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새책]내 꿈은 '접영 잘 하는 할머니'

  • 2020.06.17(수) 14:11

이서현 작가 '거북이 수영클럽' 출간

'거북이 수영클럽'(자그마치북스)은 취미로 수영을 배우면서 느낀 점을 담은 에세이다.

현직 기자 출신 작가 이서현은 3년간 헤엄을 배운 수영인이지만 아직 접영은 떼지 못했다. 그는 삽십대 갑자기 찾아온 허리 디스크와 갑상선암을 계기로 수영이 최고의 생존비법인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속도보다 방향이, 잘하는 것보다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작가가 기억하는 첫 수영 수업 풍경은 이렇다.

"우리 오늘은 아무것도 안 할 거예요. 레인을 따라 한 바퀴 쭉 걸어갔다 오시구요. 그다음에는 그냥 다 같이 물에 둥둥 떠 볼 거예요."

선생님의 말에 수강생들 모두 앞 사람의 등을 보며 느릿느릿 수영장을 한 바퀴 돌았다. 다리에 기분 좋게 감기는 물을 느끼며 레인을 걷는 할머니들처럼. 그다음엔 물을 이불 삼아 물 위에 엎드렸다. 아, 물 위에 떠 있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저자는 본인이 '거북이 수영클럽'에 가입한지도 모르는 수영반 동료들을 세심히 관찰해 기록했다. 마치 대회에 출전한 수영 선수처럼 물속에서 앞 구르기를 해 턴을 하는 플립턴을 연습하는 70대 할머니, 순위보다 완주를 목표에 두고 수영대회에 참여해 '6위'에 오른 학생, 100세가 넘어 수영 유망주를 꿈꾸는 할아버지 등이다.

수영 진도가 잘 나가지 않지만 수영클럽 선생님의 말은 큰 위로가 된다. 수영장 밖에서도 말이다.

"아마추어가 킥판 잡고 하는 게 뭐 어때서요. 회원님 인생에서 앞으로 킥판 안 잡고 수영할 날이 더 많아요." "레인에서 가장 느리게 수영하는 사람보다 더 느리게 간다고 생각하고 해 보세요."

수영을 배우고 싶은 '수린이'라면, 인생이라는 '레인'에서 홀로 뒤처졌다고 느끼는 독자라면 공감할 내용이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의 작가 황선우는 "이서현이 바라보는 수영과 삶은 닮았다"고 추천사를 썼다.

황 작가는 "일상이라는 저항이 몸을 가로막지만, 그 속에서 자신만의 발차기와 스트로크에 집중해야 한다"며 "가쁜 숨을 고르며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 기적처럼 물속을 날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러기를 응원하게 된다"고 전했다.

'접영을 잘 하는 할머니가 되는 것'이 꿈인 작가 이서현의 인생이 궁금하다면 일독을 권한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