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업계가 앞다퉈 드론 배송에 뛰어들고 있다. 퀵커머스 등 단거리 배송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편의점들도 최적의 수단을 찾으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드론 배송은 그 일환이다. 일단 시너지는 충분하다. 편의점 물품의 구성과 무게가 드론 배송과 잘 맞아떨어진다. 정부도 드론 배송을 유망산업으로 꼽은 만큼 전망도 밝다. 업계에서는 도서산간 지역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도심까지 배송 물류망 확장을 노리고 있다.
관건은 드론 배송에 대한 기술력과 법적 규정 마련이다.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뒷받침돼야 할 부분이 많다. 어떤 날씨에서도 배송이 가능토록 할 기술력도 필요하다. 아울러 드론 배송은 규제가 심하고 안정성 등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 이 때문에 배송 가능 지역이 제한적이다. 다만 드론 배송이 정착한다면 새벽 배송의 뒤를 잇는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다.
'삼각김밥', 드론 타고 하늘로
최근 편의점들이 잇따라 드론 배송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CU, GS25, 세븐일레븐 등 업계가 총출동했다. BGF리테일에 따르면 편의점 CU는 지난 9일부터 강원도 영월군과 손잡고 드론 배달을 시작했다. 서비스 점포는 CU영월주공점이다. 3.6㎞ 거리의 오아시스글램핑장으로 드론 배달 서비스를 제공한다. 배달 서비스 운영 시간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3~8시, 배달료는 무료다.
롯데그룹 계열 편의점 세븐일레븐도 이날 경기도 가평에 드론 배송 서비스 점포를 열었다. 해당 점포에는 드론 이착륙 시설, 관제시설 등 '드론 스테이션'이 마련됐다. 세븐일레븐은 인근 펜션과 캠핑 이용객을 대상으로 드론 배달 서비스를 운영한다. 5㎏ 무게까지 상품을 배달할 수 있다. GS리테일의 편의점 GS25도 지난달 무수천주유소에서 드론 배송 시연을 진행했다. 이마트24도 드론 배송 서비스를 검토 중이다.
다만 업계의 드론 배송 지역은 도서산간 지역으로 한정됐다. 드론 배송에 대한 규제가 심하고 관련 법적 근거가 부족해서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는 군부대와 공항으로 비행 금지 구역이 많다. 서울 대부분이 드론 비행 금지 구역"이라며 "특히 정부는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서의 드론 비행을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드론 배송 서비스 지역을 경기도 외곽이나 강원도에서 시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편의점이 '드론'에 빠진 이유
현재 편의점 업계는 배달앱(애플리케이션) 등 퀵커머스 시장의 위협을 받고 있다. 퀵커머스는 단거래 배송으로 30분 내 생필품 등 상품을 배달하는 서비스다. 최근 코로나19를 거치며 수요가 급성장했다. 편의점의 최대 강점인 접근성을 위협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도 울며 겨자 먹기로 퀵커머스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이 탓에 편의점 업계에게는 배송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가 절실하다.
편의점 업계가 로봇·드론 등에 관심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퀵커머스 경쟁에서 밀린다면 성장을 보장할 수 없다. 관건은 '라스트마일(Last-mile, 고객과의 마지막 접점)'이다. 배송의 미래는 이 구간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배송하는가에 달려있다. 특히 드론 배송은 편의점과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편의점 상품이 상대적으로 가볍고 수요가 많아서다. 접근성도 좋다. 도심과 교외 등 전국 곳곳에 점포가 퍼져 있다. 인프라만 잘 구축한다면 편의점이 드론 배송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전망도 밝다. 정부도 신사업으로 드론 배송을 밀어주는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주무부처인 교통교통부는 올해 연말을 목표로 드론 배송에 대한 세부규정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드론 배송 서비스를 도입하려는 물류·유통·배송업체들이 늘어나면서 법적 근거 마련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다. 업계는 정부가 규제 개혁을 예고한 만큼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관건은 '기술력'과 '법적 규정'
다만 드론 배송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기술력이 제일 큰 숙제다. 아직 도심 배송까지 가능할 정도로 기술력이 고도화되지 않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가장 큰 난관은 아파트 단지다. 고층 빌딩과 전선 등 장애물이 많다. 주거 지역인만큼 드론 배송에 따른 소음도 줄여야 한다. 안전성도 문제다. 드론의 추락으로 피해를 받는 일이 생긴다면 편의성보다 안전성을 우선하는 목소리가 더 커질 수 있다.
드론 배송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비가 오면 드론은 정상적으로 운행이 불가능하다. 실제로 세븐일레븐은 이날 가평에서 드론 시연 행사를 계획했지만 비가 오는 바람에 행사를 취소해야 했다. 한국은 날씨의 변화가 크다. 이 때문에 드론 배송의 시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아직 많은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
드론 배송과 관련된 법적 규정이 언제 마련될지도 미지수다. 정부가 힘을 실어주고는 있지만 처음 시도되는 산업인만큼 많은 시행착오가 예상된다. 항공법은 물론 통신·도로교통법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안전성을 문제로 드론 배송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드론은 아직 대중에게 낯선 존재다.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뒤따라야 한다.
다만 드론 배송이 자리 잡는다면 '새벽 배송' 이상의 파급력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이 과정을 업계가 감내할 수 있느냐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미국과 중국 등 해외에서는 드론 배송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드론 배송이 활성화한다면 배송 시장의 기존 법칙을 뒤엎는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 업체들이 앞다퉈 드론 배송에 뛰어드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