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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리보세라닙'을 둘러싼 두 가지 시선

  • 2019.10.04(금) 13:50

글로벌 임상3상 1차 평가지표 달성은 실패
위암 4차 치료 OS 및 PFS 등 통계적 유의성 확보
24일 FDA 허가 사전미팅서 결론 '주시'

최근 잇단 악재로 힘겨워하던 바이오 업계에 단비 같은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국내 바이오 벤처인 에이치엘비(HLB)의 표적 항암 신약 '리보세라닙'에 대한 글로벌 임상3상 결과 때문입니다.

임상3상은 위암 2차 이상 표준 치료에 실패한 환자 46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는데요. 지난 6월 탑라인(초기결과) 발표 때는 1차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해 임상실패라는 여론이 돌아 주가 하락 등 곤욕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발표한 최종결과에서 반전을 이뤄냈습니다.

자회사인 엘리바가 유럽종양학회에서 임상결과를 발표한 지난달 30일부터 현재까지 주가는 끝없이 치고 오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HLB는 자체적으로 '성공적 임상'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찬반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임상 결과에 중요한 판단기준이 되는 전체생존기간(Over Survival) 때문입니다. 암 환자들의 경우 생존에 시각을 다투는 만큼 항암제 신약의 효과성을 판단합니다. 이 때문에 치료시작부터 사망에 이르는 전체생존기간이 중요한 지표가 되는데요. 리보세라닙의 경우 1차 유효성 평가지표는 전체생존기간인겁니다.

리보세라닙의 OS는 전체생존기간이 5.8개월로 위약 5.1개월과 비교했을 때 격차는 0.7개월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경쟁 약물인 론서프는 2.1개월, 사이람자 1.4개월, 옵디보 1.2개월입니다. 리보세라닙은 1차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셈입니다. 당시 임상 실패설까지 돌면서 주가도 큰 타격을 받았는데요.

그런데 이번 최종 임상결과 발표에 동아줄 같은 소식이 담겼습니다. 전체 환자 중 40%에 달하는 위암 4차 치료 환자들에서 전체생존기간이 6.3개월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위약의 OS인 4.7개월보다 월등히 앞서는 수치입니다.

또 3차 치료 이상 환자들에서 리보세라닙의 무진행 생존기간(Progression Free Survival)은 위약 1.8개월 보다 긴 2.8개월로 나타났는데요. 암은 진행 정도에 따라 완치가 어려운 만큼 무진행 생존기간이 간접적으로 생존기간 연장을 증명하기도 합니다.

결국 탑라인에서 가장 중요한 OS 1차 평가지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최종 결과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한 겁니다. 이 때문에 HLB측은 FDA 신약 허가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데요. 얀센의 항암제 트라벡테딘(상품명 욘델리스)도 임상 3상에서 OS가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PFS가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해 허가를 받은 선례가 있어서입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순 OS나 PFS와 같은 통계적 유의성 외에 구체적으로 임상적 유의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평가지표인 OS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허가가 어려울 수 있다"며 "자세한 건 기존 신약들과 비교해 임상적으로 유의성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과거 10여 년간 FDA 임상심사관을 맡았던 국내 한 약대 교수는 "통계적으로 평가지표에 도달하지 못했더라도 임상적으로 유의성이 인정되면 FDA 허가가 가능하다"라고 말해 4차뿐만 아니라 3차 치료제 허가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습니다.

결국 드러난 OS와 PFS 결과외에 세부 임상결과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게 핵심인데요. 만약 FDA 허가가 이뤄질 경우 국내에서는 최초 글로벌 항암제가 탄생하게 됩니다. 하지만 허가에 실패할 경우 바이오 업계가 다시 암흑기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오는 24일로 예정된 FDA와의 신약 허가신청 사전미팅(pre-NDA) 결과를 기다려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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