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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셋]이베리코 ①도대체 넌 누구냐

  • 2019.02.27(수) 09:15

먹이·방목 개월수 등에 따라 총 3가지 등급 분류
등급별로 맛·영양 등 차이…'베요타' 가장 뛰어나

당신이 궁금한 이슈를 핀셋처럼 콕 집어 설명해드립니다. 이번 주제는 최근 새로운 외식 메뉴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이베리코 흑돼지입니다. 기존에 즐겨왔던 돼지고기와는 차원이 다른 맛을 자랑한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이베리코 흑돼지의 모든 것을 정리해봤습니다.[편집자]

대학교 1학년 여름 방학 때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대학생이 되고 맞는 첫 방학이라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집에서 며칠을 빈둥거리던 중 문득 '그래도 이렇게 보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행, 독서 등등 여러 가지를 고민해봤지만 와닿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또 며칠을 허송세월한 후 불현듯 '문화생활'에 생각이 미쳤습니다. 대학생답게, 지성인답게 문화생활이 좋겠다고 생각한 겁니다.

결심을 했으니 바로 실행에 옮겨야죠. 늦은 점심을 먹고 슬리퍼를 신은 채로 찾은 곳은 바로 동네 비디오 가게였습니다. 남은 방학 동안 그동안 보지 못했던 영화나 실컷 보자고 굳건히 마음먹었습니다. 빼곡히 꽂혀있는 비디오들을 보며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무엇을 봐야 할지 고민스러웠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서성이고 있는데 주인아저씨가 곁에 오셔서는 쓱 하나를 권해주셨습니다. "이거 봤어? 끝내줘."

아저씨께서 제게 건넨 비디오의 제목은 '하몽하몽'. 일단 표지가 야릇했습니다. 기대감이 쑥 올랐습니다. "진짜요?"하고 묻자 아저씨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아저씨만의 박스오피스 순위를 믿고 낼름 집어왔습니다. 두근대는 마음으로 비디오를 틀었습니다. 역시 아저씨의 선택은 탁월했습니다. 당시로써는 파격적인 스토리와 충격적인 영상미에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이베리코 흑돼지 뒷다리로 만든 하몽.

영화 '하몽하몽'의 영상이 줬던 짜릿함은 한동안 잊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짜릿함도 어느 순간에는 잊히기 마련. 잊고 지냈던 영화 '하몽하몽'의 영상이 다시 떠오른 것은 최근입니다. 영화 '하몽하몽'엔 파격적인 장면들 외에도 다양한 스페인 음식들이 대거 등장하는데요.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영화 제목과 똑같은 '하몽(Jamon)'이었습니다.

큼지막한 돼지 뒷다리가 걸려있고 그것을 얇게 썰어내는 햄인 하몽은 영화를 처음 봤을 때도 무척 궁금했던 식재료였습니다. 지금이야 하몽을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하몽은 무척 생소한 물건이었죠. 햄이라고는 슈퍼마켓에서 파는 햄이 전부인 줄 알았던 제게 하몽은 신세계였습니다. 그런데 그 하몽을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이베리코 흑돼지'로 만든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이런저런 저녁자리가 잦은 제게 작년부터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 바로 이베리코 흑돼지였습니다. 처음에는 '얼마 안 가서 끝나겠지'했던 이베리코 흑돼지의 인기는 꽤 오래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베리코 흑돼지 맛을 본 사람들은 "차원이 다르다"며 모두들 엄지척을 하더군요. 그동안 흔히 먹어왔던 돼지고기와는 무언가가 다른 것이 분명히 존재하기에 사람들이 너도나도 열광하는 것이겠죠.

유럽 남서부 대서양과 지중해 사이에 있는 이베리아반도에서 사육하는 이베리코 흑돼지는 스페인산이다. 스페인이 위치한 이베리아 반도에서 따왔다. 이베리코 흑돼지는 크게 세 등급으로 나뉘는데 최상급인 '베요타(Bellota)'부터 '세보 데 캄포(Cebo de Campo)', '세보(Cebo)' 순으로 분류한다.

그렇다면 이베리코 흑돼지는 무엇이 다를까요? 우선 이베리코 흑돼지의 명칭부터 알아봐야겠습니다. 이베리코 흑돼지는 스페인산입니다. 스페인은 이베리아반도( Iberia Peninsula)에 있습니다. 이베리아반도는 유럽의 남서부 대서양과 지중해 사이에 있는 반도를 말합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이베리아 반도의 전부를 차지합니다. 이베리코 흑돼지는 여기에서 사육하는 흑돼지 품종입니다.

