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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리밸런싱'이라는 형지, 속내는 '빚 갚기'

  • 2026.08.04(화) 07:20

송도 사옥·부산 아트몰링 등 핵심 자산 유동화
금융비용·단기차입금 등 재무 압박 심화
대출 상환 시 순유입 미미…신사업 성과 절실

그래픽=비즈워치

패션그룹형지가 인천 송도 본사 사옥과 부산 아트몰링 등 보유 자산 매각에 착수했다. 이 매각으로 웨어러블 로봇 등 신사업에 쓸 수천억원대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하지만 관련업계에서는 패션그룹형지의 현재 재무 상태를 감안할 때 이번 자산 매각의 진짜 이유는 당장 도래한 차입금 상환과 유동성 확보를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옥까지 내놨다

패션그룹형지는 지난달 말 주요 부동산 자산 매각을 통해 기업 체질 개선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나서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첨단 기술·소재 기반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패션그룹형지가 매물로 내놓은 부동산은 △인천 송도국제도시 형지글로벌패션복합센터 △서부산 아트몰링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형지개포빌딩과 형지강남비전센터 △경기 용인·화성 소재 부지다. 패션그룹형지는 이번 자산 매각을 '신사업 투자를 위한 전략적 리밸런싱'으로 규정했다. 매각 대금을 웨어러블 로봇과 스마트 텍스타일 등 시니어테크 기반 신사업 재원으로 쓰겠다는 취지다.

패션그룹형지의 송도 형지글로벌패션복합센터. / 사진=패션그룹형지

하지만 관련업계에서는 이번 패션그룹형지의 유동화 대상에 비핵심 자산뿐만 아니라 회사의 사업적 기반이 되는 핵심 거점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의구심을 드러낸다. 매각 대상 중 하나인 송도 형지글로벌패션복합센터는 패션그룹형지가 그룹 핵심 거점으로 사용하기 위해 1500억원을 들여 지은 본사다. 2022년 완공돼 현재 패션그룹형지의 모든 계열사가 입주해 있다.

부산 아트몰링 역시 2016년 패션그룹형지가 유통사업에 진출하면서 선보인 첫 쇼핑몰이다. 리밸런싱 계획을 발표하기 불과 일주일 전 개점 10주년을 맞아 리뉴얼도 단행했다. 거액을 들여 지은 본사와 리뉴얼을 마친 지 일주일도 안 된 상징적 쇼핑몰까지 매각 대상에 올린 셈이다.

게다가 매각 완료 후의 구체적인 계획도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본사 이전과 유통업 철수 등을 예상하고 있다. 다만 패션그룹형지는 "사옥을 매각하더라도 본사 이전은 검토하지 않으며 지역사회 및 관련 기관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는 입장이다.

악화하는 재무구조

업계에서는 패션그룹형지가 신사업 투자보다 재무구조 개선이 절박해 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로 패션그룹형지는 수년째 본업의 현금 창출력이 약화하면서 재무구조가 크게 취약해진 상황이다.

2021년에는 연결 기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로 전환하면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당시 외부 감사인은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879억원 초과한다"며 "계속기업 존속 능력에 유의적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명시하기도 했다.

다행히 패션그룹형지는 이듬해인 2022년 자본총계가 1361억원으로 플러스 전환하며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났다. 다만 이는 영업 성과가 아닌 장부상 착시에 가까웠다. 송도 복합센터 완공에 따른 공정가치 재평가이익이 약 1046억원이 장부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실제 현금이 유입된 거래는 아니었다.

그래픽=비즈워치

이후 패션그룹형지는 좀처럼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패션그룹형지의 매출은 2023년 3513억원, 2024년 3011억원, 지난해 2525억원으로 3년 연속 뒷걸음질쳤다. 3년간 꾸준히 영업이익은 냈지만 2024년과 지난해 각각 287억원, 25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영업으로 번 돈보다 이자로 나가는 돈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패션그룹형지가 지출한 금융비용(이자비용 포함)은 417억원으로 영업이익(178억원)의 2.3배에 달했다.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자본총계는 다시 2023년 말 1429억원에서 지난해 말 698억원으로 2년 만에 반토막 났다. 이 추세대로면 다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우려가 있다.

패션그룹형지의 단기 유동성 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유동부채는 3256억원으로 유동자산(1509억원)을 크게 웃돈다. 2021년 감사인이 '존속 의문'을 제기할 당시의 격차(879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커진 수치다. 이 유동부채 중 단기차입금만 1450억원 규모인 반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65억원에 불과하다. 

패션그룹형지의 자본조달비율(순부채/총자본) 역시 2023년 58.0%에서 2025년 78.7%로 상승했다. 회사 자본 구조에서 빚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다. 자산 매각을 통한 즉각적인 현금 확보 없이는 돌아오는 단기 부채의 만기에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신사업 성과는 언제

패션그룹형지가 매각 명분으로 제시한 신사업 구상 역시 아직 모호하다. 패션그룹형지가 발표한 5대 신사업 분야는 웨어러블 로봇, 스마트 텍스타일, 글로벌 기술협력, AI 기반 패션·유통 플랫폼, 해외 시장 확대다. 그러나 해당 사업들은 초기 단계로 현재 발생하고 있는 매출이 없다.

사업별 투자 금액과 상용화 시점에 대해 패션그룹형지 측은 "시니어테크, 웨어러블 로봇, 스마트 텍스타일 사업은 중장기 관점에서 추진하는 신사업"이라며 "세부 계획은 준비가 완료되는 시점에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패션그룹형지가 운영하는 부산 쇼핑몰 아트몰링. / 사진=패션그룹형지

자산 매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실제 현금 규모를 따져봐도 신사업 투자 여력에는 의문이 남는다. 매각 대상인 송도 형지글로벌패션복합센터의 경우 GH글로벌로부터 받은 1199억원 규모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 다수의 금융권 담보가 설정돼 있다. 이는 매각이 성사되더라도 선순위 채무와 담보 대출을 상환하고 나면 패션그룹형지가 손에 쥐는 실제 현금은 매각 대금보다 훨씬 적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결국 재무 안정화와 함께 신사업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 패션그룹형지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기존 패션 본업과의 시너지 창출과 신성장 동력 확보 여부가 향후 기업 가치 재평가의 주요 지표가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비용 부담과 단기 차입금 만기가 도래한 상황에서 주요 자산을 매각하는 것은 유동성 확보를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며 "매각 대금을 통한 부채 상환 수준과 실제 신사업 추진 여부가 향후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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