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개의 옹기가 빼곡히 들어선 숙성실. 프리미엄 증류주 화요가 3개월간 숙성되며 제 맛을 찾아가는 곳이다. 일부 옹기에는 화요 창립 초기부터 20년 동안 숙성 중인 화요 원액이 담겨 있기도 하다. 지난 1일 경기도 여주시 화요 제2공장에서 만난 장관호 화요 양조팀장은 "옹기는 숨 쉬는 그릇이라 미세하게 산화가 일어나면서 술맛을 부드럽게 만들고 향미를 끌어올린다"며 "서양의 오크통과 같은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2023년 12월 준공된 이 곳은 화요가 20년간 축적한 노하우를 집약한 스마트 팩토리다. 1공장에서 얻었던 여러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AI 기술까지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최첨단 설비와 전통 옹기가 공존하는 이 공장에서 화요는 100% 국산 쌀로 4개월에 걸쳐 증류주를 만든다.
120일 동안 깊어지는 맛
화요의 제조 공정은 총 4개월이 소요된다. 여주 계약재배를 통해 나온 쌀 등 국산 쌀로 쌀 누룩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한다. 증미실에서는 쌀을 씻고 불린 뒤 쪄서 고두밥을 만들고 여기에 순수 배양된 미생물 곰팡이를 뿌려 발효시킨다. 장 팀장은 "쌀 표면에 곰팡이가 입혀지면서 효소와 산미를 만들어내 술맛을 내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완성된 쌀 누룩은 발효실로 이동해 물, 효모와 함께 1차 발효를 거친다. 1차 발효가 완료되면 더 큰 탱크로 옮겨 고두밥을 넣고 2차 발효를 진행한다. 장 팀장은 "효모도 사람처럼 진밥을 먹으면 발효가 급격히 일어나지만 고두밥을 넣으면 서서히 발효가 일어나 술맛을 제대로 낼 수 있다"고 말했다. 2차 발효는 약 2주간 진행되며, 알코올 도수 18~20도의 술덧을 얻는다.
이 술덧을 감압 증류 방식으로 증류한다. 장 팀장은 "일반적으로 알코올은 80도에서 증발하지만, 화요는 내부 공기를 빼서 끓는점을 낮춰 40도에서 증류한다"면서 "낮은 온도에서 증류하면 향미가 좋고 부드러운 화요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류를 거쳐 얻은 48~49도의 원액은 저장조에서 균일화한 뒤, 206개의 옹기에서 3개월간 숙성된다. 화요가 보유한 옹기 중에는 2004년부터 사용한 것도 있으며 20년 숙성 술도 보관 중이다.
3개월 숙성을 마친 원액에 물을 넣어 도수를 조절하면 최종 제품이 완성된다. 물을 조금 넣으면 '화요41', 더 넣으면 '화요25', '화요17'이 된다. 쌀, 물, 효모, 곰팡이만으로 만들며 인위적인 첨가물은 일체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AI로 만드는 술은
화요는 내년을 기점으로 제조 공정에서 AI 기술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박준성 화요 생산본부장은 "화요는 20년간 축적한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 2공장을 설계했다"며 "이 데이터를 활용한 AI 기반 품질 관리 시스템을 본격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화요는 외부 IT 기업과 협력해 AI 학습 모델을 개발할 예정이다. 발효 데이터의 민감성 때문에 외부 공개가 쉽지 않지만 AI 개발을 위해서는 IT 전문가와의 협업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화요는 자사의 발효 데이터와 시장 데이터 등을 AI가 비교 분석해 최적의 발효 온도와 조건을 찾아내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AI가 제시한 조건으로 술을 만든 뒤 최종적으로 사람이 맛보고 판단하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화요는 우선 자체 챗봇 개발을 추진한다. 챗GPT처럼 자연어 기반으로 '지난 20년간 계절별 발효에 대해 알려줘' 같은 질문을 하면 답변을 주는 전용 챗봇을 만들어 직원들이 데이터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 AI 학습 모델을 통해 새로운 맛을 개발하는 실험도 계획하고 있다. 예를 들어 원료는 쌀을 사용하되 과일 향을 더 풍부하게 하려면 발효 온도를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 어떤 효모를 조합하면 좋은지 같은 질문에 AI가 데이터 기반으로 답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화요는 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 양조장 설립도 검토 중이다. 조희경 화요 대표는 "전통의 레시피를 데이터화 하고 이를 AI로 학습시키는 것이 화요의 차별화 전략"이라며 "어느 나라에서 양조장을 열어도 축적된 데이터 기반으로 화요 고유의 맛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