이베리코 흑돼지의 특징은 등급이 있다는 점입니다. 한우도 아닌 돼지에 무슨 등급이 있냐고 하시겠지만 이베리코 흑돼지는 사육 방법과 먹이에 따라 등급을 엄격하게 나눠 관리합니다. 이베리코 흑돼지의 등급은 총 3가지로 나뉩니다. 최상급인 '베요타(Bellota)'부터 '세보 데 캄포(Cebo de Campo)', '세보(Cebo)' 순입니다. 이들 등급별로도 큰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제일 낮은 등급인 세보는 100% 이베리코 흑돼지 암컷과 갈색돼지의 일종인 듀록(duroc) 수컷을 교배한 50% 이베리코입니다. 세보는 윗등급의 이베리코 흑돼지들과 달리 축사에서만 키웁니다. 올리브유를 섞은 사료만 먹입니다. 세보는 스페인어로 '사료'라는 뜻입니다. 축사에서 약 10개월간 사육합니다. 생산량은 세보가 이베리코의 80%를 차지합니다. 이어 세보 데 캄포가 15%, 베요타가 5% 정도입니다.

바로 윗 등급인 세보 데 캄포는 세보 수컷을 100% 이베리코 흑돼지 암컷과 교배시킨 75% 순종입니다. 주로 올리브유가 섞인 사료와 물을 먹습니다. 세보 데 캄포의 경우 12개월 이상 키웁니다. 축사 사육과 방목을 함께 합니다. 방목기간은 베요타 보다 적은 약 2개월가량입니다. 오전에는 축사에서, 오후에는 방목으로 키우는 방식입니다. 방목 기간 중 도토리를 먹습니다. 참고로 캄포(Campo)는 스페인어로 '초원'을 의미합니다.

마지막으로 최상급인 베요타의 경우 100% 순종 이베리코 흑돼지입니다. 일부에선 세보 데 캄포 수컷과 100% 순종 이베리코 암컷의 교배를 통해 나온 75% 순종 이베리코도 베요타로 인정하기도 합니다. 베요타는 이베리코 흑돼지의 최상위 등급에 걸맞게 깐깐하게 키웁니다. 17개월 이상을 사육하고 이 중 3개월 이상 하루 평균 10㎏ 이상의 도토리와 허브, 올리브 사료만을 먹입니다.

이베리코 흑돼지 중 '베요타', '세보 데 캄포' 등급의 경우 방목해서 키운다. 최상급인 베요타의 경우 6개월 이상, 그 다음 등급인 세보 데 캄포는 2개월간 오후에만 방목한다.

베요타는 전체 사육 기간 중 6개월 이상 방목하고, 한 마리당 3000평이 넘는 땅에서 뛰어다니며 도토리를 먹습니다. 스페인에서는 이를 법으로 관리한다고 하네요. 이베리코 흑돼지 중 도토리를 먹이는 것은 '베요타'와 '세보 데 캄포'입니다. 다만, 도토리를 먹이는 기간은 베요타급이 훨씬 깁니다. 베요타는 스페인어로 '도토리'를 의미합니다. 방목 방식은 흑돼지가 경쟁적으로 먹이를 찾아 먹게끔 합니다. 하나라도 더 먹으려면 빨리 더 많이 뛰어야 합니다.

이베리코 흑돼지 중 '세보'가 전체 생산량의 80%를 차지한다. '세보 데 캄포'가 15%, 베요타는 5%에 불과하다. '베요타'의 경우 생산량이 적지만 공들여 키우는 만큼 영양분과 육질이 뛰어나 높은 가격에도 불구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렇다 보니 베요타는 육질이 좋기로 유명합니다. 특히 도토리를 주식으로 하는 만큼 베요타는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에 함유된 불포화지방산인 올레인산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습니다. 베요타의 비계를 손으로 문질러보면 기존 돼지고기와 달리 쉽게 없어집니다. 그만큼 잘 녹습니다. 그래서 베요타를 '걸어다니는 올리브나무'라고도 부릅니다. 참! 스페인 도토리는 우리와 달리 맛이 달다고 하네요.

이처럼 이베리코 흑돼지라고 해서 다 같은 이베리코 흑돼지가 아닙니다. 최상급인 베요타의 경우 스페인 현지에서도 대량 생산이 불가능해 귀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값이 비쌉니다. 현재 국내에서 유통하는 이베리코 흑돼지의 상당수는 세보 데 캄포나 세보 등급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무래도 생산량이 상대적으로 많다 보니 국내에 유입되는 양도 그만큼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이베리코 흑돼지 전문점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대형마트 축산코너에서도 쉽게 이베리코 흑돼지 고기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등급이 표시돼 있을 겁니다. 아예 등급 표시가 되어있지 않은 경우도 있더군요. 하지만 적어도 내가 먹는 이베리코 흑돼지가 어느 등급인지는 알고 먹으면 더 좋지 않을까요? 다음 [핀셋]에서는 이베리코 흑돼지 열풍으로 판도가 바뀌고 있는 국내 돈육시장에 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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