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그룹이 30대 젊은 피를 계열사 CEO로 선임했다. 윤성대 이랜드파크 대표이사가 주인공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윤 대표에 이어 이랜드파크의 주요 보직 임원들도 30대 중초반 인물들로 채웠다. 이랜드파크의 체질 개선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이랜드그룹이 윤 대표를 선임한 것은 현재 이랜드그룹이 진행 중인 재무구조 개선 작업과 궤를 같이 한다. 젊은 피를 앞세워 이랜드파크의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그만큼 그룹에서 윤 대표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윤 대표가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 이랜드의 화두는 '재무구조 개선'
이랜드그룹은 이화여대 앞 옷 가게에서 출발했다. 그룹의 모태가 패션업이다. 이랜드그룹은 패션업을 중심으로 유통과 외식, 호텔 및 레저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그룹의 중점을 '의식주휴미락' 등 6대 사업으로 꼽고 있다. 이중 이랜드월드의 패션사업과 이랜드리테일의 유통업이 그룹 전체의 실적을 좌우하는 구조다.
하지만 무리한 사업 확장과 경기침체에 따른 패션 사업의 부진이 겹치면서 이랜드그룹의 재무구조가 나빠지기 시작했다. 지난 2013년 이랜드그룹의 부채비율이 398.6%에 달할 정도였다. 이에 따라 이랜드그룹은 대대적인 사업 구조조정과 고강도 재무구조 개선에 주력했다. 주력 브랜드 매각은 물론 계열사들의 비용 절감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랜드그룹은 티니위니, 모던하우스, K·SWISS 등 핵심 브랜드들을 대거 매각했다. 그룹 차원에선 뼈아픈 결정이었지만 악화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시장의 평가는 좋았다. 당초 이랜드그룹의 고강도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의구심을 품었던 시장은 이랜드그룹이 보여준 숫자에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실제로 이랜드그룹의 지난 1분기 부채비율은 168%로 뚝 떨어졌다.
이랜드그룹은 현재 주력 계열사들에 대한 고강도 재무구조 개선 작업은 일정 부분 일단락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향후에는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 해외시장 공략을 통해 내실 다지기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아직 손을 봐야 할 계열사들이 남아있다. 특히 그룹에서 미래 먹거리로 꼽고 있는 호텔 및 레저 부문 계열사들의 경우 여전히 재무 상황이 좋지 않다.
◇ 윤성대 대표에게 거는 기대
이랜드그룹이 윤성대 이랜드파크 CFO를 CEO로 선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윤 대표는 81년생으로 올해 38세의 젊은 피다. 윤 대표 선임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에선 놀랍다는 반응이다. 30대의 젊은 피를 그룹의 핵심 계열사 대표로 선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윤 대표의 그간 이력을 살펴보면 그룹이 윤 대표에게 기대하는 바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다.
윤 대표는 2006년 이랜드에 입사해 그룹 전략기획실 전략기획, 그룹 인사총괄실 미래 인재전략팀장, 이랜드중국 아동 사업부 브랜드장을 거쳐 작년부터 이랜드파크 CFO로 일해왔다. 주로 전략과 재무 파트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윤 대표가 이랜드파크의 CEO로 낙점을 받은 데는 그가 CFO로 있으면서 재무구조 개선에 큰 성과를 냈던 것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랜드파크는 지난 7월 외식사업 부문을 분할해 이랜드이츠를 출범했다. 이 과정에서 윤 대표는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에스지프라이빗에쿼티(SG PE) 컨소시엄으로부터 1000억원을 조달했다. 윤 대표가 조달한 1000억원은 이랜드이츠의 차입금 상환에 쓰였다. 이를 통해 이랜드이츠는 무차입 경영이 가능하게 됐다. 재무 건전성을 확보한 만큼 향후 행보가 한결 자유로울 수 있는 조건을 만든 셈이다.
실제로 이랜드이츠는 외부자본 유치의 조건으로 오는 2023년까지 기업공개를 진행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SG PE에 엑시트 기회를 부여하고, 이랜드이츠도 시장에서 실탄을 확보할 기회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 전략으로 평가된다. 윤 대표가 만든 기반을 바탕으로 이랜드이츠는 향후 내실 강화에만 주력할 수 있게 됐다.
◇ 넘어야 할 산은
이랜드그룹은 윤 대표를 선임하면서 이랜드파크에도 힘을 실어줬다. 이랜드그룹은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으로 이랜드파크에 600억원을 증자키로 했다. 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이 각각 306억원, 294억원을 출자한다. 이랜드파크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실탄을 이랜드파크와 자회사 재무구조 개선에 사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랜드파크의 신임 대표로 올라선 윤 대표의 어깨가 가벼운 것만은 아니다. 우선 이랜드파크 자회사들의 재무 구조가 매우 좋지 않다. 이랜드파크는 켄싱턴호텔·리조트와 한국콘도 등의 브랜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자회사로 이월드와 애월국제문화복합단지, 예지실업, 이랜드크루즈 등을 거느리고 있다. 문제는 이들 자회사들의 재무 구조가 극도로 좋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경기도 포천에 있는 베어스타운을 운영하는 예지실업은 작년 기준 부채비율이 4354.4%에 이른다. 이랜드크루즈, 투어몰, 와팝 등은 자본잠식 상태다. 그동안 이랜드파크는 이랜드월드에서 자금을 차입해 자회사에 투입해왔다. 하지만 이들 자회사들의 실적이 계속 저조하다 보니 이자비용이 늘면서 재무구조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윤 대표가 해결해야 할 가장 첫 번째 과제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랜드그룹이 30대 CEO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그만큼 윤 대표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면서 "현재 이랜드파크 자회사들의 재무구조가 심각한 상황인 만큼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그에게 주어진 숙제"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