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지주가 출범 3주년을 맞았다. 변화를 강조해오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그룹의 2인자였던 황각규 전 부회장을 퇴진시키고 이동우 대표를 앞세워 '뉴롯데'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 쌍두마차, '삼두마차'로 업그레이드
롯데지주는 지난 2017년 10월12일 롯데제과를 중심으로 4개 상장 계열사의 투자부문의 합병을 통해 출범했다. 지난 3년 동안 롯데의 경영은 실질적으로 황각규 전 롯데지주 부회장이 이끌어왔다.
각종 소송과 승계 문제로 경영활동에 제약을 받던 신동빈 회장을 대신해 롯데를 이끌던 황 전 부회장은 그룹의 인수합병을 주도해 기초를 다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신 회장이 구속됐던 기간 동안 실질적으로 롯데그룹을 이끌며 안정적인 경영능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최근 신 회장이 경영 최전선에 직접 나서기 시작하면서 황 전 부회장의 입지가 흔들린다는 평가가 나왔다. 여기에 롯데그룹 오너일가의 횡령 및 배임 행위를 도운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으면서 경영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게 됐다. 롯데그룹의 전반적인 실적악화에 따른 책임문제도 불거졌다.
이같은 흐름이 표면위로 드러난 것은 지난해 말 인사였다. 유일한 2인자였던 황 부회장의 옆자리에 송용덕 부회장이 오면서 투톱 제쳬가 만들어졌다. 황 전 부회장의 보고를 기반으로 그룹을 관리하던 신 회장이 직접 경영 전반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 이 시기다.
결국 지난 8월 이사회를 통해 황 전 부회장의 퇴진이 결정됐다. 굵직한 인사는 연말에 집중하던 롯데가 연중 대표의 퇴진인사를 낸 것은 이례적이었다.
◇ 신동빈 좌우에 송용덕·이동우
황 전 부회장이 퇴진했지만 혼란은 길지 않았다. 신 회장은 곧바로 이동우 전 롯데하이마트 대표를 지주 대표로 앉히고 빠르게 정비에 나섰다. 새롭게 구성된 롯데지주의 중심에는 신 회장이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 회장 취임으로 한·일 양측 롯데를 모두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계열사 지분 상속까지 마무리되면서 그룹 내 1인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신 회장은 그룹을 4개 BU(Business Unit)의 책임경영체제로 전환했다. 롯데그룹은 지난 2017년 조직개편을 통해 식품BU와 유통BU, 화학BU, 호텔&서비스BU 등 4개 BU체제로 구성됐다. 하지만 지주의 역할이 너무 크고 각 BU간의 알력 문제도 심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신 회장은 사업현안은 BU가 직접 챙기고 지주는 '뉴롯데' 완성을 위한 인수합병과 신사업 발굴 등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재편했다.
이어 송용덕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이 신 회장의 최측근이 됐다. 송 부회장은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의 마지막 퍼즐인 호텔롯데 상장을 책임지고 있다. 롯데호텔의 개점과 함께 한 호텔 전문가다. 최근 호텔롯데는 '상장TF'를 다시 꾸리고 증시 상장을 다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롯데의 상장은 그동안 롯데그룹의 고질적인 문제인 일본과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신 회장의 지배력도 높이는 승부수다.
아울러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가 새롭게 전면에 나섰다. 이 대표는 임무는 '실적 개선'이다. 롯데하이마트 대표를 지내면서 보여준 호실적이 신 회장의 전폭적인 신임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이 대표는 1986년 롯데백화점에 입사한 뒤 롯데의 유통계열사를 거치며 내공을 다져온 경영전문가다. 지난 2017년 '갑질횡포' 논란으로 사의를 표명한 바 있지만 이사회가 절대적인 신임을 보여준 바 있다.
이 대표의 가장 시급한 현안은 롯데온의 자리매김이다. 롯데온은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홈쇼핑·롯데닷컴·롯데하이마트·롯데슈퍼·롭스 등 롯데그룹 7개 유통사업부의 온라인 쇼핑몰을 한곳으로 모은 플랫폼이다. 치열한 온라인쇼핑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만큼 롯데온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유통 전문가로서 롯데쇼핑의 구조조정을 지원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롯데쇼핑은 올해 백화점, 마트, 슈퍼 등 718개 오프라인 점포 가운데 약 30%(200곳 이상)를 5년 안에 구조조정할 예정이다. 이미 상반기 50여 개 매장을 정리했고 하반기에도 약 70개의 매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불거질 각종 잡음들을 무난히 처리해야하는 것도 이 대표의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