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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혁신]롯데, 화두를 던지다

  • 2019.06.11(화) 09:00

[창간 6주년 특별기획]롯데의 기업문화 혁신
기업문화위원회 중심으로 구성원간 소통 확대
'여성·가정·일' 조화…다양한 정책으로 큰 호응

처음 가는 길은 언제나 어렵고 두렵다. 그 길에 어떤 위험이 있을지, 어떤 시행착오를 겪을지 알 수 없어서다. 그래서 처음으로 길을 닦은 자에게는 늘 큰 찬사가 보내진다. 그렇게 닦인 길은 훗날 그 길을 가는 사람들에게 기준이 되고 발전의 토대가 된다.

롯데가 그 길을 닦겠다고 선언했을 때 사실 모두들 고개를 갸우뚱했다. 롯데가 나선 길이 '기업문화 혁신'이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기업들이 앞장섰지만 대부분 일회성에 그친 길이었다. 그 길에 롯데가 나섰다. 성패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 아래로부터 들었다

롯데가 꾸준히 기업문화 혁신에 나설 수 있었던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사실 그동안 롯데의 기업문화는 보수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상명하복 문화가 강했고, 조직 내부에서 튀는 것은 금기시했다. 이런 기업문화는 롯데의 고속성장에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변했다. 더 이상 상명하복식 보수적인 문화만으로 성장에 한계가 분명했다. 조직원들의 다양한 생각을 담기엔 롯데의 기존 기업문화는 후진적이었다. 롯데는 변화를 모색했다. 그 시작이 바로 기업문화 혁신이다. 하지만 지금껏과는 달랐다. '아래로부터 변화'에서 출발했다. 지금껏 롯데에 만연했던 상명하복 문화와는 정반대로 접근한 셈이다.

롯데 기업문화 혁신의 시작이자 핵심은 '기업문화위원회'다. 기업문화위원회는 최고 경영진은 물론 각 계열사 임직원과 외부 전문 위원들이 참여해 롯데 기업문화 전반을 점검하고 개선해나가는 조직이다. 상설조직으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관심도 각별하다. 이곳에선 현장에서 제기하는 다양한 요구와 개선 사항들을 논의하고, 정책화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롯데 기업문화위원회는 약 700여 가지 정책을 시행했다. 전 계열사 유연근무제 도입과 사내 벤처프로젝트, 남성 의무 육아휴직 활성화, PC오프제 전사 도입 등 롯데의 대표적인 기업문화 혁신 사례가 모두 위원회의 작품이다. 분기별로 롯데의 각 사업장을 돌아보기도 한다. 자칫 탁상공론에 매몰될 수도 있어서다. 이에 따라 지방에 있는 롯데 사업장에서 위원회를 개최해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한다.

◇ 신입사원 발목잡는 학자금 대출도 해결 

올해 롯데그룹의 기업문화 혁신 캐치프레이즈는 '일하고 싶은 회사'다. 그 일환으로 한국장학재단에서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을 받은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입사 후 발생하는 대출 이자를 전액 지원키로 했다. 롯데는 이를 통해 신입사원들이 빚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덜고 또 애사심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계열사별로 다르게 운영하고 있는 출산·육아 관련 복지제도를 그룹 차원으로 확대 운영키로 했다. 이를 위해 둘째 자녀 이상 출산 시 축하금 200만원과 함께 유치원 학자금을 월 10만원씩 2년간 지원한다. 또 현재 직장 어린이집 의무 설치 기준을 500인 이상에서 자발적으로 300인 이상으로 강화키로 했다. 현재 25개 계열사에서 운영 중인 직장 어린이집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 기업문화위원회가 중점을 두는 핵심 가치는 일과 가정의 양립, 워라벨 문화 확산, 일하는 자세 혁신이다. PC오프제는 물론 업무시간 외에 모바일을 이용한 업무지시를 금지하는 '모바일 오프 캠페인', 초과 근로에 대해 휴가로 보상하는 '근로시간 저축 휴가제' 등도 모두 이런 맥락에서 나온 정책들이다.

반응도 매우 좋다. 지난해 임직원 4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PC오프제는 응답자의 90%가 만족스럽다고 답했다. '모바일 오프 캠페인'의 경우 응답자의 76%가 캠페인 이후 상사의 연락이 줄었다고 응답했다. '근로시간 저축 휴가제'도 작년에만 4000여 명이 활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밖에 롯데는 총 100억원을 투자해 95개소의 업무 공간과 휴게 공간을 개선해 임직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 여성·가정에 방점…'워라벨' 현실화

롯데의 기업문화 혁신이 대외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계기는 남성 의무 육아휴직제도다. 지난 2017년 롯데는 대기업 최초로 남성 의무 육아 휴직제도 도입을 발표했다. 처음엔 모두들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롯데는 전 계열사 임직원에게 남성 의무 육아휴직제도 사용을 독려했고, 이제는 롯데의 대표적인 기업문화 혁신 사례가 됐다. 지금까지 이 제도를 이용한 사람이 3500명이 넘는다는 사실은 이제 롯데에 남성 의무 육아휴직 제도가 확실하게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롯데는 국내 대기업 중 여성의 비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롯데의 주력사업 상당수가 여성들이 많이 근무하는 직종이어서다. 그렇다 보니 여성과 가정이 안정돼야 롯데도 성장할 수 있다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롯데가 기업문화 혁신의 근간에 여성과 가정을 두는 이유다. 2013년 국내 대기업 최초로 구성원들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차별을 철폐하는 '다양성 헌장'을 명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남성 의무 육아휴직은 가정에 방점을 찍은 대표적인 제도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그룹 내 여성 인재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사진은 지난 2017년에 있었던 신 회장과 여성 임원들과의 간담회 모습.

여성 간부 리더십 교육과 여성육아휴직 기간 확대, 육아휴직자 복직 프로그램은 물론 여성 인재라면 누구나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할 수 있도록 한 자동육아휴직도 롯데의 대표적인 기업문화 혁신 사례다. 특히 자동육아휴직은 지난해 사용 비율이 95%를 넘어설 정도로 여성 임직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여성 친화적인 정책 덕분에 현재 롯데의 신입사원 중 여성의 비율은 40%를 넘어서고 있다. 전체 임직원 중 여성의 비율도 30%를 웃돈다. 여성 임원수도 36명에 달해 첫 여성 임원을 배출한 2012년과 비교해 7년 만에 12배나 늘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여성과 가정, 일이 기업문화 혁신의 중심"이라며 "문화가 바뀌어야 기업이 더 성장한다는 사실에 모든 구성원들이 공감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라고 강조했다.

혁신(革新). 묵은 제도나 관습, 조직이나 방식 등을 완전히 바꾼다는 의미다. 과거 한국 기업들은 치열한 변화를 통해 성장을 이어왔고, 유례를 찾기 힘든 역사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 성장공식은 이미 한계를 보이고 있다. 성장이 아닌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로 몰리고 있다. 비즈니스워치가 창간 6주년을 맞아 국내외 '혁신의 현장'을 찾아 나선 이유다. 산업의 변화부터 기업 내부의 작은 움직임까지 혁신의 영감을 주는 기회들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새로운 해법을 만들어 내야 하는 시점. 그 시작은 '혁신의 실천'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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