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배달의민족의 관심사는 '로봇'입니다. 최근 행보만 보면 배달 플랫폼이 아닌 마치 로봇 개발사 같은 느낌마저 듭니다. 서빙 로봇 렌탈 사업을 계속 확장하는 것은 물론 배달 로봇 실증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LG전자·SK쉴더스 등과 손을 잡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미국에서 로봇학자 데니스 홍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배민은 로봇에 '진심'인 겁니다.
사실 '로봇'에는 배민의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플랫폼 업체로는 미래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는 위기감입니다. 플랫폼에는 영원한 충성 고객이 없습니다. 트렌드에 따라 한순간 소비자가 모이기도, 떠나기도 합니다. 실제로 배민의 영향력은 과거에 비해 상당히 작아졌습니다. 쿠팡이츠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고 GS리테일을 등에 업은 요기요의 기세도 무섭습니다. 배민은 뭔가 '다른 걸' 보여줘야 합니다.
배민은 신성장동력이 절실합니다. 플랫폼만으로는 큰 수익을 낼 수 없습니다. 현재 배민의 주 수익원은 광고입니다. 앱에 노출하는 광고를 입점 업체에 판매해 매출을 냅니다. 이외에도 배달 수수료를 통해서도 수익을 얻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만으로는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어렵습니다. 특히 코로나19를 거치며 배달 플랫폼의 한계는 더 뚜렷해졌습니다. 자영업자와 라이더 사이에서 계속 눈치를 봐야 합니다.
반면 로봇 사업은 아직 '블루오션'입니다. 시장을 선점한다면 앞으로 몇 년간은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서빙·배달 로봇 시장에서 아직 배민을 앞서는 곳은 없습니다. 배민에게는 큰 기회입니다. 시장 접근도 용이합니다. 입점 업체에 광고 상품과 묶어 서빙 로봇 렌탈 등을 권유해 볼 수도 있습니다. 배민이 로봇 사업에 큰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입니다.
성장 가능성도 큽니다. 서빙과 배달뿐 아니라 요리까지 확장할 수 있습니다. 로봇이 커피를 타고, 피자를 만드는 일은 이제 미래가 아닙니다. 현재 중국과 미국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전 세계 로봇 시장 규모가 2019년 310억 달러(약 39조원)에서 2024년 1220억 달러(약 154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배달 경쟁력 강화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지금 배달의 관건은 '라스트마일(Last-mile, 고객과의 마지막 접점)' 구간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배송하는가에 달려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아파트 단지와 같은 곳을 들 수 있습니다. 이곳에 드론이나 배달 로봇을 투입하면 더 효과적인 배달이 가능합니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습니다. 라스트마일은 배민이 로봇 사업을 시작한 직접적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배민이 빠르게 로봇에 뛰어든 이유는 또 있습니다. 바로 '데이터' 때문입니다. 다양한 데이터를 축적해야 정교한 로봇을 만들 수 있습니다. 배달 로봇 업체들이 운행 등 실증을 통해 데이터를 확보하고 가공하는 데 공을 들이는 이유입니다. 이 '빅데이터'에 따라 서빙·배달 등 로봇의 품질이 좌우됩니다. 이렇게 쌓인 데이터는 고스란히 배민의 자산이 됩니다. 진출 시기가 빠를수록 후발 주자와 더 격차를 벌릴 수 있습니다.
김 의장의 혁신 의지도 로봇 사업 강화에 한 요인입니다. 김 의장은 지난주 미국 UCLA 로봇 연구소인 '로멜라(RoMeLa)'를 방문했습니다. 그 곳에서 그는 로봇과학자 데니스 홍을 만났습니다. 데니스 홍은 지난 2019년부터 우아한형제들과 협업해 요리 로봇 개발을 진행해오고 있는 인물입니다. 김 의장은 로봇에 대한 관심이 큽니다. 여러 자리에서 로봇 등 신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습니다.
로봇 사업은 홍보 효과도 탁월합니다. 미래 산업에 투자한다는 이미지를 대중에 각인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전자상거래에 특화된 기업일수록 로봇을 활용하면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됩니다. 배민은 그동안 광화문, 코엑스, 테헤란로 등에서 배달 로봇 실증사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서울에서도 인파가 많이 몰리는 지역입니다. 여기에는 배민의 높은 기술력을 대중에게 알리려는 의도가 깔려있습니다.
물론 배달 로봇 개발이 배민만을 위한 것은 아닐 겁니다. 배민은 로봇이 라이더, 자영업자의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로봇이 사람을 돕는다면 더 높은 효율을 낼 것이라는 기대입니다. 예를 들면 라이더가 아파트 1층에 음식을 가져다 놓고, 로봇이 문 앞까지 배달하는 식입니다. 라이더는 계단을 오르는 수고를 덜 수 있습니다. 식당에서도 서빙 로봇이나 설거지 로봇이 있으면 음식에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배민은 이를 '배달 인프라 발전'이라고 말합니다.
배달 로봇의 미래는 아직 모릅니다. 배민뿐만 아니라 기술력을 강조하는 업체들이 모델만 내놓았을 뿐 수익성은 아직 증명하지 못했습니다. 아직 보여주기 식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업계는 대중화까지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물론 상용화도 쉽지는 않을 겁니다. 로봇이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며 경계하는 시선도 적지 않습니다. 로봇이 끝내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입니다.
배민의 로봇은 앞으로 우리의 일상을 많이 바꿔 놓을 겁니다. 과거에는 앱을 켜서 음식을 주문하는 일은 상상조차 어려웠습니다. 앱 주문 혁신처럼 배민은 배달 로봇 상용화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배달 로봇은 어떤 혁신을 불러올까요. 물론 이 모든 변화는 소비자 편의를 한층 더 끌어올릴 겁니다. 반면 로봇이 가져올 어두운 면도 만만치 않습니다. 배민의 움직임에 자꾸 눈길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