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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혈투]①골리앗이 된 다윗

  • 2019.12.10(화) 09:55

온라인 시장, 20년만에 3조에서 113조 '껑충'
저렴한 가격·빠른 배송으로 소비자 끌어들여
기존 대형 유통업체들도 온라인 투자 '사활'

올 한해 유통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온라인의 급부상과 오프라인의 쇠락이다. 소비 트렌드가 급격하게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오프라인 업체들은 갈수록 고전하고 있다. 특히 쿠팡, 마켓컬리와 같은 온라인 대표주자들이 급성장하면서 기존 유통 판 자체를 흔들고 있다. 수세에 몰린 오프라인 업체들도 반격에 나섰다. 올해 국내 유통업계의 현황과 전망을 짚어본다. [편집자]

"온라인 유통이 새로운 유통 채널로 부상한 점을 감안해 6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거래액을 포함했습니다." (2016년 7월, 산업통상자원부)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가 매달 발표하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온라인 업체들이 포함되기 시작한 건 지난 2016년이다. 정부가 이베이코리아나 11번가, 쿠팡 등을 이마트나 롯데백화점 같은 기존 유통기업들과 함께 주요 업체로 '인정'해준 게 겨우 3년 전이라는 의미다.

통계청이 지금은 이름도 생소한 '사이버 쇼핑'을 '온라인 쇼핑'으로 부르기 시작한 시기도 고작 5년 전이다. 통계청은 지난 2014년 1분기 온라인 쇼핑 동향을 발표하면서 "통계 명칭을 현실화하기 위해 이름을 변경했다"면서 "온라인 소비 형태 변화에 대응해 통계를 개선·발전시키겠다"라고 설명했다. 유통업계의 무게 중심이 '온라인'으로 확연하게 쏠리고 있는 지금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불과 3~5년 전 유통업체로 공식(?) 인정받은 온라인이 이젠 명실상부한 '대세'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온라인에 기반을 둔 쿠팡이나 마켓컬리 등은 놀라운 속도로 몸집을 불리고 있고, 롯데나 신세계 등 기존 오프라인 업체들 역시 온라인 사업에 수 조원을 쏟아붓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국내 유통업계에 '온라인 시대'가 도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온라인, 시작은 미미했다

국내에서 이른바 전자상거래 시장이 제대로 열리기 시작한 건 지난 1996년이다. 인터파크와 롯데닷컴이 그해 6월 1일 같은 날에 문을 열며 이른바 '전자상거래' 시장을 개척했다. 이후 신세계닷컴과 예스24, 옥션 등이 줄줄이 뒤를 이으며 시장을 키워왔다.

다만 온라인 업체들이 등장하자마자 소비자들을 빠르게 끌어들였던 것은 아니다. 정반대로 수년간 고난의 길을 걸어야 했다. 거래 규모 자체가 작았던 데다 대부분 업체들이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고, 소비자들의 신뢰도 얻지 못했다.

전자상거래 시장이 열린 지 10주년이 되던 해인 2006년 G마켓과 인터파크가 함께 발표한 '인터넷쇼핑몰 10대 뉴스'를 살펴보자. 첫 번째 뉴스에는 인터넷쇼핑몰이 지난 10년간 13조원가량으로 커졌고, 앞으로 더 성장할 것이란 희망을 담았다.

그리고 두 번째가 바로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소비자 신뢰 회복'에 노력하고 있다는 뉴스였다.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배송, 환불 등의 문제나 소위 '짝퉁' 등 위조상품 거래를 방지하기 위해 업체들이 노력하고 있다"라는 내용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는 게 온라인 업계의 가장 큰 화두였던 셈이다.

신세계 SSG닷컴 물류센터.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롯데나 신세계 등 기존 유통 강자들도 일찌감치 온라인에 진출하긴 했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미래에 성장 가능성이 있는 신사업쯤으로 여길뿐 존재감이 크지는 않았다. 당장 10년 뒤 이 시장이 대형마트와 백화점이라는 오프라인 영역을 뒤흔들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못했다.

◇ 쿠팡맨의 등장과 '배송 혁명'

당시 업계 선두권이던 G마켓과 옥션 등은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했고, 이런 노력을 발판으로 온라인 시장은 점차 빠르게 성장해 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01년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3조원가량에 불과했는데 2010년에는 25조원을 넘어섰다.

그리고 이때쯤 온라인 유통업계는 다시 한번 '전환점'을 맞게 된다. 지난 2010년 탄생한 쿠팡이 2014년쯤 도입한 '쿠팡맨'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 쿠팡의 배송직원을 일컫는 '쿠팡맨'들은 소비자들에게 손 편지를 써주거나 장문의 친절한 문자를 남기는 등 전에 없던 서비스로 배송 시장의 혁신을 불렀다.

이후 이커머스 업체들은 '친절한 배송 서비스'를 기본으로 장착하기 시작했다. 아울러 익일배송이나 당일배송, 새벽배송 등 배송 속도를 꾸준히 높이면서 소비자들을 더욱 빨리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이제 소비자들은 온라인 쇼핑은 가격이 싼 데다 물건도 신뢰할 수 있고, 배송 역시 믿을만한 채널로 인식하게 됐다. 덕분에 온라인 시장 규모는 갈수록 커지면서 지난해 무려 113조원을 넘어섰다.

이 추세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말 산업부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주요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성장률은 최근까지 매년 10%를 웃돌면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오프라인의 경우 지난 2016년 4.5%에서 2017년 3.0%, 2018년 1.9%로 바닥을 향해 가는 모습이다.

◇ 롯데·신세계도 '온라인으로'

이에 따라 기존 유통업계 강자들의 마음은 더욱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너도나도 온라인 강화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롯데는 이커머스 사업에 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했고, 신세계도 1조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온라인은 오프라인 시장의 풍경을 바꿔놓기도 했다. 오프라인의 대표주자인 대형마트들은 올해 내내 초저가 전략을 써야만 했다. 당장 수익성을 추구하기보다는 마진을 낮춰서라도 소비자들을 끌어들여야 하는 절박함이 반영된 전략이다.

국내 오프라인 업계의 선두 업체로 여겨지는 이마트가 지난 2분기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기록한 '사건'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이는 단순히 특정업체가 일시적으로 장사를 못한 결과라기보다는 오프라인 유통업계 전반의 침체를 보여주는 상징으로 여겨졌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해온 것은 수년 전부터 지속해온 현상"이라며 "다만 최근 들어 대형마트 등이 눈에 띄게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 온라인 시장의 성장세를 더욱 두드러지게 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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