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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소상공인이 '방역패스'에 단단히 뿔난 이유

  • 2021.12.14(화) 06:50

"시설에 책임지우는 방식 한계 명백" 주장
정부, 오락가락 정책으로 스스로 신뢰 깎아
접종률이라는 ‘숫자’보다 ‘현실’에 집중해야

1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선별진료소에 시민들이 줄 서 있다. /사진=이현석 기자 tryon@

'위드 코로나'에 제동이 걸렸다. 일일 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7000명을 넘나드는 등 확산세가 잡히지 않아서다. 정부는 지난 6일 4주간의 '특별방역대책'을 내놨다. 사적 모임 제한을 강화하고, 식당과 카페 등 16개 업종에 '방역패스'를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특히 이번 주부터는 방역패스를 미준수하는 사업장이 과태료·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소상공인들의 반발은 이전보다 더 격하다.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는 지난 9월 기자회견을 열고 방역패스 단속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방역패스 위반 책임을 개인이 아니라 사업자가 지는 규정이 가혹하다는 입장이다. 시스템에 대한 볼멘소리도 나왔다. 방역관리자의 인건비, 인프라 구축 등 사전 대비 없이 방역패스 시행에만 집중한다는 비판이다.

방역패스 대상 업종 지정 기준도 도마에 올랐다. 적은 인원을 수용하는 외식·카페 등의 업종에만 방역패스가 엄격히 적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대형 유통업체·종교시설·장례식장·놀이공원 등에는 방역패스가 적용되지 않는다. 정부가 "시설의 특성을 고려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형평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방역패스는 '고육지책'에 가깝다. 오미크론 변이 등 코로나19 재확산의 원인을 정부가 제어하기는 어렵다. 경제 상황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어 위드 코로나를 멈출 수도 없다. 국민이 백신을 맞을 만큼 맞았는데도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잡히지 않으면 대책이 필요하다. 결국 '코로나에 더 취약한 사람'인 미접종자의 행동을 제한하는 것이 최선이다. 다만 이에 따른 소상공인의 반발을 불러온 것 역시 정부다.

/사진=이현석 기자 tryon@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3T(검사·추적·치료) 전략으로 대응했다. 선제적 검사로 무증상 확진자까지 폭넓게 잡아내 격리했다. 치료는 각 거점 병원이 담당했다. 이런 전략은 신천지 집단감염 사태 등 위기를 극복하는 원동력이었다.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사태 때는 10차 감염고리를 찾아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덕분에 K-방역이 전 세계의 모범 사례로 찬사받았다. 소상공인들도 K-방역을 믿고 정부 지침을 따랐다.

전성기는 짧았다. K-방역의 성공에 도취된 정부는 여러 차례 오판을 이어갔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 때마다 경제활동 재개를 시도했다. K-방역 시스템으로 코로나19 확산을 감내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이 과정에서 한국감염협회 등 전문가의 반대 의견은 묵살됐다. 그러다 대유행이 수차례 반복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지침은 이에 맞춰 들쑥날쑥했다. 소상공인들 역시 가게를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해야했다.

보상은 어땠을까. 소상공인들은 실질적 지원이 거의 없었다고 성토한다. 손해배상은 물론 임대료 지원 등 정책에도 특별한 것이 없었다는 호소다. 소상공인들의 요구가 과했던 것도 아니다. 지난 5월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집합금지 업종의 손실보상안을 제안한 바 있다. 최대 3000만원 상한선 내에서 전년 대비 매출액 감소분의 20%를 보상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한마디로 '파산'만 막게 해달라는 요청이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근본 전략에는 아직 변화가 없다. 성인 90% 이상이 백신을 맞은 국가에서 남은 10%에게 백신을 맞추는 것에만 골몰하고 소상공인들에게는 감내하라는 묵시적 지시만이 있을 뿐이다. 정부가 국민을 대하는 자세도 마찬가지다. 방역패스로 미접종자의 일상을 제한할 뿐 미접종자를 설득하는 메시지는 없다. 그 결과 모든 이들이 서로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 됐다. 연말 온기는 사라지고 거리에 찬바람이 다시 불게 됐다. 그 피해는 오롯이 소상공인들의 몫이다.

물론 코로나19를 종식시킬 수 있다면 방역패스 이상의 정책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소상공인의 K-방역에 대한 신뢰가 이미 깨진 상황에서 맹목적으로 따를 것만을 요구한다면 반발을 부를 뿐이다. 정부는 소상공인들과의 소통을 통해 납득할 수 있는 '플랜B'를 내놔야 한다. 백신 접종률, 확진자 수 등의 '숫자'에만 집착할 때가 아니다. 소상공인의 '현실'이 무너져 또 다른 비극이 닥치면 때는 늦는다.

다행인 것은 정부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김부겸 총리는 지난 12일 SNS 남긴 글에서 "국민만 앞세우지 않겠다. 모든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며 "함께 가자. 이 길이 우리가 함께 살 길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희생을 충분히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의 글이 변화의 시작이길 바란다. 방역패스가 또 다른 갈등과 고통의 단초가 되지 않을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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