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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GC, 북미 시장의 벽은 너무 높았다

  • 2020.07.22(수) 11:21

스페인 ‘그리폴스’에 계열사 2곳 5500억원 규모 매각
손실 확대 지속에 재무건전성 확보 등 ‘선택과 집중’
"하반기 IVIG 미국 허가 신청 등 북미 진출은 계속"

GC(녹십자홀딩스)가 해외 계열사를 묶어 패키지로 매각했습니다. 북미 시장을 겨냥해 설립했던 혈액제제 북미 생산법인 GCBT(Green Cross Bio Therapeutics)와 미국 혈액원 사업회사 GCAM(Green Cross America)를 세계 최대 혈액제제 회사인 스페인 ‘그리폴스(Grifols)’에 매각하기로 한 건데요.

GC 계열사인 GCNA(Green Cross North America)가 보유하고 있던 GCBT 지분 53.40%와 GCBT가 보유하고 있던 GCAM 지분 74.07%와 녹십자가 보유 중이던 나머지 지분 25.93%을 전량 매각키로 했습니다. GCNA 지분은 GC와 녹십자가 각각 53.15%, 46.85%를 보유 중입니다.

매각 규모는 기업가치 기준으로 4억 6000만 달러, 한화 약 5520억 원에 달합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체결한 인수합병 중 두 번째로 큰 규모입니다. 제일 컸던 것은 1조 3000억 원에 달했던 한국콜마의 CJ헬스케어 인수였습니다.

이번 매각으로 GC는 사실상 북미 시장 진출에 실패했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 됐습니다. GC는 2014년 북미와 중국 시장 진출을 목적으로 GCBT를 설립했는데요.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에 총 설비투자(CAPEX) 2억 5000만 캐나다달러(약 2200억 원)를 들여 2017년 혈액제제 생산공장 준공을 마쳤습니다.

당시 2020년에 공장 상업 가동이 목표였지만 현지 바이오 생산공정 전문인력 부족으로 지난 2018년부터 본사로부터 인력·기술 지원을 받으며 북미 시장의 장벽을 넘기 위한 힘겨운 싸움을 이어왔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인 손실로 부담은 점점 커졌습니다. 여기에 올해 초 불거진 코로나19의 장기화로 항공로가 끊기는 등 상업 가동을 할 수 없는 상황까지 더해지면서 북미 진출 거점을 철수할 수밖에 없게 된겁니다.

GCAM를 포함한 GCBT의 연결재무제표를 살펴보면 지난해 총 자산은 3000억 원 수준입니다. 그러나 부채가 자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1701억 원에 달합니다. 당기순손실도 397억 원이었습니다. 게다가 GCAM은 1140만 달러, GCBT는 8000만 캐나다달러의 대출 상환 부담을 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매각으로 이런 부담을 해소할 수 있게 됐습니다.

북미 시장 거점을 안착시키는 데는 실패했지만 이번 매각 결정은 긍정적인 측면이 큽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재무건전성을 확보했다는 점입니다. 전체 매각 규모에서 순부채 등을 제외하면 실제로 GC에서 획득할 매각 대금은 3800억~3900억 원 수준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GC의 손익에 악영향을 끼쳐온 요소가 해소됐으니 지속적인 손실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습니다.

또 GC가 북미 거점을 철수하기는 했지만 북미 시장에서 아예 발을 빼는 건 아닙니다. GC는 그동안 북미 거점으로 이원화돼 있던 구조를 녹십자로 일원화해 북미 혈액제제 사업을 가속화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2016년 2배 증설을 마친 오창공장 가동률을 높이는 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올해 4분기에는 미국에서 정맥주사용 면역글로불린(IVIG) 10%의 허가 신청을 앞두고 있어 빠르면 내년 말 허가를 받아 미국 매출도 본격화될 전망입니다.

이번 매각은 GC가 선택과 집중을 위해 신속하게 대응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GCBT는 2017년 공장을 완공하면서 본격적인 상업생산을 기대했지만 현지 생산인력‧기술 수준 미흡으로 3년이 지난 현재까지 상업용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캐나다 혈액제제 공장의 상업 가동은 기약이 없는 상황이었죠.

GCBT의 자회사인 GCAM은 지난해 미국 텍사스주와 캘리포니아주에 혈액원을 설립한 데 이어, 지난 1월 미국에 신규 혈액원을 개원한 바 있습니다. 원래는 올해 두 곳의 혈액원을 추가 설립할 계획이었지만 지속적인 투자 속에서도 손실은 계속 늘어나고 있어 속만 태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세계 최대 혈액제제 기업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기업가치에 맞는 금액까지 제시하니 GC 입장에서는 얼마나 반가웠을까요.

GC 관계자는 "이번 계열사 매각은 중장기 전략과 재무적 관점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며 "사업 여건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고려해 선제적인 조치로 내실을 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GC 입장에서는 북미 거점 확보에서는 한 발 물러선 모양새가 됐지만 그렇다고 모든 기회를 잃은 것은 아닙니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혈액제제들의 미국 허가를 통해 한 단계씩 북미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높여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이번에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좀 더 사업을 집중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됐습니다. GC의 신속한 대응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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