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갤러리아가 지난해 모처럼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백화점 본업이 회복된 데다, 식음료(F&B) 신사업 성과가 맞물린 덕분이다. 다만 매출 비중이 가장 큰 서울 압구정 명품관 재건축이 본격화되는 만큼 재무 부담 관리가 과제가 될 전망이다.
부진 털었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이 전년 대비 6.8% 증가한 5752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4억원으로 전년보다 177.7% 늘었다. 특히 한화갤러리아는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 33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23년 한화솔루션에서 다시 분할 설립된 이후 첫 흑자다.
한화갤러리아의 실적이 개선된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명품 매출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해 핵심 고객인 VIP를 겨냥해 하이주얼리·워치 카테고리를 크게 강화했다. 압구정 명품관에 국내 최초로 입점한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모저앤씨와 독일 보석 브랜드 벨렌도르프가 대표적이다. 또 수원 광교점에도 튜더·위블로·그랜드세이코 등 럭셔리 시계 브랜드와 이탈리아 파인 주얼리 브랜드 포페를 차례로 유치했다.
한화갤러리아의 신사업인 F&B 부문도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파이브가이즈는 지난해 말 9호점을 열며 순항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론칭한 자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슨도 현재 11개 매장까지 확보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올해 2030 고객 및 외국인 관광객 등 신규 고객을 확대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달 초 명품관 웨스트 3층의 슈즈존을 패션∙라이프스타일 중심으로 재편하고 무신사 엠프티·아더에러·로우로우 등 젊은 고객 타깃 브랜드를 대거 유치했다. 이와 함께 벤슨 역시 강남·잠실새내·둔촌동 등 핵심 상권 공략에 속도를 내면서 올해 20개 이상 출점한다는 목표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명품 수요와 외국인 매출 등이 증가하면서 4분기 백화점 실적이 일부 개선됐다"며 "F&B 부문에서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는 만큼 이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본업 회복
한화갤러리아의 실적 반등에서 주목할 대목은 백화점 본업이 되살아났다는 점이다. 한화갤러리아는 1985년 한화그룹이 유통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인수한 회사다. 후발주자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1990년 처음으로 명품관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며 고급 백화점 시장을 개척했다. 경쟁사들보다 규모는 작지만 명품에 강점을 두고 업계 4위 지위를 확고히 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한화갤러리아의 위기가 시작됐다. 2015년 면세사업에 야심차게 진출했지만 사드 사태, 한한령 등이 겹치며 4년 만에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백화점 본업도 크게 흔들렸다.
경쟁사들이 신규 출점으로 덩치를 불리는 사이 한화갤러리아는 영업면적이 작아 브랜드 유치 경쟁력이 떨어져갔다. 명품 매출 비중이 높아 수수료 수익이 낮은 구조적 한계도 발목을 잡았다. 한화갤러리아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2021년 한화솔루션에 흡수합병됐다가 2023년 다시 독립법인으로 출범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분사 이후에도 한화갤러리아의 백화점 본업은 좀처럼 살아나지 못했다. 명품 수요 둔화와 지방 점포 경쟁력 약화로 매출이 줄어든 반면 인건비·임차료 등 고정비 부담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본업 부진이 이어지자 김동선 한화그룹 부사장은 신사업 확장으로 활로를 모색했다. 파이브가이즈·벤슨 등 F&B 브랜드를 잇따라 선보이고 음료 제조·유통업체 퓨어플러스를 사들이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 한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한화갤러리아의 백화점 본업이 회복세로 돌아선 점은 긍정적이다. 한화갤러리아는 오는 7월 한화그룹 인적분할로 신설되는 지주사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에 편입될 예정이다. 김 부사장이 맡은 유통·호텔·식음료 사업이 그룹에서 독립할 준비를 시작하는 만큼 한화갤러리아가 본업에서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커지는 재무 부담
한화갤러리아 앞에는 더 큰 과제가 놓여 있다. 핵심 점포인 압구정 명품관 재건축이 본격화 되기 때문이다. 갤러리아 명품관은 한화갤러리아의 5개 점포 전체 거래액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점포다.
하지만 현재 영업면적은 8300평(2만7438㎡)으로 인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웨스트·이스트 건물이 각각 1979년·1985년에 지어져 노후화도 심각하다. 이에 한화갤러리아는 2027년 이후 두 건물을 순차 철거하고 총 9000억원을 투입해 영업면적을 1만8000평(5만9504㎡) 이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문제는 공사 기간 중 매출 공백이다. 명품관이 6년에 걸친 공사에 들어가는 만큼 매출 감소가 불가피해서다. 한화갤러리아는 웨스트와 이스트 건물을 순차적으로 철거·준공한다는 계획이지만 매출 공백을 메울 방안 마련은 숙제로 남아있다.
재무 부담도 가중될 전망이다. 한화갤러리아는 이미 차입금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화갤러리아의 연결 기준 차입금(단기·장기차입금·사채 합산)은 2023년 450억원에서 지난해 말 2772억원으로 2년 새 6배 이상 불어났다. 부채비율도 같은 기간 123.7%에서 144.6%로 올랐다.
한화갤러리아가 지난해 12월 사모펀드 H&Q에쿼티파트너스에 파이브가이즈를 매각하기 위한 MOU를 체결한 것도 재건축 자금 마련을 위해서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명품관이 재건축된다면 세계적인 럭셔리 쇼핑 공간이자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는 혁신적인 플랫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관계기관 및 인근 주민과 적극 소통해 사업이 잘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