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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가 '안정'을 택한 진짜 이유는

  • 2021.10.06(수) 15:34

조용한 인사 단행…강희석 체제 이어져
실무진급 내부 수혈로 강 대표 짐 덜어줘
진짜 '태풍'은 이베이코리아 인수 이후일 듯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지난 2년간 '인사 태풍'을 겪었던 이마트가 이번에는 '안정'을 택했다. 강희석 이마트·SSG닷컴 대표 체제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신세계푸드·이마트24 등 주요 계열사 대표도 전원 유임됐다. 업계에서는 대규모 인수합병(M&A) 이후의 변화를 염두에 둔 결정으로 보고 있다. 동시다발적 변화에 따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인사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이베이코리아 합병 절차가 마무리된 후 추가 인사가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장수' 바꾸지 않은 이마트

신세계그룹은 최근 백화점·이마트부문 동시 인사를 단행했다. 백화점과 이마트가 동시에 인사를 진행한 것은 처음이다. 백화점부문은 신세계·신세계인터내셔날·신세계까사·백화점 등 5개 조직의 수장이 교체됐다. 차정호 현 신세계 대표가 백화점부문으로 이동했고, 손영식 전 신세계디에프 대표가 신세계의 새 수장이 됐다. 미래 준비와 핵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반면 최근 2년간 대규모 인사를 단행한 이마트는 소폭의 인사를 단행했다. 이마트는 지난 2019년 이갑수 전 대표를 강 대표로 전격 교체한 바 있다. 당시 부사장·상무·상무보 등 총 11명의 임원이 교체됐다. 지난해에는 강 대표가 SSG닷컴 대표직까지 겸임토록 했다. 이마트24·이마트에브리데이·신세계푸드 등 계열사 대표도 한꺼번에 바꿨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게 되면 이마트 플랫폼의 시장 점유율은 '톱 3'에 진입한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때문에 이번에도 이마트가 인사상 변화를 줄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많았다. 강 대표가 이마트와 SSG닷컴의 대표를 겸임하기에는 이마트의 이커머스 사업 규모가 너무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물론, 내년에는 SSG닷컴의 상장까지 예정돼있다. 다양한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따로 선임해 강 대표의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이마트는 변화보다 안정을 선택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대표이사 세대 교체 등 파격적 인사 혁신이 이어진 만큼 이번에는 조용한 인사를 할 필요가 있었다"며 "향후 다양한 분야의 외부 우수 인재를 적극 영입하는 등 내부 정비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변화, 정말 없었을까

이마트는 사업과 리더십을 한꺼번에 변화시키기는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올해에만 M&A에 4조3000억원을 쏟아부었다. SK그룹으로부터 야구단을 인수했고, SSG닷컴이 온라인 패션플랫폼 W컨셉을 인수했다. 6월에는 이베이코리아, 7월에는 스타벅스코리아 지분까지 손에 넣었다. 나아가 온라인 전환을 위해 4년간 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이마트는 이 과정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성수동 본사까지 매물로 내놨다. 또 자회사 SSG닷컴 상장을 통해서도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SSG닷컴은 최근 급성장 중이다. 2018년 88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1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마무리되면 실적이 더욱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가치도 성장했다. 현재 시장에서는 SSG닷컴의 기업가치가 10조원을 넘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강 대표 취임 이후 이마트는 지속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강 대표는 이와 관련된 업무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때문에 이마트의 강 대표 재신임은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분석이다. 다만 이마트는 강 대표의 '부담'을 덜어주는 변화를 줬다. 이마트 신동우, 황운기 상무 등 전략기획·인사 담당 임원들을 대거 SSG닷컴으로 이동시키면서다. 대표이사 변동은 없었지만 실무급 핵심 임원을 이동시켜 강 대표의 업무 부담을 덜어준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베이코리아 최종 인수 이후 추가적 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를 완전히 인수하려면 공정위의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기업결합심사는 무난히 통과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이마트와 컨소시엄을 이뤘던 네이버가 최종 불참하면서 독과점 이슈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 다만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를 고려한 인사를 당분간 미뤄둔 것이라는 설명이다.

'강희석 2기'의 미래는

인사상 안정을 택한 만큼 향후 이마트의 전략에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심축은 SSG닷컴을 중심으로 한 '옴니채널' 강화다. 옴니채널은 온·오프라인이 독립적으로 운영하던 유통망을 통합해 구매 경험을 제공하는 환경을 의미한다. 온라인에서 구매한 상품을 오프라인에서 픽업하는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옴니채널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전략이기도 하다.

이마트는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옴니채널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4월 SSG닷컴에서 주문한 애플 기기를 이마트 내 '에이스토어'에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 제품과 골프용품도 옴니채널 대상에 포함됐다. 인프라 확충도 한창이다. 이마트는 이마트·트레이더스 점포 내 소형 물류기지인 'PP센터'를 연내 120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일평균 주문 처리 건수도 평균 15만건까지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이마트 본사 전경. /사진=이마트

전문점의 효율화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마트는 강 대표 취임 직후 삐에로쇼핑·부츠 등을 철수시켰다. 올해는 이마트·트레이더스 외의 점포에 설치된 일렉트로마트·몰리스 등 전문점을 정리하고 있다. 대신 이마트·트레이더스 내 입점 전문점의 체험 요소를 극대화해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흩어져 있던 역량을 경쟁력 있는 점포로 집중시켜 전문점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해외 사업 육성과 포스트 코로나 시기에 대비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강 대표는 최근 미국 출장을 떠났다. 지난 3년간 인수한 굿푸드홀딩스·뉴시즌스마켓 등의 사업 현황을 점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 회사의 미국 내 매장 수는 50여 개 정도다. 또 미국은 현재 뉴욕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위드 코로나'를 점진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강 대표가 이를 직접 확인한 후 국내 사업 전략을 재구상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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