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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8번째 도전' 신동주 "나를 잊지 말아요"

  • 2022.06.27(월) 14:55

신동주,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 제안서 제출
신동빈 이사 해임 요구…승리 가능성 희박
신동빈 회장 때리기 재개…존재감 각인 분석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나를 잊지 말아요. 나 떠난 지금도. 나를 잊지 말아요. 다시 돌아올 거야

탤런트 김희애 씨가 한때 가수로 데뷔했었다는 사실을 아시는 분이라면 '옛날 사람' 맞습니다. 김희애 씨는 1987년 '나를 잊지 말아요'라는 노래로 연기자에 이어 가수로 데뷔한 바 있습니다. 청순한 이미지에 단아한 목소리로 큰 인기를 끌었던 곡입니다. 80년대 가요계를 주름 잡았던 전영록 씨가 작사, 작곡했죠.

갑자기 웬 노래 타령이냐 하실 겁니다.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를 앞두고 △본인의 이사 선임 △신동빈 롯데홀딩스 이사 해임 △정관 변경 등의 안건이 담긴 주주 제안서와 사전 질의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을 듣고 문득 이 노래가 생각났습니다. 신 회장의 최근 행보가 이 노래의 가사와 딱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한동안 잠잠했던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신 회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형입니다.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입니다. 동생인 신동빈 회장에게 밀려 롯데그룹의 경영에서 손을 뗀 상태입니다. 하지만 신 회장은 늘 복귀를 꿈꿔왔습니다. '지금 동생이 있는 자리가 원래는 내 자리'라는 생각이 강합니다.

당초 신격호 명예회장은 일본 롯데는 장남인 신동주 회장, 한국 롯데는 차남인 신동빈 회장, 롯데면세점은 장녀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에게 맡기기로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2015년 신동주 회장은 갑작스럽게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직에서 해임됩니다. 당시 업계에서는 신동주 회장이 후계구도에서 밀려났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납니다. 신동주 회장이 해임된 지 6개월 뒤 이번에는 신격호 명예회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하려고 했습니다. 이때 신격호 명예회장을 움직인 배후에는 신동주 회장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하지만 신동주 회장의 이런 시도는 신동빈 회장이 발 빠르게 대처하면서 무산됩니다. 이때부터 롯데그룹 형제의 난이 시작됩니다.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후 신동주 회장은 끊임없이 신동빈 회장의 낙마를 위해 동분서주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신동빈 회장은 철통수비를 해왔습니다. 지금까지 법정 공방만 총 7번이 진행됐습니다. 결과는 7번 모두 신동빈 회장이 승리했습니다. 이후 신동빈 회장은 일본은 물론 한국 롯데의 경영권을 확실히 장악하면서 명실상부한 롯데그룹의 '원 톱'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신동주 회장과 신동빈 회장 간의 날선 대립은 오랜 기간 이어졌습니다. 그동안 신동주 회장은 신동빈 회장에게 편지를 보내기도 하는 등 강약 조절을 하며 신동빈 회장을 압박했습니다. 그럼에도 신동빈 회장은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철저히 자신의 편을 확보했고 결국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확실하게 장악합니다. 신격호 명예회장의 유서에 "후계자는 신동빈"으로 지목한 것으로 형제의 난은 일단락되는 듯했습니다.

실제로 이후 신동주 회장은 조용한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한국 롯데 계열사들의 지분을 매각했습니다. 이를 두고 업계 등에서는 다양한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신동주 회장이 이제 경영권 분쟁에서 손을 떼는 것이라는 이야기부터 반격을 위한 실탄 마련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업계 등에 따르면 신동주 회장은 그동안 일본 롯데에 집중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고 신격호 명예회장이 생전에 계획했던 것처럼 일본 롯데는 자신이 가져가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해서 일겁니다. 그랬던 신동주 회장이 이번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를 앞두고 또다시 주주 제안서를 제출했습니다. 한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그가 왜 다시 위로 나온 것일까요.

사실 신동주 회장이 이번에 제기한 문제들은 새로울 것이 없습니다. 과거에도 매번 비슷한 내용으로 주주 제안서를 제출해왔습니다. 문제는 '왜 또다시인가'입니다. 신동주 회장의 행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롯데의 지분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 간의 고리를 끊기 위해 애를 쓰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호텔롯데 상장 추진입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롯데그룹은 일본 롯데홀딩스와 교집합으로 묶여 있습니다. 호텔롯데의 대주주도 일본 롯데홀딩스입니다. 그 밖에도 몇몇 한국 롯데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신동빈 회장의 입장에서는 이 고리를 끊어야 '롯데=일본 기업'이라는 세간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최근 수년간 지주사인 롯데지주를 중심으로 지배 구조 개편에 나섰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문제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가 광윤사라는 점입니다. 광윤사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 28.14%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광윤사의 최대주주가 바로 신동주 회장입니다. 신동주 회장은 광윤사의 지분 50.28%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신동주 회장이 광윤사와 일본 롯데홀딩스를 통해 언제든 한국 롯데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져있는 셈입니다.

그동안 신동빈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에 신동주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주주들을 자신의 우군으로 끌어들이면서 영향력을 확대해왔습니다. 현재도 이런 구도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곧 완전히 장악하지는 못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신동빈 회장의 우군들이지만 이들이 마음을 바꾸면 언제든 신동주 회장 편에 설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롯데그룹은 다시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신동주 회장이 일본 롯데에 주력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이번 주주 제안서 제출도 이런 배경에서 출발합니다. 즉 '난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아직 건재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을 겁니다. 사실 이번 신동주 회장의 주주 제안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나선 것은 일본 롯데와 한국 롯데에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또 한 번의 패배 기록이 쌓이더라도 신동주 회장 입장에서는 밑지는 장사는 아닙니다. 한동안 거론되지 않았던 신동주라는 이름이 다시 거론되고 세간의 시선을 끈다는 것 자체가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그다지 달가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롯데그룹도 조금씩 후계구도를 준비 중입니다. 후계구도가 명확해지기 전에 신동주 회장 입장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존재를 알릴 제스처가 필요했을 겁니다.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 결과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이미 일본 롯데홀딩스는 신동빈 회장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대표이사도 신동빈 회장입니다. 다만 신동주 회장이 이번을 계기로 다시 본격적인 경영 복귀에 나설 준비를 할지는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김희애 씨의 노래 가사 중 "다시 돌아올 거야"라는 구절이 자꾸 입가에 맴도는 이유입니다. 그는 돌아올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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