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이 맥주 브랜드 크러시를 리뉴얼한다. 이번엔 '생맥주' 콘셉트를 입혔다. '클라우드'도 강조하고 도수도 낮췄다. 크러시가 출시 초의 흥행을 이어가지 못하면서 다시 '클라우드'를 전면에 내세운 개편이다. 업계에선 출시한 지 2년 5개월 된 신생 브랜드가 지나치게 잦은 콘셉트 변화를 가져간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바꿔?
롯데칠성은 지난 8일 맥주 브랜드 크러시를 '클라우드 크러시'로 리뉴얼한다고 밝혔다. 크러시의 특징인 빙산 디자인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게 바뀌었다. 당초 왼쪽 상단에 작게 표기했던 '클라우드'를 전면에 크게 부각하고 '크러시'는 클라우드 밑에 작게 넣었다.
전반적인 디자인도 크러시보다는 기존 클라우드 생 드래프트에 가깝게 바꿨다. 맛도 크게 바뀐다. 국내 최초로 귀리 맥아를 넣어 고소한 맛을 더했다. 여기에 가열 살균을 하지 않으면서 '비열(非熱)처리 생맥주'로 전환했다. 알코올 도수는 4도로 내리고 100㎖당 25㎉의 '라이트 맥주' 콘셉트도 반영했다. 지난 2023년 11월 크러시를 처음 선보인 후 거의 모든 콘셉트가 바뀌었다.
사실 크러시는 출시 초부터 콘셉트 변화가 너무 잦았다. 크러시는 당초 클라우드를 대신해 유흥 시장을 공략할 제품으로 선보였다. 가정용 시장에서는 '클라우드 생 드래프트'가 나름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스와 테라가 지키고 있는 유흥 시장은 단단했다. 출시 반 년 만인 2024년 여름 크러시의 타깃을 '가정용'으로 바꿨다.
이 과정에서 클라우드 생 드래프트는 단종이 결정됐다. 굴러온 크러시가 박힌 클라우드를 밀어낸 셈이다. 하지만 크러시의 반등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나마 클라우드가 갖고 있던 점유율도 경쟁사에 빼앗겼다. 2024년 863억원이었던 롯데칠성의 맥주 매출은 지난해 572억원으로 30% 넘게 감소했다.
문제는 이번 리뉴얼 역시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크러시를 키우기 위해 방치했던 '클라우드'를 다시 꺼내왔다. 리뉴얼한 제품의 생맥주·라이트 맥주 콘셉트도 크러시를 가정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해 단종시킨 클라우드 생 드래프트와 클라우드 라이트를 되살린 데 불과하다. 불과 2년 전 단종시킨 제품의 콘셉트를 신제품에 다시 얹었다. 사실상 2년 전으로의 '롤백'에 가깝다.
왓 롯데 원트
업계에선 롯데칠성의 맥주 사업에 중장기 전략이 없다는 비판을 내놓는다. 최근 몇 년간 롯데칠성의 맥주 브랜드 운용을 생각하면 부정하기 어렵다. 유흥 시장은 크러시, 가정 시장은 클라우드의 '투 트랙 전략'을 내세우더니 반 년만에 폐기했다. 기존 제품을 단종시키며 '크러시'에 집중하는가 싶더니 이 역시 채 2년을 가지 못했다. 눈 앞의 부진에 휘둘려서다.
표류하는 사이에 시간만 흘러갔다. 크러시는 어느새 출시 3년차를 맞이했다. 더이상 출시 초기의 어려움이라고 부르기도 어렵다. 여기에 '클라우드'를 강조하니 이제는 '신생 브랜드'조차 아니다. 일각에선 이번 리뉴얼을 '크러시'의 실패를 인정한 것으로 본다. 크러시가 시장 안착에 실패하자 '구관이 명관'이라는 마음으로 다시 클라우드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분석이다.
롯데칠성의 조급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7년에도 출시 4년 차인 클라우드를 놔두고 '피츠 슈퍼클리어'라는 신규 브랜드를 선보였다. 클라우드가 가정 시장에서 인기를 얻자 유흥 시장을 '피츠'로 공략하겠다는 속셈이었다. 결과는 전형적인 '두 마리 토끼를 쫓다 모두 놓친' 엔딩으로 마무리됐다. 클라우드의 매출도 줄고, 피츠는 5년 만에 단종됐다.
주류업계에서는 맥주 시장 3~4위권인 롯데칠성이 한 제품도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리한 투 트랙을 시도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업계 1위인 오비맥주의 연매출은 1조7000억원대, 2위인 하이트진로의 맥주 부문 연매출은 7000억원대로, 롯데칠성 맥주 사업의 10~30배에 달한다. 그럼에도 양 사 모두 세컨드 브랜드인 한맥과 켈리의 시장 안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지금이라도 롯데칠성이 클라우드와 크러시 중 한 쪽을 선택해 역량을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업계 1위 브랜드인 카스, 2위 브랜드인 테라와의 차별점을 강조하고 확실한 '3위 브랜드' 안착이 최우선 목표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의 영향력, 생산량이나 브랜드 인지도 등을 볼 때 크러시나 클라우드가 가정용·유흥용 시장 양 쪽 모두에서 성공을 거둘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제품 콘셉트를 명확히 하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시장에 오래 생존할 수 있는 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