐습니다. MBK파트너스와 스틱인베스트먼트가 동종업계에서 활동하면서 유대관계가 있었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사실 MBK파트너스로서도 이제 슬슬 코웨이에 대한 엑시트(exit) 전략을 짜야 할 시점이었습니다. 대부분 사모펀드의 경우 업체를 인수해 기업가치를 높인 후 5년 정도 지나면 다시 매각해 차익을 실현하는 것이 공식처럼 돼 있습니다. MBK파트너스가 코웨이를 인수한 지는 이미 5년이 넘었습니다.

코웨이는 그동안 국내 렌탈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바탕으로 승승장구했습니다. 덕분에 MBK파트너스는 이미 코웨이 투자자금을 모두 회수한 상태입니다. 이후 코웨이가 벌어들인 수익은 고스란히 MBK파트너스의 수익으로 연결되는 셈입니다.

따라서 MBK파트너스도 굳이 더 코웨이를 들고 있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다만 사모펀드의 특성상 좀 더 많은 이윤을 남기고 매각하고 싶었던 겁니다. 그런 와중에 웅진이 사겠다고 나섰고, 더불어 스틱인베스트먼트까지 지원을 약속했으니 MBK파트너스로서도 굳이 매각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코웨이 지분 22.17%를 1조7000억원에 매각하는 것은 MBK파트너스에 분명 이익입니다. 2013년 1조2000억원에 코웨이를 인수해 5년 7개월 동안 투자금까지 회수한 데다 남은 지분마저 인수금액보다 더 높은 금액으로 매각할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을 수는 없는 겁니다.

▲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아울러 현재 국내 렌탈시장은 치열한 경쟁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도 MBK파트너스가 전략을 선회한 배경으로 꼽힙니다. 코웨이가 지배적 지위에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그 뒤를 LG전자와 SK매직 등이 맹렬하게 추격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렌탈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해석했습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향후 MBK파트너스도 코웨이에 더 많은 자금을 투여해야 합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높은 가격을 제시한 웅진그룹에 다시 매각하는 것이 남는 장사라고 판단한 겁니다. 그동안 의심스러웠던 부분도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참여하면서 희석된 만큼 매각에 대한 정당성은 확보했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인수자인 웅진그룹도 놀랄 만큼 갑자기 이뤄진 코웨이 매각의 뒤엔 MBK파트너스의 철저한 계산이 숨겨져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로서는 코웨이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고, 웅진은 잃어버렸던 옛 영광을 재현할 명분을 되찾았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제 공은 웅진그룹으로 넘어갔습니다. 다시 태어날 웅진코웨이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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