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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 vs 메디톡스, 다시 미궁에 빠진 ‘나보타’ 전쟁

  • 2021.02.18(목) 12:56

대웅제약, ITC 결정에 '항소'…소송 장기화
업계 "승패 떠나 메디톡스 출혈 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보톡스 전쟁이 다시 미궁 속에 빠졌다. 두 회사의 보톡스 전쟁 결말의 핵심으로 꼽혔던 ITC(미국 국제무역위원회) 소송에서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의 21개월 수입금지 명령이 내려졌다. 이에 대웅제약이 항소하면서 보톡스 전쟁의 결과는 알 수 없게 됐다. 국내외 소송 결과는 끝까지 지켜봐야 하지만 업계는 승패를 떠나 메디톡스의 출혈이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ITC는 최근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수출명 주보)에 대해 미국 내 '21개월 수입 및 판매 금지 명령’을 내렸다. 두 회사는 ITC 결과에 대해 서로 유리한 입장을 담아 각기 달리 해석했다.

메디톡스는 ITC의 결정에 대해 그동안 자신들이 주장해왔던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영업비밀 도용이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ITC 의 명령으로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했다는 것이 입증됐다는 분석이다. 또 경기도 용인의 토양에서 균주를 발견했다는 대웅제약의 주장도 허위사실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반면 대웅제약은 ITC가 보툴리눔 톡신 개발 과정에서 부정한 행위를 했다는 점을 규명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당초 ITC는 예비결정에서 대웅제약에 균주 영업비밀 침해 10년, 공정기술에 대한 침해 21개월을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최종 결정에서는 공정기술에 대한 침해 21개월 처분만 인정됐다. 대웅제약은 이를 근거로 메디톡스가 주장하는 균주의 영업비밀 도용은 인정되지 않았으며 공정기술 침해에 대한 부분도 바로 잡겠다는 입장이다.

ITC의 최종 결정은 미국 현지시간으로 지난 15일부터 처분 내용이 발효될 예정이었다. 메디톡스는 ITC 결정이 국내 소송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완전히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대웅제약은 ITC 소송 결과에 즉각 항소했다. 이에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은 지난 15일 수입금지 명령 집행정지 관련 긴급 임시가처분 신청(emergency motion to interim stay)을 받아들였다. 현재 나보타는 미국에서 계속 판매 중이다.

대웅제약 입장에서는 미국 판매 21개월간 중지가 시행 될 경우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국내외에서 ‘나보타’의 입지가 커지고 있어서다. 대웅제약의 지난해 매출은 1조 554억 원으로 이 중 나보타가 504억 원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대웅제약은 미국 시장에 집중, 내수 시장에 큰 욕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메디톡신’의 허가 취소로 국내 매출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메디톡스는 이미 국내 허가 취소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엘러간에 기술수출한 보툴리눔 톡신 제제 'MT10109L'만이 재기할 수 있는 희망이다. 'MT10109L'는 올해 미국에서 임상 3상을 마치고 시판허가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메디톡스의 경우 'MT10109L'의 미국 시장 진출과 국내 소송이 걸린 만큼 ‘나보타’를 저지하는 데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메디톡스는 ITC 소송 결과로 국내 소송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소송은 대웅제약의 균주 도용 여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메디톡스가 승소할 경우 균주 도용에 따른 거액의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나보타’ 전쟁의 승패와 관계없이 메디톡스의 출혈이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ITC에서도 영업비밀 침해는 인정되지 않아서다. 또 소송과 별개로 허가자료 조작 등으로 메디톡신과 이노톡스가 국내에서 허가가 취소된 상태다. 두 제품은 메디톡스 매출의 50% 수준을 차지하는 주력 품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 모두 고액의 소송비용과 장기전으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지만 메디톡스의 경우 허가취소까지 더해져 타격이 더 크다”며 “특히 ITC에서 ‘나보타’의 영업비밀 침해가 인정되지 않은 만큼 국내 소송에서도 균주 도용 혐의가 밝혀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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