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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웃어야 할 이유를 찾은 이·순·우 회장

  • 2013.05.23(목) 18:37

(종합) 민영화 방식엔 조심 행보
"빨리 하는 게 좋지만 합병만이 능사는 아니다"

이·순·우.


우리금융그룹에서 보면 매우 독특하면서도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전통적인 은행그룹에서 홍보맨 출신이 은행장의 반열에 올라본 사람도 없다. 일반 기업과 달리 은행은 그 특성상 전문 홍보맨을 잘 키우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환경에서 그가 총자산 418조 원의 금융그룹 회장에 사실상 내정됐다.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과정도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당시 5대 시중이었던 한일·상업은행이 합병했다. 합병 한빛은행은 형식적으론 대등 합병이지만, 주도권은 한일은행이 잡았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비록 초대 합병은행장(김진만)이 상업은행 출신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자존심 강한 5대 시중은행의 이런 동거에서 화학적인 융합은 애초부터 기대하기 어려웠는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은행장 중 이순우 행장만큼 친화력이 좋은 인물을 찾기는 쉽지 않다. 어떤 이들은 ‘비굴할 정도 아니냐’는 의견도 서슴지 않는다. 그런 그였기에 그 인고의 시간을 견뎠는지도 모른다. 상업은행 출신 후배들의 터져 나오는 불만을 온몸으로 받아 다독이며, 그렇게 스스로 담금질했는지도 모른다.


그가 상업은행 패당의 보스(?) 역할만 했다면, 우리은행의 수장을 차지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 행장의 전(前) 시대가 경영진 간의 불화가 다소 크게 불거지기도 했고, 우리금융그룹의 수장이 당시 정권의 실세이면서 한일은행 출신이라는 점도 반사이익으로 볼 수도 있겠으나, 그것만으론 설명하기 어렵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그의 강한 친화력이 거대 은행 전체를 묶어낸 원동력인 점만은 부인하기 어렵다.


◇ 앞으로 민영화 일정은 곳곳이 지뢰밭


그런 그에게 이번 우리금융그룹 회장 자리는 어찌 보면 작은 보상이고, 명예회복이다. ‘비굴할 정도’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들어가며 견딘 결과이기도 할 거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금융그룹은 어느 때보다 안정적인 세대교체를 이룰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그동안 이런저런 조직의 거버넌스 문제로 잡음을 일으켜 왔던 우리금융그룹의 입장에서도 일단은 축복이다.


그러나 축복은 그리 오래가진 않을 것 같다. 그것이 세상사 이치인지도 모르지만, 이순우 회장 겸 행장이 등극과 동시에 부여받을 미션이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지금까지의 정황을 보면, 우리금융그룹의 매각이 이 회장을 첫 번째로 풀어야 할 과제임은 분명해 보인다. 금융그룹이 독자적으로 판단해서 일정 영역을 사고파는 그런 과정이 아니다.


이 회장은 정부의 일정에 맞출 의무만 있어 보인다. 이 과정에서 조직원들의 불만이 표출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룹에 묶여 있는 지방은행을 떼서 팔 것인지 합쳐 팔 것인지, 국내 금융그룹 가운데 자랑 중 하나인 우리투자증권을 어떤 방식으로 매각 해법을 찾아야 하는지, 사방이 온통 지뢰밭이다. 당연히 내부 직원들은 불만은 노골화할 것이고, 그만큼 대주주인 정부의 미션 수행 과정은 순탄할 리가 별로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23일 오후에 열린 우리금융그룹 이순우 회장 내정자의 기자간담회에서도 그는 민영화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선 극도로 말을 아꼈다. 그는 “민영화는 빨리하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 좋다”면서도, 다른 은행과의 합병 방식의 민영화에 대해선 “합병 방식만이 능사인지는 생각해 보겠다”고 발을 뺐다. 합병 등에 따라 임기를 채우지 못할 가능성에 대해선 “특별히 미련은 없다”는 말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못했다. 민영화와 관련된 실타래가 간단치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강한 친화력으로 조직을 한데 묶어내는데 특별한 성과를 낸 그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앞으로의 과정은 다시 조직원들의 불만을 얼마나 누그러뜨릴 수 있는지가 관건인 셈이다. 그에게 기대하는 바는 어느 때보다 분명하다. 정부와 여론, 조직 내부로 갈려 복잡하게 얽혀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국면에서, 특유의 친화력이 힘을 발휘한다면 모르겠으나, 그렇지 못하다면 우리은행 민영화 실패의 모든 책임을 떠안을 수도 있는 짐을 지고 출발하는 그다.


이순우 우리금융지주회사 회장 겸 행장은 1950년 경북 경주 출생으로 대구고와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77년 상업은행에서 은행원 생활을 시작한 이 회장 내정자는 다음 달 14일로 예정된 우리금융 정기주총에서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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