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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50년 1위' 제품 성지…대풍공장에 녹아든 오뚜기의 자신감

  • 2023.11.09(목) 13:30

첨단설비 도입 스마트 팩토리…AI가 검사
특별용기 통해 보존력 높이고 제품 다양화
만년 2위 즉석밥…컵밥 등에서 마케팅 성과

오뚜기 대풍공장/사진=김지우 기자 zuzu@

“한국인 밥상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식품 분야에서 대명사가 된 1위 제품들을 다수 생산하고 있습니다.”

[충북 음성=김지우 기자] 3조 클럽에 입성한 오뚜기의 최대 생산기지인 대풍공장. 오뚜기의 모든 노하우가 집약된 곳이다. 카레부터 케첩, 마요네즈, 레토르트, 즉석밥 등의 생산현장이 한데 모여 있다. 오뚜기가 이 공장을 외부에 공개했다. 1위 제품을 가장 많이 보유한 식품회사로서의 자신감을 드러낸 셈이다. 지난 8일, 충청북도 음성에 자리잡은 오뚜기 대풍공장을 찾았다.사람보다 기계가 더 바빠

대풍공장은 4개동으로 이뤄져 있다. 부지 10만4000여㎡에 건축면적 2만6868㎡ 규모인 공장은 곳곳마다 자동화 생산설비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각 동에서는 가정간편식(HMR)의 시초인 '3분 요리'를 비롯해 '케챂', '마요네스', '오뚜기밥', '식초' 등을 생산한다.

대풍공장에서 오뚜기 마요네스가 생산되고 있다./사진=오뚜기

일부 라인을 제외하곤 사람 대신 기계가 대부분의 생산과정을 맡고 있었다. 대풍공장은 3년 전 생산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전체 공정을 스마트 팩토리로 탈바꿈했다. 생산 현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AI 검사 시스템으로 표준 견본과 입고된 포장재를 비교 분석해 디자인 오류 등을 예방하고 있다.

김혁 오뚜기 대풍공장 생산안전공장장은 "레토르트 제품의 경우 1분당 160개, 1시간당 9600개를 생산하고 있다"며 "다품종 소량생산 제품의 경우 사람이 하는 게 더 정교해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최초' 타이틀 넘쳐

공장 내부는 카레 냄새로 가득했다. 카레 라인별로 유통기한이 적혀 있었다. 김 공장장은 "카레 분말의 풍미내기 위해 생산 후 숙성을 거친다"며 “숙성 온도와 기간 등이 노하우”라고 말했다.

오뚜기는 국내 카레 대중화의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매콤한 맛을 살려 1969년 국내 최초로 '분말즉석카레'를 선보였다. 1981년엔 레토르트 형태의 '3분 카레'를 출시했다. 국내 분말카레 시장에서 오뚜기는 굳건한 1위(점유율 83%)다.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월 평균 40만개가 판매되는 '3분 쇠고기 카레'다.

오뚜기 대풍공장에서 카레가 생산되는 모습/사진=오뚜기

케챂과 마요네스 생산라인에선 쉴새 없이 이어지는 튜브용기가 눈길을 끌었다. 오뚜기 케챂은 마요네스와 같은 튜브 용기를 사용해, 배합공정만 빼면 동일한 과정을 거친다. 입구가 뾰족한 모양으로 닫혀있다가 바로 옆 소스실을 거치고 나니 내용물이 채워지고 용기에 구멍이 생겼다. 

마요네스는 계란 노른자와 흰자를 분리해 설탕과 정제수를 혼합하고 대두유, 식초, 부원료 등을 배합해 만든다. 산, 염도, 점도 등을 검사해 내용물을 주입한다. 오뚜기 케챂 500g에는 토마토 16개(460g)가 들어간다. 용기에는 오뚜기만의 기술력이 가미돼 있다. 라미콘을 사용함으로써 산소, 습기 등을 차단하고 내용물 누수도 방지해 제품 보존성이 우수하다.

오뚜기 케챂(왼쪽)과 마요네스 용기/사진=김지우 기자 zuzu@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케챂과 마요네스는 국내 최초 출시 이래 50년 이상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현재 '오뚜기 토마토 케챂'은 약 91%, 오뚜기 마요네스는 79%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1972년 출시 이후 50년간 판매된 마요네스는 약 150만톤으로, 300g 튜브형 제품으로 환산하면 약 50억개에 달한다.

청결도도 제품 신뢰도에 한 몫을 했다. 대풍공장 내 클린룸(Clean room, 청정실)은 가로, 세로, 높이가 1m인 정육면체 안에 먼지 수를 10만개 이하로 관리한다. 미세 필터를 거쳐 먼지와 균이 제거된 깨끗한 공기만을 공급하고, 공기 압력이 외부보다 높기 때문에 외부의 오염된 공기가 내부로 들어오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1위 비결은 '끊임없는 연구개발'

오뚜기는 꾸준한 연구개발과 제품 다양화를 통해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킨 점을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카레의 경우 웰빙 열풍이 한창이던 2003년엔 강황 함량을 57.4% 늘리고 로즈마리, 월계수잎 등을 넣은 ‘백세카레’를 선보였다. 발효, 어린이 전용 등 신제품을 거듭 선보인데 이어 지난해엔 비건카레와 세계 각국의 전통 카레도 내놨다.

오뚜기 소스 제품들/사진=김지우 기자 zuzu@

마요네스는 웰빙 트렌드에 발맞춰 기름 함량을 기존 대비 절반으로 줄인 '1/2 하프마요'를 비롯해 콜레스테롤을 없앤 '논콜마요', 알싸한 맛을 살린 '와사비 마요네스', 토마토 케챂과 마요네스를 배합해 매콤한 할라피뇨를 더한 '케요네스'도 선보였다.

식초도 1978년 '고산도 양조식초'에 이어 사과식초, 현미식초, 화이트식초, 매실식초 등으로 범위를 넓히며 대중화를 견인했다. 최근에는 지역 특산물로 만든 식초를 출시하며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즉석밥만 2위

'1위의 산실' 오뚜기이지만 한 번도 1위를 차지하지 못한 제품이 있다. 바로 즉석밥이다. CJ제일제당 '햇반'은 출시된 후 지금까지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2004년 후발주자로 시장에 뛰어든 '오뚜기밥'은 선두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제품 차별화에 주력하고 있다. 백미류 3종, 잡곡류 4종, 식감만족 4종 등 다양한 ‘오뚜기밥’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엔 14년 만에 용기 전면 패키지를 변경하며 변화를 시도했다.

김혁 오뚜기 대풍공장 공장장이 오뚜기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김지우 기자 zuzu@

지난 2008년에는 '우주식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기존 우주밥은 건조밥 형태로 일반 가정식이나 간편조리식품 대비 식감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오뚜기 즉석밥은 수분 60% 이상을 함유해 봉지째로 데워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컵밥에서는 성과를 내고 있다. 기존 덮밥소스류에서 벗어난 다양한 맛을 고안했고, 양과 품질을 업그레이드했다고 강조했다. 이명원 오뚜기 마케팅팀 팀장은 "컵밥류는 올해 9월 점유율 37.8%를 기록하며 최근 3개년 중 최대치를 달성했다"라며 "베스트셀러를 활용한 편의점 전용 제품과 할인점 행사를 적극적으로 확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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