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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의 반격…'하이브리드' 통할까

  • 2018.11.26(월) 15:51

'궐련형 전자담배+액상형 전자담배' 형태 신제품
연무량·냄새·청소 등 장점…액상값 등 단점 지적도

KT&G가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 승부수를 던졌다. 기존 궐련형 전자담배에 전자담배의 원조 격인 액상형을 접목한 '릴 하이브리드(lil HYBRID)'를 선보였다. 새로운 형태의 궐련형 전자담배다.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 '아이코스'에 밀리고 있는 상황을 돌파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더불어 '궐련형 전자담배+액상형 전자담배'라는 플랫폼을 처음으로 선보임으로써 향후 이 시장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도 풀이된다. 일단 새롭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이 어떨지는 미지수다. 새로운 시도이기는 하지만 실제 소비자들이 어떻게 느낄지는 다른 문제여서다.

◇ '릴 하이브리드'는 어떤 원리?

KT&G가 새롭게 선보인 '릴 하이브리드'는 말 그대로 하이브리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기존 릴 제품처럼 디바이스에 전용 스틱을 끼워 사용한다. 대신 '릴 하이브리드'는 액상 카트리지를 장착해야 한다. 마치 과거 액상형 전자담배 디바이스에 액상을 채워 넣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다만 '릴 하이브리드'의 액상 카트리지는 키트형이다. 이 액상 카트리지는 디바이스에 탈부착할 수 있다.

원리는 이렇다. 디바이스의 버튼을 누르면 액상 카트리지의 액상이 가열된다. 가열된 액상은 디바이스에 장착된 전용 스틱에 전달되고, 전용 스틱을 흡입하면 액상이 전용 스틱 내에 함유된 니코틴과 향 등을 운반한다. 사용자는 이를 흡연하는 방식이다. 기존 액상형 전자담배의 경우 가열로 기체가 된 액상을 직접 흡입하는 형태라면 '릴 하이브리드'는 가열된 액상이 전용 스틱에 있는 니코틴을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릴 하이브리드'의 액상엔 니코틴이 없다. 식품첨가물과 함께 일반 담배에 사용하는 물질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액상형 전자담배와는 다르다는 것이 KT&G의 설명이다. 기존 궐련형 전자담배와 액상형 전자담배 방식을 접목한 형태여서 '하이브리드'다. 
전용 스틱도 기존 궐련형 전자담배 전용 스틱과 다르다. '릴 하이브리드'용 전용스틱인 '믹스(MIIX)'에는 기기와 맞닿는 끝부분에 'Y'자 형태의 홈이 파인 필터가 있다.

'믹스'를 디바이스에 끼울 때는 기존 릴이나 릴 미니와 달리 돌려 끼우지 않아도 된다. 또 Y자 형태에 맞춰 끼우지 않아도 된다. 디바이스에 마음대로 꽂아 사용하면 된다. 아울러 '릴 하이브리드'는 BAT의 글로(glo)와 같은 외부가열 방식이다. 가열 온도는 글로보다 낮은 160도다. 전용 스틱에 담뱃잎이 없어 사용 후 담뱃재 등 찌꺼기가 없다. 청소가 쉽다. 궐련형 전자담배 특유의 찐냄새도 없다. 액상을 이용하는 만큼 연무량도 풍부하다.

'릴 하이브리드'는 기존 제품과 마찬가지로 연속 사용도 가능하다. 다만 연속 사용은 3번만 가능하도록 했다. 디바이스가 지나치게 가열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다. 1회당 3분 50초, 14모금가량 흡입할 수 있다. 충전 완료 시 약 20회 사용할 수 있으며, 완전 충전 시간은 2시간이다.  

◇ 숨겨진 속내는

KT&G는 '릴 하이브리드'를 준비하면서 공을 많이 들였다. 특히 경쟁사 제품을 크게 의식한 흔적이 많다. KT&G는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 가장 늦게 진출했다.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IQOS)"와 BAT의 '글로(glo)'에 이어 세 번째다. 그런 만큼 경쟁사들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시장을 선점한 필립모리스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은 아이코스가 줄곧 선두를 유지해왔다. 그 뒤를 KT&G가 뒤쫓는 형국이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올해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점유율은 아이코스가 70%, 릴이 20%, 글로가 10%인 것으로 추정된다. 향후 아이코스와 릴의 격차는 점점 더 좁혀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KT&G 입장에선 아이코스와의 격차를 줄이는 시간을 더욱 앞당긴다는 게 목표다. 

▲ KT&G가 출시한 '릴 하이브리드'.(사진=이명근 기자/qwe123@)

KT&G가 '릴 하이브리드'라는 승부수를 던진 이유다. KT&G는 '릴 하이브리드'를 2010년 초부터 준비해왔다. 첫 제품인 릴의 개발과 동시에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KT&G는 '릴 하이브리드'를 준비하면서 수차례 소비자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궐련형 전자담배 특유의 찐냄새와 부족한 연무량, 청소의 불편함 등이 가장 큰 단점으로 꼽혔다. KT&G가 '릴 하이브리드'를 통해 이 부분의 개선을 유독 강조하는 이유다.

더불어 KT&G는 '릴 하이브리드'에 전용 스틱인 '믹스'만을 사용토록 했다. 그동안 일부 소비자들이 릴의 디바이스에 아이코스 전용 스틱인 '히츠(HEETS)'를 호환해 사용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센서를 달아 '믹스'가 아닌 다른 스틱을 장착했을 경우 아예 작동하지 않도록 했다. '릴 하이브리드'의 충성 고객을 제대로 확보하겠다는 생각인 셈이다.

◇ '하이브리드' 방식 통할까

KT&G가 '릴 하이브리드'를 출시하면서 가장 신경을 많이 쓴 대목은 가격이다. KT&G는 '릴 하이브리드'의 가격을 11만원으로 책정했다. 경쟁제품보다 고가(高價)다. 하지만 할인쿠폰이나 프로모션 등을 활용하면 7만7000~8만3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임왕섭 KT&G 제품혁신실장(상무)은 "경쟁사의 제품 가격 등을 고려해 가격을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전용 스틱인 '믹스'의 가격은 다른 경쟁제품의 전용 스틱과 같은 한 갑당 4500원이다. 문제는 액상 카트리지다. '릴 하이브리드'용 액상 카트리지는 소모품이다. 니코틴을 함유하지 않아 생활용품으로 분류된다. 액상 카트리지 한 개로 믹스 한 갑을 흡연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액상 카트리지 가격은 개당 500원이다. 즉 '릴 하이브리드'를 사용하기 위해선 전용 스틱에 액상 카트리지까지 5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 KT&G '릴 하이브리드'에 장착된 '액상 카트리지'.(사진=이명근 기자/qwe123@)

임 상무는 "액상이 무한으로 충전되는 디바이스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제조원가가 상당히 높아 액상 카트리지를 무상으로 제공할 수는 없었다"면서 "릴 하이브리드의 주요 특징과 핵심 메커니즘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이 액상 카트리지다. 이 때문에 최소한의 가격으로 공급하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경쟁제품보다 더 비싸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경쟁제품과 달리 매번 전용스틱과 액상 카트리지를 동시에 사야 한다는 점도 단점이라는 지적이다. 유해성 문제도 여전하다. 임 상무는 "니코틴의 경우 릴이 1이라면 릴 하이브리드는 0.6 정도"라며 "유해성에 대한 자체 데이터는 우리가 이해 당사자인 만큼 섣불리 공개해서 논란을 부추기는 것은 안된다고 생각한다. 국제 표준과 법률적 규정이 명확해지면 그때는 바로 공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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