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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반팔 티셔츠가 금방 망가지는 이유

  • 2022.05.15(일) 10:05

[생활의 발견]티셔츠 '생명 연장의 꿈' 이루기
세탁·보관 습관 따라 수명 달라…'시보리' 특히 조심
보관만 잘 해주면 수명 2년 이상 연장 가능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저는 '패션 피플'과 거리가 멉니다. 한 번 옷을 사면 꽤 오래 입습니다. 셔츠는 3~4년, 패딩은 5년도 쉽게 입습니다. 대학생 시절 맞췄던 양복을 지금까지도 잘 입고 있고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을 박스에 밀봉해 보관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 덕입니다. 현실적인 선택이었습니다. 취업 후 좁은 오피스텔에서 자취를 했었으니, 이 방법 외에 옷을 보관하기 어려웠으니까요.

이런 제게 티셔츠는 최고의 아이템이었습니다. 유행을 잘 타지 않고 편하니까요. 그런데 올해는 티셔츠를 몽땅 새로 사야 했습니다. 날이 더워지던 지난달 중순, 재킷과 니트를 보조 옷장으로 옮기고 반팔 티셔츠를 꺼냈는데요. 상태가 영 좋지 않았습니다. 목은 늘어나 있고, 팔·밑단의 탄성이 있는 부분(시보리)는 안팎으로 말려 있었죠. 딱히 일부 브랜드 제품만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덕분에 통장이 졸지에 눈물의 다이어트를 하게 됐습니다.

너무 억울했습니다. 제가 대체 무엇을 잘못했던 걸까요. 저는 옷을 과격하게 다루지 않는 사람입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박스나 옷장에 옷을 잘 보관해 직사광선에 노출되지도 않았고요. 분노를 가득 담아 패션 기업 LF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러자 "혹시 옷걸이에 오랫동안 걸어두지 않았느냐"는 물음이 돌아왔죠. 그렇게 했다고 대답하니 "보관 방법이 잘못됐다"는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제 '자업자득'이라는 이야기죠.

제 티셔츠를 망친 주범은 옷장과 세탁기, 건조기였습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앞서 말씀드렸듯 저는 주로 티셔츠를 박스에 '개어서' 보관했습니다. 지난해 봄 결혼과 함께 이사를 하며 옷장이 생겼죠. 이후 남는 옷장 한 칸에 입지 않는 옷을 보관합니다. 티셔츠는 당연히 '걸어서' 보관했습니다. 이 선택이 잘못됐다는 지적이었습니다. 물론 티셔츠가 걸어둔다고 금방 망가지지는 않습니다. 자주 꺼내 입는다면요. 그럼 반 년 동안 걸어두기만 한다면 어떨까요. 아무리 가벼운 옷이라도 무게에 따라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시보리를 망가뜨린 것은 세탁기와 건조기였습니다. 자취생 시절 제 오피스텔에는 건조기가 없었습니다. 세탁기는 흔한 빌트인 모델이어서 세탁력이 강하지 않았죠. 결혼 이후에는 고성능 세탁기와 건조기를 쓰고 있습니다. 특히 건조기는 '신세계'와 같았습니다. 빨래를 널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너무 행복했습니다. 문제는 이 건조기가 제 티셔츠의 시보리를 망치는 '주범'이었다는 겁니다.

시보리는 부드럽고 탄성이 높습니다. 사람마다 다른 배와 팔뚝 두께를 맞추기 위해 신축성이 높게 만들어지는 부분이니까요. 박음질을 따로 하는 것은 기본이고, 어떤 제품은 탄성을 높이기 위해 고무줄을 쓰기도 합니다. 당연히 내구성이 다른 부위보다 약할 수밖에 없죠. 이런 가운데 더 강력한 세탁기로 세탁·탈수를 했던 겁니다. 이어 건조기까지 돌리니 옷감이 빠르게 상하고, 한 방향으로 힘이 가해집니다. 때문에 제 티셔츠의 시보리가 망가지게 된 거고요.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그럼 티셔츠의 '생명 연장의 꿈'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손빨래입니다. 미온수에 세제를 넣고, 살며시 주물러 주면서 빨면 됩니다. 물기를 짜 줄 때 과격하게 짜지 않는다면 더더욱 좋고요. 하지만 바쁜 일상 속 손빨래를 매번 하는 것도 만만한 일은 아니죠. 많은 분들이 세탁기를 쓰시게 될 겁니다. 이 때는 티셔츠만 따로 넣고 '울코스' 등 약한 세탁 코스를 선택하면 손빨래와 비슷한 결과를 낼 수 있습니다.

티셔츠만 따로 빠는 것이 귀찮다면 세탁망을 활용하면 됩니다. 티셔츠를 세탁망 안에 말아 넣어 준다면 다른 세탁물과 접촉하면서 생기는 손상을 피할 수 있습니다. 만일 프린팅이 되어 있는 티셔츠라면 뒤집어서 빨면 됩니다. 탈수부터는 더 중요합니다. 대부분 세탁기의 기본 코스는 3~4회 탈수를 진행합니다. 이는 얇은 여름 티셔츠에게는 너무 가혹한 조건입니다. 1~2회 정도로 탈수 횟수를 조정해 줘야 손상되지 않는다는 설명입니다.

건조기는 쓰지 않고 자연 건조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대부분 티셔츠가 건조기를 쓰도록 만들어지지만, 자연 건조 대비 옷감이 빨리 상합니다. 자연 건조를 할 때는 티셔츠를 절대로 걸어서 건조하면 안 됩니다. 물을 먹은 티셔츠는 생각보다 무겁습니다. 그만큼 시보리에 가해지는 무게가 커 더 쉽게 늘어나게 됩니다. 소매를 접고, 건조대에 눕혀 두고 말려 주세요. 마지막으로 오랫동안 보관할 때는 반드시 개어서 두어야 합니다.

이렇게 관리한 티셔츠의 수명은 최소 2년 이상 연장된다고 합니다. 그제야 억울함이 풀렸습니다. 바뀐 환경에서 다르게 보관해 놓고 똑같이 관리했다고 생각한 제 착각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티셔츠가 의외로 까다로운 옷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생활의 달인'께서는 어리석은 짓을 했을 뿐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요. 여름이 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마스크도 곧 벗게 될 겁니다. 잘 관리된 예쁜 티셔츠와 더 행복한 여름 만드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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