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비건(채식주의) 시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두부와 사찰음식이 주목받고 있다. 고기를 대신하는 대체육이라는 좁은 의미의 비건 시장에서 벗어나 두부와 사찰음식과 같이 기존에 익숙하게 접했던 재료와 식단으로 비건 시장이 확대되면서다.
K-대체육 '두부'
육류를 대신할 수 있는 식물성 메뉴 중 가장 대표적인 재료는 두부다. 콩을 주원료로 해 육류 대신 단백질 보충에 도움이 되는, 말 그대로 '대체육'이다. 한국식 비건 식단에 빼놓을 수 없는 재료이기도 하다.
국내 두부 시장 1위 기업인 풀무원은 일찌감치 두부를 활용한 비건식 개발에 앞장서 왔다. 밀가루면 대신 두부를 이용한 두부면을 만들거나 우유 대신 두유를 활용한 라떼, 케이크를 내놓는 식이다.
지난해 문을 연 비건 레스토랑 '플랜튜드'에서도 두부를 이용한 비건 메뉴를 선보였다. 오픈 1년 만에 7만5000명이 방문했고 지난 3월 2호점도 오픈했다. 풀무원은 연내 플랜튜드를 4호점까지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대상 청정원도 두부를 활용한 비건 제품을 내놓고 있다. 두부로 만든 콩담백면과 마요소스가 대표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대체육 마케팅이 강화되면서 비건 식품 시장이 지나치게 대체육 중심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며 "대체육에 피로감을 느낀 소비자들이 두부 등 자연스러운 채식 메뉴를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K-비건 '사찰음식'
아예 육류를 사용하지 않는 태생적인 비건 음식도 많다. 동양권에서는 절에서 먹는 '사찰음식'이 대표적이다.
기업들도 최근 사찰음식을 표방한 제품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오뚜기가 선보인 사찰음식 콘셉트의 컵밥·죽 브랜드 '두수고방'이 대표적이다. 두수고방은 사찰 음식으로 유명한 비건 레스토랑이다.
취나물, 곤드레, 고사리 등 일반 가공식품에서 볼 수 없는 국내산 채식 재료를 이용해 건강한 가정간편식(HMR)을 만들었다는 게 오뚜기 측의 설명이다.
이를 통해 육류를 먹지 않는 비건 인구뿐만 아니라 비건 음식과 일반식을 병행하는 플렉시테리언, 차별화된 콘셉트에 관심을 갖는 2030까지 소비층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CJ제일제당도 대표 브랜드 비비고 왕교자를 '사찰 버전'으로 내놨다. 고기와 오신채(달래·마늘·부추·파·흥거)를 넣지 않은 만두다. 사찰음식의 맛을 구현하기 위해 2년여간 스님과 신도들이 먹는 음식을 연구하고 스님들의 조언도 받았다.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 등을 통해 꾸준히 비건식을 확장하고 있는 신세계푸드도 대안식품을 활용한 식물성 영양식단을 조계종 동자승에게 제공하는 등 사찰음식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우유와 계란, 버터를 넣지 않은 100% 식물성 빵 '연꽃단팥빵'을 선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