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식권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벤디스', '식신' 등 관련 업체들이 올해 상반기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그동안 커지는 시장 규모와 달리, 적자를 거듭했던 모바일 식권 업체들이 처음으로 연간 기준 흑자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일상에 스며든 모바일 식권
모바일 식권은 지난 2014년 처음 등장했다. 특히 코로나 시기와 맞물리면서 식권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됐다. 그전까지만 해도 기업마다 식대장부에 수기로 작성, 종이식권을 배부하거나 관련 업무 담당자가 직원 개개인의 식사 영수증을 처리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비대면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모바일 식권 시장도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모바일 식권 업체들은 기업 주변 식당부터 구내식당, 배달서비스 등 기업에서 원하는 방식에 맞춰 모바일 식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직원이 모바일 식권을 사용할 가맹점을 정한 후 결제하면 식권이 형성되고, 해당 매장에서 직원이 사용 완료 버튼을 클릭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직원의 생일 등 기념일에 맞춰 모바일 상품권을 자동 제공하는 시스템부터 회식 장소 찾기, 개인별 식사 패턴에 맞춘 매장 및 메뉴를 제안해주는 등의 서비스도 마련됐다. 식당 외에도 카페, 헤어, 뷰티 등 다양한 업종으로 제휴사를 확장하는 추세다.
돈 벌기 시작했다
기업들의 모바일 식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자 각 모바일 식권 업체들도 함께 성장하기 시작했다. 고객사가 늘고 거래액 규모도 커졌다. 하지만 수익성은 나아지지 않았다. 실제로 벤디스, 식신 등 업계 선두주자들은 지난해까지 적자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업체들이 흑자를 내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모바일 식권 업계에서 가장 많은 고객사를 보유한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현대벤디스(전 벤디스)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91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5억원대의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한 것이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올해 상반기 거래액은 788억원, 매출은 22억원이다.
현대벤디스의 매출은 꾸준히 늘었다. 벤디스의 매출은 2022년 26억원, 지난해 38억원을 기록했다. 신규 고객사가 증가한 덕분이다. 실제로 현대벤디스의 고객사 수는 2020년 400개에서 현재 2600여 개로 늘었다. 계열사 시너지를 추진한 것이 주효했다. 지난 3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판교점·더현대 서울 등의 수도권 소재 9개 점포 480여 개 식음료 매장에서 식권대장 식대 포인트 사용이 가능해졌다.
또 현대벤디스는 올해 들어 대형 프렌차이즈사와의 제휴를 통해 사용처를 늘렸다. 스타벅스, 엔제리너스, 롯데리아,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현대벤디스의 제휴처는 5만2000여개에 달한다. 지난 6월엔 복지 포인트 솔루션인 복지대장과 숍인숍 형태의 플랫폼인 특가대장을 연동한 서비스도 마련했다.
매출 기준 업계 1위인 식신도 올해 상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식신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1억3600만원이었다. 지난해 상반기 9억9300만원 적자에서 흑자 전환했다. 앞서 식신은 영업손실은 줄었지만 매출은 감소하고 있었다. 식신의 영업손실은 2022년 22억원, 2023년 14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022년 89억원에서 지난해 58억원으로 34% 줄었다.
식신의 고객사는 1000여 개다. 식신e쿠폰의 월 평균 거래액은 120억원이다. 식신 관계자는 "대기업 구내식당을 위주로 공략하고 있다"며 "물가가 높다보니 일반식당보다 구내식당 이용율이 30%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성장 잠재력 어디까지
모바일 식권 시장이 형성된 지 10여 년이 흘렀다. 모바일 식권 업체들은 스타트업인 만큼 투자를 받으며 사업을 키워왔다. 이젠 수익을 내는 것이 관건이다.
벤디스의 누적 투자유치금액은 107억원이다.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와 우아한형제들로부터 7억원의 초기투자를 유치한 후 고객사를 차츰 늘려왔다. 이후에도 한국산업은행, 네이버, 우아한형제들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2022년 11월엔 현대백화점그룹 복지사업 계열사인 현대이지웰에 371억원에 인수됐다.
식신의 누적 투자유치금액은 176억원이다. 올해 2월엔 프리 IPO를 통해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CJ프레시웨이 등으로부터 30억원을 투자받았다.
식신에 따르면 국내 직장인 수는 약 1900만 명, 점심 식대 시장 규모는 약 30조원으로 추정된다. 기업이 식대를 절반 정도 지급하는 것을 감안하면 15조원 수준이다. 식신은 올해 모바일 식권 거래액을 약 20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2027년엔 연간 거래액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생각이다. 현대벤디스는 지난해 1500억원 수준이었던 거래액을 2030년까지 4000억원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식권 시장은 여전히 종이 식권을 사용하는 기업들이 많아 성장 잠재력이 크다"며 "특히 고물가 현상이 모바일 식권 업체에 호재로 작용 중이다. 시장점유율 확대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