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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H&B 대세인데…화장품 로드숍을 어찌할꼬

  • 2019.07.31(수) 14:22

아리따움·토니모리 가맹점주들 생존권 보장 요구
LG생건·아모레, 온라인몰 폐쇄·수익 분배 등 대안
화장품 기업들 '이러지도 저러지도' 깊어지는 고민

그동안 국내 화장품 시장을 이끌던 로드숍들이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화장품 기업들이 최근 소비 트렌드에 맞춰 온라인과 헬스앤뷰티(H&B)스토어 등으로 판매 채널을 계속 확대하고 있어서다. 

그러면서 화장품 기업 본사와 로드숍 가맹점주들 간 갈등의 골이 계속 깊어지고 있다. 로드숍 가맹점주들은 본사 차원에서 더 적극적으로 상생을 위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화장품 기업들은 온라인몰을 아예 폐쇄하거나 온라인 판매 수익을 로드숍과 분배하는 등의 대안을 내놓고 있긴 하지만 온라인화라는 대세를 거스를 순 없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최근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 제품을 한 데 모아 판매하는 아리따움과 에뛰드, 이니스프리 등 개별 브랜드 로드숍 가맹점주들이 본사 앞에서 '아모레퍼시픽의 수익독점 규탄 및 상생 촉구' 집회를 열었다.

가맹점주들은 아모레퍼시픽이 본사 온라인 직영몰에서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는 데다 아리따움에서 취급하는 제품을 H&B스토어 1위 사업자인 올리브영에 입점시키면서 로드숍의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화장품 기업 토니모리의 로드숍 가맹점주들도 지난 3월 본사 앞에서 상생안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 역시 온라인몰에서 매장 할인가격보다 더 저렴하게 제품을 판매하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도 토니모리와 같은 이유로 지난해 10월 가맹점주들이 집회를 열었다. 화장품 로드숍 가맹점주들은 공통적으로 본사가 온라인 직영몰을 통한 판매를 확대하면서 경영난을 더 심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 채널을 통한 화장품 매출은 매년 급증하고 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화장품 분야 온라인 거래 규모를 살펴보면 지난 2016년 1조 1291억원에서 지난해 9조 8404억원으로 3년 사이에 무려 88%나 급증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온라인 채널을 이용하면 집이나 회사에서 간편하게 주문이 가능한 데다 할인쿠폰과 이벤트도 다양해 로드숍보다 훨씬 더 저렴하게 화장품을 구입할 수 있다. 화장품 브랜드들 역시 대세로 자리잡은 온라인 채널을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화장품과 함께 다양한 건강물품을 판매하면서 몸집을 키우고 있는 H&B스토어의 존재도 위협이다. 실제로 H&B스토어의 시장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는 반면 개별 브랜드별 로드숍은 급감하는 추세다.

H&B스토어의 매출은 지난 2016년 1조 3020억원에서 지난해 2조원대로 껑충 뛰었다. 반면 브랜드 로드숍은 2016년 2조 811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17년 2조 290억원, 지난해 1조 7000억원 등으로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매장 수만 봐도 확연한 차이가 난다. 지난 2016년 5643개에 달하던 브랜드 로드숍은 지난해 5200여 개로 줄었다. 반면 H&B스토어는 2016년 1011개에서 지난해 1420개로 늘었다.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한 데 모아놓은 H&B스토어가 계속 확장에 나서면서 로드숍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구조다. 

가맹점주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화장품 기업들도 본사 차원에서 어쩔 수 없이 대안을 꺼내놓고 있다. 먼저 LG생활건강은 고심 끝에 지난달 더페이스샵과 네이처컬렉션 온라인몰을 폐쇄하는 강수를 두면서 가맹점주들의 비판 여론을 잠재웠다.

아모레퍼시픽은 온라인몰과 오프라인 로드숍을 연계해 수익을 분배하는 방안을 꺼내들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1일부터 이니스프리 브랜드에 '마이숍'을 도입했다. 고객이 온라인몰에서 단골 매장을 등록하면 해당 고객이 온라인으로 구입한 금액에 따라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수익을 분배하는 방식이다. 아모레퍼시픽은 고객들의 마이숍 등록을 유도하기 위해 최초 등록 시 5000원의 할인쿠폰을 제공하는 등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토니모리 역시 아모레퍼시픽처럼 온라인몰은 그대로 가져가는 방향으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가맹점주들은 장기적으로 로드숍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고객들의 꾸준히 오프라인 매장을 찾을 수 있도록 가격정책을 차별화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로드숍 가맹점주는 "당장 온라인몰을 폐쇄하거나 수익을 분배해봤자 다른 종합뷰티몰이나 e커머스 등 온라인 쇼핑몰과는 경쟁이 안 된다"면서 "다른 판매채널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본사 차원에서 로드숍에 대한 공급가를 낮추고 오프라인에선 단일 매장에서만 구입할 수 있도록 판매 정책을 바꿔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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