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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으면 굴욕?…바디프랜드의 '무리수'

  • 2019.01.10(목) 14:04

청소년기 성장 돕는 안마의자 선보여
마케팅 위해서 외모 지상주의 부추겨
임상 결과도 안나왔는데 키 효과 강조

▲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바디프랜드 성장기 어린이 및 청소년용 안마의자 '하이키' 신제품 발표회에서 홍보 모델들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사진 중 가운데는 누구인가요. 엑소 디오인데요. 잘나가는 연예인인데 (키가 작아서) 굴욕 느낌이 없지 않습니다. 이게 바로 키의 비밀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외적 조건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외모 중심 사회라고도 하죠. 청소년들의 스트레스의 원인은 외모·신체조건입니다." (공덕현 바디프랜드 메디컬R&D센터 실장)

7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바디프랜드의 신제품 설명회는 그야말로 '아슬아슬'했다. 바디프랜드는 이날 '하이키'라는 성장기 청소년용 안마의자 제품을 선보였는데, 이 제품의 특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과한 표현들이 흘러나왔다. 자칫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듯한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말들이다.

더군다나 해당 제품의 경우 아직 임상시험을 마치지 못한 데다 의료기기 등록도 하지 않은 상태다. 그러다 보니 구체적인 효능이 입증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성급하고 무리한 마케팅에 나섰다는 지적도 나온다.

◇ '성장기 청소년 맞춤형' 안마의자 출시

바디프랜드는 이날 신제품 설명회를 통해 안마의자 '하이키(High key)'를 선보였다. '성장판 자극 마사지'와 인지능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브레인 마사지' 기능을 포함한 제품으로, 세계 최초로 성장기 청소년을 위한 안마의자라는 게 바디프랜드의 설명이다.

하이키라는 제품명은 '높은(High)'과 '키(Key)'의 합성어로 마사지를 통해 무릎과 척추 성장판 주위를 자극하는 '쑥쑥 프로그램'이 특징이다. 학생들의 기억력과 집중력 활성화에 도움을 주겠다면서 바디프랜드가 앞서 선보인 '브레인 마사지' 기능을 접목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기존 안마의자 제품보다 작은 크기로 제작해 120~170cm의 소비자들이 이용하기 편하도록 했다.

바디프랜드 관계자는 "하이키에는 정형외과와 한방재활의학과 등 바디프랜드 메디컬연구·개발(R&D)센터의 전문의들이 참여해 개발, 적용한 성장판 자극 기능이 담겼다"며 "이를 구현할 대표적 기능이 성장 마사지와 무릎 스트레칭을 제공하는 '쑥쑥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 박상현 바디프랜드 대표.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박상현 바디프랜드 대표이사는 "하이키를 수출 주력 상품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최대 100만대 판매 목표를 달성하겠다"며 "브레인 마사지, 하이키와 같이 세상에 없던 제품을 선보이기 위한 연구·개발(R&D) 역량 강화에 매진하고, 공격적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임상시험 결과는 '아직'…향후 효능 논란 우려도

바디프랜드가 이 제품을 내놓은 이유는 고객층 확대를 위해서다. 안마의자는 통상 부모님을 위한 '효도 선물' 정도로 인식하고 있어 수요층이 제한적이다. 바디프랜드는 이를 청소년이나 젊은 부부층 등으로 넗히려는 전략이다.

바디프랜드가 '하이키' 전용관을 국내 사교육 중심지인 대치동에 만들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녀들의 키가 더 클 수 있도록 호르몬 주사를 맞히거나 성장 클리닉을 다니는 등의 수요를 '하이키'로 대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성장 마사지'와 함께 '학습'에 도움을 주는 '브레인 마사지' 기능을 포함한 점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바디프랜드는 이 제품의 효능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기는 하지만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의료기기로 등록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바디프랜드에 따르면 현재 국내 두 대형 병원에서 하이키의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각각 75~80명의 실험군을 통해 이 제품이 성장에 미치는 효과가 있는지 키나 성장호르몬 수치의 변화 등을 측정하고 있다는 게 바디프랜드 측 설명이다. 실험 결과는 6개월에서 1년 뒤에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바디프랜드는 "임상으로 입증할 계획"이라면서도 "의료기기로서 성장을 일으킨다고 검증받은 단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섣불리 예측할 수는 없지만 (결과가) 잘 나올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왜곡되지 않도록 임상시험을 하는 분들과 조율하겠다"고 덧붙였다.
▲ 바디프랜드 본사 전경.


'키를 크게 해준다'는 식의 직접적인 표현을 통한 마케팅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모습을 내비쳤다. 이 관계자는 "(광고) 문구에 대해선 미리 허가를 마친 후에 하려고 한다"며 "성장이라는 표현을 대놓고 하기보다는 '성장이 잘 일어날 수 있는' 방향 정도로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성장' 기능을 홍보하려다 보니 자칫 청소년들에게 외모 중심의 가치관을 강요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바디프랜드가 이날 공개한 광고 영상에는 학교 후배가 키 작은 선배를 '무시'하는 듯한 내용이 담기기도 했다.

앞서 바디프랜드는 박상현 대표가 직원들에게 체중과 건강 관리를 강요하는 등의 '신종 갑질'로 논란에 휘말린 적도 있어 이래저래 구설을 낳고 있다.

일각에선 키가 기대만큼 크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보상을 요구하는 등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바디프랜드는 "성장이 안 되는 경우는 다양한 원인이 있기 때문에 보상을 기획하지는 않았다"며 "(다만) 여러 상태를 진단해보고 합당한 프로그램을 고려해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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