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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 시장도 계급화…'프리미엄'과 '가성비'로 갈렸다

  • 2025.11.21(금) 07:10

골프 대체한 '인증샷 스포츠'로
해외 러닝 브랜드 줄줄이 한국 론칭
유통업계에서도 러닝 카테고리 확장

/그래픽=비즈워치

한때 '인증샷 스포츠'로 불렸던 골프와 테니스의 열풍이 잦아들자, 그 빈자리를 러닝이 빠르게 채우고 있다. SNS를 통한 과시 문화와 러닝의 대중화가 맞물린 결과다. 이 변화는 러닝 시장을 '고급화'와 '가성비'로 양분시키는 동시에 유통업계의 사업 전략까지 재편하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러닝 브랜드의 양극화

현재 러닝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는 뚜렷한 '양극화'다. 러닝 인구가 급증하면서 '과시형 프리미엄 수요'와 '실용형 대중 수요'가 동시에 확대되는 추세다. 러닝 열풍 초창기만 해도 10만원 이하 러닝화가 주를 이뤘지만 이제는 20만원을 넘는 제품이 '기본템'으로 자리 잡았다. 호카·온러닝·브룩스 등 고가 브랜드도 이와 함께 급부상했다. 러너들 사이에서는 '러닝화 계급도'까지 생겼다. 입문용부터 쿠션화, 카본화까지 선택지가 다양하지만 실제 구매 기준은 성능보다 소비 성향과 취향에 맞춰져 있다.

프리미엄 러닝화 인기는 상징성이 강화된 것도 한 요인이다. 나이키 '알파플라이'는 마라토너 엘리우드 킵초게가 2시간의 벽을 무너뜨린 신발로 주목받으며 일종의 '성취 상징'이 됐다. 가격은 30만원을 넘지만 프로 선수는 물론 일반러너들까지 고가의 러닝화를 소비하고 있다. 아디다스 '아디제로 아디오스 프로 에보1' 역시 출시가가 59만9000원에 달하지만 웃돈을 주고도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아디제로 아디오스 프로 에보1 /사진=아디다스

러닝복에서도 프리미엄 선호 현상이 두드러진다. 최근 한국 진출을 선언한 프랑스 러닝웨어 브랜드 '새티스파이'는 티셔츠 한 장 가격이 40만원에 육박한다. 높은 가격 탓에 '러닝계 에르메스'로 불리지만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직구를 할 만큼 인기가 높다. 고가임에도 수요가 유지되는 것은 러닝복이 '기능 제품'에서 '패션·정체성 소비'로 확장됐기 때문이다. 러닝 인증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로고와 실루엣이 노출되는 의류는 곧 자기표현 수단이 됐다.

양극화 반대편에는 프랑스 스포츠 브랜드 '데카트론'이 있다. '러닝계 다이소'로 불리는 데카트론은 1만~3만원대 의류, 10만원대 카본화를 앞세워 실속 소비층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기존 러닝 브랜드들의 높은 가격과 비교되며 '합리적인 대안'을 찾는 움직임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데카트론은 최근 1~2년 사이 스타필드·롯데몰에 대형 매장을 잇따라 열며 사세를 키우고 있다.

백화점에 들어선 러닝브랜드

이 같은 변화는 유통업계의 전략까지 흔들고 있다. 대형 유통기업들은 러닝을 핵심 카테고리로 재편하며 매장 구성과 브랜드 라인업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20~40대 여성 러너의 증가와 체험형 리테일 선호가 겹친 데다, 러닝 자체가 커뮤니티와 체험형 콘텐츠를 기반으로 고객 체류 시간을 늘릴 수 있다는 점이 작용했다.

단순 상품 판매를 넘어 충성고객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도 유통업계가 매력을 느끼는 요소다. 시장 성장세도 이를 뒷받침한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운동화 시장은 2021년 2조7761억원에서 2023년 3조4150억원으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4조원을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이 중 러닝화 시장만 최소 1조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이달 스위스 브랜드 '온러닝'은 더현대 서울과 롯데몰 잠실에 단독 매장을 열었다. 온러닝은 글로벌 러너들 사이에서 이미 확고한 팬층을 확보한 브랜드다. 국내에서 공식 매장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대구·판교점에서 호카·살로몬 등을 판매하는 러닝 편집숍 '굿러너컴퍼니'도 운영하며 관련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있다. 롯데백화점도 올 5월 잠실점에 초대형 러닝 콘셉트 매장 '나이키 라이즈'를 열었다. 석촌호수·올림픽공원·한강공원이 이어지는 지리적 강점을 활용해 롯데월드몰을 '러닝 허브'로 키우는 전략도 병행 중이다.

더현대서울 온러닝 매장 전경/사진=현대백화점

ABC마트는 서울 중구 명동의 '그랜드 스테이지 명동점'에 전 세계 러닝 브랜드를 한곳에 모은 러닝 플랫폼 'ABC마트 스포츠'를 선보였다. 내년까지 전국에 20개 매장을 추가로 열 계획이다. 패션 플랫폼들도 러닝족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무신사, 에이블리, 지그재그, EQL, 크림 등은 러닝 전용 카테고리를 전면에 배치하거나 관련 프로모션을 강화하며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브랜드 전략도 변화하고 있다. 그동안 아웃도어 중심이었던 노스페이스는 러닝화와 러닝 전용 의류 비중을 늘리며 카테고리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트레일 러닝의 성장과 도심형 러닝 커뮤니티 확산으로 인해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계절 편중형 아웃도어 매출 구조를 보완하는 데에도 러닝이 효과적이다. 노스페이스뿐 아니라 다수의 스포츠·아웃도어 브랜드가 러닝 기술력 강화에 투자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러닝은 이제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을 규정하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며 "가격대별로 수요가 갈리면서도 시장 전체가 커지는 특수 구조가 형성되면서 유통업계에서는 투자 대비 효율이 높은 카테고리로 평가받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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