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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25]홈플러스도 무너졌다…오프라인에 덮친 불황 그늘

  • 2025.12.31(수) 07:00

갑작스러운 기업회생…매각마저 해 넘겨
대형마트, 신규 출점·해외 진출 돌파구 모색
초대형 백화점 점포 느는데…줄이은 폐점

그래픽=비즈워치

2위 대형마트의 몰락

올해 유통업계는 연초부터 예기치 못한 소식으로 큰 충격에 빠졌다. 지난 3월 4일 연 매출 7조원대의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가 기습적으로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면서다. 법원이 신청 당일 회생 절차 개시를 결정하면서 홈플러스는 하루아침에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지난해 '티메프' 사태로 유통업계가 요동 친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홈플러스의 갑작스러운 회생 신청에 소비자들은 물론 협력업체, 금융투자자들까지 혼란에 빠졌다. 2만명의 직원들은 고용 불안에 떨어야 했고, 협력업체들은 대금 회수를 걱정해야 했다. 홈플러스 전단채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이 수천억원대 손실을 입을 위기에 처하면서 금융권까지 여파가 미쳤다.

서울회생법원이 4일 오전 홈플러스가 신청한 기업회생절차에 대해 개시 결정을 내렸다. 사진은 서울 도심에 위치한 홈플러스 매장 모습./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대주주 MBK파트너스를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MBK파트너스가 2015년 홈플러스를 차입 인수한 후 막대한 이자 부담을 홈플러스에 떠넘겨 경영 악화를 초래했다는 지적이었다. 정치권에서도 MBK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회에서는 사모펀드 규제 강화 논의가 본격화됐고 홈플러스 사태 해결을 위한 TF까지 구성됐다.

홈플러스는 6월 법원의 허가를 받아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홈플러스의 청산가치는 계속기업가치보다 높다, 즉 사업을 청산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청산 절차를 밟을 위기에 처한 회사가 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을 인가 받기 전에 회사를 매각해 회생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대주주 MBK파트너스는 새 인수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보유 중인 2조5000억원 규모의 홈플러스 보통주를 무상소각 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10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하지만 홈플러스를 사겠다는 원매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10월부터는 홈플러스에 관심이 있는 누구나 입찰할 수 있는 '공개입찰'이 진행됐다. 이 공개입찰에도 응찰자가 없을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입찰 마감일인 10월 31일 스노마드와 하렉스인포텍 두 기업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두 업체 모두 인수 자금 조달 능력에 대한 의심만 받다가 최종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홈플러스 매각 주간사는 지난 26일까지 추가 인수의향서를 받았지만 이 역시 무응찰이었다.

그 사이 홈플러스의 상황은 더욱 악화했다. 이달 들어 홈플러스는 직원 월급을 분할 지급했고 일부 점포는 전기세마저 내지 못할 정도다. 대금 지급 지연이 우려되자 협력업체들은 납품을 중단하기 시작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28일부터 가양점 등 5개 점포의 운영도 중단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29일 다시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했다.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분리 매각과 6년간 최대 41개 점포를 닫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회생계획안이 받아들여질지, 다시 한 번 매각을 시도할지 아니면 결국 기업 청산의 길로 가게 될지 등 홈플러스의 운명은 내년에 결정된다.

신규 출점까지

홈플러스뿐만 아니라 다른 대형마트들에게도 쉽지 않은 한 해였다. 고물가가 지속된 탓에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혀서다. 온라인 쇼핑 확대로 오프라인 대형마트의 입지는 여전히 좁아지고 있다. 실제로 롯데쇼핑 그로서리 사업(국내 마트·슈퍼)은 올해 1~3분기 영업손실 283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이 기간 매출액도 3조8812억원으로 전년 대비 5.6% 감소했다.

대형마트 1위 이마트는 비용 절감에 집중했다. 판매관리비를 크게 줄인 덕에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었다. 이마트의 1~3분기 별도 기준 매출은 12조5035억원으로 전년 대비 7.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624억원으로 34.6% 늘었다.

