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를 앞세운 K브랜드가 장악한 국내 애슬레저 시장에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뛰어들고 있다. '고급화'를 앞세워 국내 애슬레저 시장에 변화를 가져오겠다는 전략이다. K애슬레저가 주도권을 지켜낼지, 글로벌 브랜드가 판을 흔들지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 존재감 확대
애슬레저는 코로나19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주요 패션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다. 운동복에만 머물던 애슬레저는 요가복 중심에서 골프·테니스·헬스·러닝 등으로 제품군이 확대됐다. 출퇴근과 외출, 여행 등 일상 전반으로 착용 범위가 넓어졌다.
그러자 '아시안 핏'과 '합리적인 가격대'를 앞세운 국내 브랜드들이 시장을 키웠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퓨처마켓인사이트는 한국 애슬레저 시장이 연평균 11.0% 성장해 오는 2034년에는 70억달러(약 10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애슬레저 시장이 급성장하자 글로벌 브랜드들도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캐나다 브랜드 '룰루레몬(lululemon)'은 2016년 서울 청담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며 국내에 진출했다. 2020년까지만 해도 국내 브랜드에 밀려 4위권이었지만 2021년 뮬라를 추월했다. 2023년에는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선데 이어 지난해에는 매출 2000억원을 돌파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룰루레몬은 한국을 아시아태평양 지역 핵심 시장으로 보고 있다. 룰루레몬은 현재 전국에 23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매장을 단순 판매 공간이 아닌 요가·러닝 커뮤니티 공간으로 운영하며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고 있다. 여성 중심이던 애슬레저 시장에서 남성 고객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남성복 시장에서도 입지를 넓히고 있다.
미국 프리미엄 애슬레저 브랜드 '알로 요가(ALO Yoga)'도 지난해 7월 강남에 국내 첫 플래그십 매장을 열었다. 알로는 2007년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출발한 브랜드로, 헤일리 비버와 켄달 제너 등 글로벌 셀럽이 착용하며 인지도를 높였다. 북미 시장에서는 룰루레몬과 함께 대표 애슬레저 브랜드로 꼽힌다. 룰루레몬이 '요가복계의 샤넬'이라면, 알로는 '요가복계의 에르메스'로 불린다.
여기에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들여온 미국 프리미엄 애슬레저 브랜드 ‘뷰오리’까지 가세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이에 따라 현재 국내 애슬레저 시장은 가성비와 고급화로 양극화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K애슬레저 브랜드와 프리미엄 전략의 글로벌 브랜드가 각기 다른 수요층을 겨냥하며 공존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해외로 눈 돌린 K애슬레저
현재 국내 애슬레저 시장은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해외 브랜드와 확고한 국내 투톱인 젝시믹스와 안다르만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반면 뮬라 등 뚜렷한 색깔을 갖추지 못한 중소 브랜드들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차별화된 기능이나 디자인 없이 경쟁에 나선 탓에 이들과 경쟁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이에 따라 국내 애슬레저 시장은 '강자만 살아남는' 가혹한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해외 브랜드들과의 경쟁이 격화하자 안다르와 젝시믹스는 전략적으로 시선을 해외로 돌렸다. 젝시믹스는 '아시안 핏'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외형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 20개 매장을 열었고, 대만과 몽골에도 각각 3개, 2개 매장을 오픈했다. 일본에서는 백화점 3곳에 매장을 운영 중이며 추가 출점도 검토하고 있다. 태국과 필리핀 등 동남아 시장에서는 현지 파트너십을 통해 중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안다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미국을 핵심 공략 시장으로 설정했다. 현재 싱가포르 3개, 호주 1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일본과 싱가포르에서는 한국과 유사한 체형을 기반으로 한 패턴 설계와 자체 개발 원단 경쟁력을 앞세워 인지도를 확대하고 있다.
호주에서는 애슬레저가 이미 일상복으로 자리 잡은 점을 감안해 기능성과 디자인을 모두 갖춘 퍼포먼스 중심 제품군을 선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 애슬레저 시장인 미국에서는 프리미엄 퍼포먼스웨어 라인을 앞세워 차별화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국내 애슬레저 시장이 종전 '국내 브랜드간의 점유율 싸움'을 넘어 글로벌 브랜드와의 '브랜드 가치 전쟁'이라는 2라운드에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K애슬레저가 안방을 수성하고 해외 시장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가성비 전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룰루레몬이나 알로가 파는 것은 옷뿐만 아니라 강력한 커뮤니티와 라이프스타일 그 자체"라며 "안다르와 젝시믹스 역시 서구권 체형에 맞춘 기술적 보완은 물론, 현지 소비자의 팬덤을 이끌어낼 수 있는 고유의 브랜드 헤리티지를 구축할 수 있는지 여부가 글로벌 시장 안착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