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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택배파업이 공감 못 얻는 이유

  • 2022.01.05(수) 06:35

사회적 합의 체결 이후 연달아 '일방적 파업'
갈등 반복 불가피한 구조…더 '대화' 나눠야

파업이 국민의 공감과 지지를 불러오는 경우는 드물다. 노동자에게 파업은 당연한 권리지만, 파업으로 인해 국민 누군가는 피해를 입게 돼서다. 최근 택배노조의 파업은 그래서 특별했다. 국민은 코로나19 이후 폭증한 업무량에 시달리는 배송노동자의 처지에 공감했다. 어떤 시민은 배송노동자에게 시원한 음료수 한 캔을 건넸다. 다른 누군가는 감사의 마음을 담은 쪽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공감은 기업과 사회를 움직였다. 박근희 CJ대한통운 전 대표는 지난 2020년 10월 사과와 함께 배송노동자 과로사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지난해에는 택배 노사와 정부가 참여한 사회적 합의까지 도출됐다. 합의문에는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60시간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택배비를 170원 인상하고, 이를 분류담당자 고용 등 배송노동자 처우 개선에 사용토록 했다. 모두가 웃을 수 있는 합의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택배노조는 지난달 28일부터 일주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하지만 택배노사의 갈등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택배노조 CJ대한통운지부는 지난달 28일부터 운송을 거부하고 있다. 파업에 참여한 인원은 CJ대한통운 전체 기사의 8% 안팎이다. 이번 파업으로 차질을 빚는 배송 물량은 약 40만 건으로 추정된다. CJ대한통운의 일평균 배송 물량이 950만 건임을 고려하면 '물류대란'이 우려되지는 않을 수치다. 실제로 많은 대기업이 대체 배송차량 등을 투입해 물류 타격을 어느 정도 줄였다.

불똥은 소상공인과 소비자에게 튀었다. CJ대한통운은 택배시장 절반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1위 사업자다. 때문에 대체 여력이 없는 소상공인은 파업의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게다가 '타이밍'까지 절묘했다. 택배노조는 지난해 1월 말, 5월 초, 10월 말에 파업을 진행했다. 명절과 가정의 달 등 물류랑이 크게 느는 시기였다. 이번 파업도 마찬가지다. 연말은 물론 설 연휴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자연스럽게 파업에 따른 소상공인의 배송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택배업계가 이렇듯 파업에 시달리고 있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사회적 합의다. 택배노조는 사회적 합의에 담긴 표준계약서에 포함된 '당일배송' 규정을 문제삼고 있다. 당일배송이 배송노동자의 과로를 불러온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택배비 인상분 배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택배비 인상분이 배송노동자 처우 개선이 아닌 CJ대한통운의 영업이익으로 산입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사측의 해명은 다르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택배비 인상분의 50% 가량은 배송노동자 수수료로 쓰이고 있다. 수수료를 제한 나머지 금액은 자동화 시스템 등 인프라 구축에 쓰인다고 밝혔다. 더불어 5500명 이상의 분류지원인력을 투입하는 등 사회적 합의 이행에 앞장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당일배송 문제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사회적 합의 내용에 따라 주 60시간 이내로 업무 시간이 관리되는 만큼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택배노조의 파업이 길어질수록 소비자 피해도 커진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업계에서는 배송노동자의 노동지위도 파업의 원인으로 꼽는다. 배송노동자는 택배사에 직접 고용되지 않는 특수고용노동자다. 단체교섭이 아닌, 강제성 없는 사회적 합의가 체결된 이유다. 더불어 이런 고용 형태 때문에 파업이 일어나더라도 사측이 직접 협상하기도 어렵다. 배송노동자와 직접 협상할 시 계약관계를 인정하는 꼴이 된다. 이는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노동시장 전반에 영향을 끼친다. 결국 지금과 같이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때문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택배노사의 최근 갈등을 노사만의 책임으로 보기는 어렵다. 사회적 합의 도출에는 정부도 중재자의 역할을 수행했다. 따라서 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도 정부의 조율이 필요하다는 비판이다. 조율 과정이 어려운 것도 아니다. 합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명확하고 투명하게 공유하기만 하면 된다. 정부가 이 역할을 수행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택배노사 모두 피해자에 가깝다.

그럼에도 택배노조의 일방통행에 가까운 행보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택배노사는 사회적 '합의'를 체결했다. 노사의 의견이 다를 시 또 다른 합의를 위한 협상이 필수다. 하지만 택배노조는 요구가 100% 수용되지 않을 때마다 당연한 것처럼 파업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에 사측도 점점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강대강 대치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입는다. 이 과정에서 배송노동자의 아픔에 눈물짓던 공감은 짜증으로 변하기 마련이다.

물론 때때로 파업은 필요하다. 소통 창구가 막힌 상황에서 유일한 의사표출 수단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목적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해도 파업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국민은 이제 모든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있다. 판단 기준은 상식이다. 무조건적으로 편을 들지 않는다. 노동자가 무조건 혹사받는 '을'이라는 인식도 흐릿해졌다. '근거'가 없는 투쟁은 더 이상 지지받을 수 없다. 택배노조가 요구만을 위한 집단행동보다 타협을 위한 소통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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