지난 2월 14일 오전 문을 연 트레이더스 마곡점의 계산대에 많은 고객이 줄을 서고 있다. / 사진=정혜인 기자 hij@

그래도 올해는 대형마트업계에 오래간 만에 신규 출점이 이뤄지면서 비교적 활기가 돌았다. 롯데마트는 지난 1월 천호점을 오픈했다. 지난 2019년 8월 30일 롯데마트 롯데몰 수지점에 이어 6년만의 신규 출점이었다. 6월에는 2021년 문을 닫았던 구리점을 그랑그로서리 포맷으로 다시 열었다.

이마트도 지난 4월 서울 고덕동에 식료품 특화 매장 '이마트 푸드마켓'을 열었다. 이마트가 서울에 신규 매장을 낸 것은 5년 만이다. 이마트의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도 2월 마곡점과 9월 구월점을 열며 24개 점포로 확대했다. 이마트는 기존 점포 리뉴얼도 벌였다. 6월 킨텍스점, 7월 동탄점, 8월 경산점을 잇따라 스타필드 마켓으로 리뉴얼 오픈했다.

해외 진출도 이어졌다. 이마트는 지난 18일 몽골에 여섯 번째 점포를 열었다. 지난해 울란바토르에 5호점을 오픈한 후 1년만에 추가점포를 내며 사업 확장을 가속화 중이다. 내년에도 신규 상권에 추가 출점을 예정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 5월 싱가포르 페어프라이스와 손잡고 '롯데마트 익스프레스' 1호점을 열었다. 롯데마트가 동남아시아 국가에 새롭게 뛰어든 것은 인도네시아, 베트남에 이어 17년만이다. 롯데마트 익스프레스는 페어프라이스의 대형 할인점 내 '숍인숍(Shop in Shop)' 형태로 입점해 PB상품과 즉석 조리식품을 판매한다.

백화점의 양극화

백화점도 불황을 피해가지 못했다. 롯데백화점의 올해 1~3분기 매출액은 2조3868억원으로 전년 대비 0.8%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3194억원으로 2.0% 줄었다. 신세계는 1~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보다 1.1%, 7.6% 감소했다. 현대백화점도 이 기간 매출액이 전년 대비 1.0% 줄어든 1조7558억원을 기록했다.

중소형 점포의 폐점도 잇따랐다. 지난해 롯데백화점 마산점이 폐점한 이후 올해는 수도권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지난 2월 그랜드백화점 일산점이 개점 30년만에 폐점을 결정했다.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은 10년간의 영업을 마치고 지난 6월 문을 닫았다. 롯데백화점 역시 내년 3월 분당점의 문을 닫기로 했다.

지난 4월 9일 오픈한 신세계 본점 더헤리티지. / 사진=롯데쇼핑

하지만 모든 백화점이 어려움을 겪은 것은 아니었다. 초대형 점포의 독주는 올해도 이어졌다. 백화점 업계 1위 신세계 강남점은 11월 7일 매출 3조원을 돌파하며 3년 연속 매출 3조원 고지를 밟았다. 지난해보다 3주 앞당긴 기록이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도 12월 4일 3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보다 21일 빠른 달성이었다. 

신세계 센텀시티와 롯데백화점 본점도 각각 11월 25일, 12월 6일 매출 2조원을 넘어섰다. 모두 지난해보다 빨랐다. 특히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11월 27일 매출 2조원을 달성하며 개점 10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매출 2조원 고지에 도달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까지 합류하면서 전국 점포 중 매출 2조원 이상을 내는 점포는 총 5개로 늘어났다.

대형 점포로 소비자들이 집중되는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백화점들은 복합화, 대형화 전략을 강화했다. 현대백화점은 5월 충북 청주에 '커넥트현대'를 열었다. 커넥트현대는 놀이와 체험, 문화 콘텐츠를 강화한 복합 쇼핑몰 형태의 점포다.

신세계 본점도 올해 '신세계타운'을 만드는 대규모 리뉴얼을 진행했다. '더헤리티지(본관)', '더에스테이트(신관)'을 리뉴얼 오픈한 데 이어 이달부터 에르메스, 루이비통 등 럭셔리 브랜드가 입점하는 '더리저브'를 순차적으로 여는 중이다. 롯데백화점도 본점과 인천점 등 대형 점포의 주요 MD 리뉴얼을 예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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