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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이공 규제에 출혈경쟁…올해 면세점 '안갯속'

  • 2019.02.13(수) 10:17

경쟁 심화와 중국내 규제 이슈 등 변수 많아
증권가 "따이공 수요 의존한 예측 경계해야"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면세점 업의 경쟁 심화와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유통업 전반의 주가와 실적에 부담 요인이 될 것." (DB금융투자)

"전세기와 관광 여행 상품이라는 두 가지 이슈가 완전 해소될 때까지는 (주가) 등락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신한금융투자)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 기록을 갈아치운 면세점 업계가 올해도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까지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올해 1월 주요 면세점 매출은 지난해보다도 더 늘어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어느 때보다 변수가 많다는 점에서 업체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분위기다. 우선 국내 면세점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따이공에 대한 중국 당국의 규제가 시작된 데다 공항 입국장 면세점 신설, 시내 면세점 추가 설치 등이 예고돼 있다. 특히 지난해 문을 연 강남권 면세점을 중심으로 업체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여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엇갈리는 올해 전망

한국면세점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은 18조 9600억원가량으로 전년보다 30% 이상 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으로 중국 단체 관광객이 줄긴 했지만 이른바 따이공(代工·보따리상)이 이를 대신하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면세점 매출 상승세는 올해 초까지도 이어지는 분위기다. 한 대형 면세점 관계자는 "여러 우려가 있었지만 지난 1월 매출 추이만 놓고 보면 오히려 지난해보다 더 증가했다"며 "당분간 상승세가 이어질 거라는 전망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증권가 등에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호실적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있는 반면 최근 상승세만 보고 섣불리 판단해선 안 된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상반된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국내외 규제 변화 등 다양한 변수들이 있는 데다 업체 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이 주로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다행히 아직까진 중국 단체관광객의 빈 자리를 보따리상들이 대신하고 있지만, 이들마저 떠날 경우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中 보따리상 규제 강화에 '촉각'…불확실성 확대 우려

국내 면세점 업체들이 최근 가장 주목했던 건 보따리상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 이슈다. 중국 정부는 올해 1월부터 개정된 전자상거래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보따리상들은 사업자 허가 등록을 신청하고 세금도 내야 한다.

중국 보따리상들은 그동안 한국 면세점에서 물건을 저렴하게 구입한 후 중국 현지에서 불법으로 유통해 이윤을 남겨왔는데 이들을 양지로 끌어내겠다는 의미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면세점 업체들은 일단 당장 국내 면세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겨냥한 것은 주로 대규모로 사업하고 있는 '기업형 보따리상'들인데, 국내 면세점 매출의 대부분은 개인형 사업자들이 차지하고 있어서다. 이와 함께 중국 정부 역시 자칫 내수시장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만큼 지나치게 엄격하게 규제하진 않을 것이란 낙관론도 나온다.

반면 당장 영향은 미미하지만 잠재적 위험이 너무 크다는 목소리도 있다. 어쨌든 중국 정부가 보따리상에 대한 규제 강도를 점차 높여가고 있는 만큼 장기적인 차원에서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차재헌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면세점 업의 경쟁 심화와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유통업 전반의 주가와 실적에 부담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면세점 매출의 70%는 중국인이라고 하는데, 따이공 수요에 의존해 사업과 주가를 예측하는 것을 경계해야 할 때"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열린 현대백화점면세점 무역센터점 그랜드 오픈 기념행사에서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가운데)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테이프 커팅식을 하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신규 면세점 증가로 '출혈 경쟁' 조짐도

올해 면세점 업체 간 경쟁이 과거보다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우선 오는 5월 인천국제공항에선 국내 최초로 입국장 면세점이 들어선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 서울에 시내면세점을 추가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미 서울 시내에만 면세점이 13개까지 늘어난 상황에서 신규 면세점 점포가 새로 생길 경우 자연스럽게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고 결국 수익성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실제 지난해 강남지역에 문을 연 현대백화점 면세점의 경우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현대백화점 면세점은 지난해 11월 오픈한 뒤 두 달 동안 매출 700억원에 영업손실 419억원을 기록했다. 면세점 사업 준비 비용(218억원)에 더해 개장 초 광고판촉비 등을 대거 투입하면서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선 현대백화점뿐 아니라 추후 신규 면세점 점포들이 생길 경우 제각각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가능성이 크고 결국 경쟁사들 역시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 면세점 업체들의 수익성도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한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당장 기댈 곳이 중국 보따리상밖에 없으니 신규 업체들이 이들을 '모시기' 위해 출혈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당장 매출을 끌어올릴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국내 면세산업이 왜곡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해외 사업 확대나 중국인 의존도 완화 등 시장 다변화의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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