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추천하는 브랜드는 에리즈 어라이즈(Aries Arise)입니다"
'아직 한국에 진출하지 않았지만 MZ세대를 공략할 패션 브랜드를 알려달라'는 질문에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가 내놓은 답변이다. 질문할 때 셀럽·SNS 반응과 매출 등을 고려하라는 주문도 추가했는데, 그 결과까지 대답에 반영했다.
챗GPT는 영국 브랜드 에리즈 어라이즈를 추천하면서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반응, 최근 온라인쇼핑몰 매출 랭킹 등까지 고려했다. '한국에서 론칭한다면 인기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도 내놓았다. 에리즈 어라이즈는 현재 패션플랫폼 무신사가 병행수입 판매하고 있다.
25일 챗봇에 패션 업종 관련 질문을 던지니, 업무별 성격을 이해하고 즉각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단순한 데이터 분석뿐 아니라 시장전략까지 제안하는 수준이다. 사람이 방대한 자료를 수집·분류·분석한다면 수십 일이 걸리는 일이다. 반면 질문에 부합하지 않는 다소 엉뚱한 대답도 했다. AI가 학습한 데이터 외에 정보는 답하지 못했고 '전망'이 필요한 질문에는 정형화된 답변만 내놓았다.
챗GPT는 에리즈 어라이즈 외에도 △스투시(Stüssy) △팔라스(Palace) △앰부쉬(Ambush) 브랜드를 추천했다. 이중 팔라스는 올해 국내 진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한섬도 작년 '스투시 콜라보레이션 콜렉션'을 열기도 했다. 챗GPT가 2021년 9월 이전 학습한 정보만 제공한단 점을 고려하면 한발 앞선 추천인 셈이다.
하지만 엉뚱한 답변도 나왔다. 챗봇은 스트릿웨어 브랜드 앰부쉬 설립자를 '유네스코 야마구치'라고 답했지만, 이 업체는 한국계 미국인 '윤안'과 한국계 일본인 류영기 부부가 론칭했다.
이번엔 브랜드 모델 섭외에 관한 질문도 던져봤다. 브랜드 성격을 특정하고 적합한 모델을 추천해달라는 질문이다. 모델 인지도와 비용 대비 마케팅 효과를 고려하라는 조건을 추가했다. 챗봇은 인물 캐릭터별 이력과 근황을 파악하고 브랜드 맞춤 전략도 제안했다. 최근 출연 작품 등을 분석하는 정교한 조언도 눈에 띄었다.
디자이너가 궁금할 만한 질문도 던져봤다. 패션 디자이너들은 브랜드별 감성에 맞는 원단을 찾고 양산화 가능성을 판단한다. 고도의 섬유 지식과 외국어 능력을 요하는 직종이라 고급인력으로 분류된다.
미국 럭셔리 브랜드 톰브라운과 적합한 옷감 추천과 함께 '브랜드에 자주 사용되지 않은 원단'이란 조건을 달았다. 챗봇은 브랜드 특유 분위기를 이해했고 △코튼 △린넨 △나일론 등 다양한 원단 중 실크 사용도가 낮다고 분석했다. 나아가 '톰브라운만의 미니멀한 스타일과 어울린다'며 실크 원단 활용을 조언하기도 했다.
시장 전망에 관한 답변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올해 패션산업 전망에 대해 묻자 '고객의 소비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가격 대비 높은 품질의 제품을 제공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친환경 소재 생산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등 정형화된 답변을 내놓았다.
챗GPT를 패션산업에 사용하기 부적합하다는 의견도 있다. 패션은 콘텐츠 소비기간과 유행주기가 짧아서 미리 학습한 데이터를 응답하는 수준의 정보는 활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 챗봇은 2021년 9월 이후 패션 정보는 업데이트가 되지 않은 상황이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챗봇은 고객서비스 개선이나 단순 문서작업을 위한 실무효율성을 높이는데 도움될 것"이라면서도 "패션산업은 트렌드 회전이 빠른 만큼 아직까지 챗봇을 상품 생산 계획까지 활용하는 데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