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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관료 쓰나미를 어떻게 볼 것인가①

  • 2013.06.06(목) 19:15

KB금융 임영록 회장 이어 농협금융 임종룡 회장 내정
MB맨 대체자는 民이 아닌 官이었다

농협중앙회는 6일 농협금융지주회사 회장에 임종룡 전 국무총리실장을 내정했다. 전날부터 진행된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에서 임 전 실장을 단수 추천했다.

임 전 실장은 1959년 전남 보성 출생으로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학 석사, 미국 오리건대 경제학 석사를 취득했다. 행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해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기획조정실장,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기획재정부 제1차관, 국무총리실 실장을 역임했다.

임 전 실장이 농협금융지주회사 회장 자리를 차지함으로써 우리나라 금융권의 굵직한 금융지주회사 자리가 사실상 모두 채워졌다. 정부 지분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우리금융지주 회장엔 이순우 행장, 리딩뱅크 재탈환을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는 KB금융지주엔 임영록 현 사장, 이어 세 번째 판짜기 인사다.

박근혜 정부 들어 금융권의 물갈이 인사는 충분히 예고됐었다. 기대 반 우려 반이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크다. 지난 1일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기자들과의 산행에서 "관료도 능력과 전문성이 있으면 금융그룹 회장을 할 수 있다"는 말을 이행이라도 하듯, 연이은 관료의 진입이 심상치 않다. 금융권에선 이를 ‘쓰나미’로 표현한다.


[임영록(좌) KB금융 회장 내정자와 임종룡(우) 농협금융 회장 내정자]


◇ MB맨을 대체한 박근혜 관료들

MB 정부 시절 금융권은 소위 MB맨으로 불리는 원로들이 지배했다. 조직의 수장이 갑자기 10여 년은 족히 거슬러 올라가 차기 자리를 노리는 후보군들이 그만큼 많아져 잡음도 있었지만, 그래도 관료 출신을 찾아보긴 어려웠다.

KDB산은금융의 강만수(45년생, 경남 합천, 행시 8회) 전 회장만이 관료였다. 우리금융지주의 이팔성 회장(44년생, 경남 하동), KB금융지주 어윤대 회장(45년생, 경남 진해), 하나금융지주 김승유 전 회장(43년생, 충북 청주) 등의 MB맨들은 관료의 대치어로 쓰이는 민(民)에 해당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뿌리 깊은 관료 불신이 영향을 미쳤는지는 모를 일이나 어쨌든 현실은 그랬다.

이 자리를 박근혜 정부 들어선 사실상 관료들이 모두 먹었다. 정책금융기관 구조개편을 짊어진 KDB산은지주만이 정권인수위 출신의 홍기택 교수가 차지하면서 박 대통령의 심증이 실렸다고 할 수 있다. 우리금융지주 회장 자리는 애초에 관료들이 군침을 흘리기엔 미약했다. 어차피 팔아치워야 할 대상이어서 관료들의 관심 밖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KB와 농협에서의 인사 흐름을 보면, 관료들이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1일 신제윤 위원장은 “임영록 사장(55년생, 강원도, 행시 20회)은 외부 인사라 보기도 모호하다”는 말로 관료 이미지를 희석했고, KB금융지주 회추위는 예상 밖의 만장일치로 임 사장을 회장으로 추천했다. 신 위원장의 부연 설명된 ‘관료라 민간에서 일하지 못할 이유가 없고, 이미 지주 사장으로 3년을 일한 상황이어서 관료라 하기 어렵다’는 말은 원론적으론 당연하지만, 말은 때가 있는 법이란 점을 되새겨 보면 찜찜함도 어쩔 수 없다.


농협에서도 마찬가지다. 역시 관료 출신인 신동규 회장의 격한 사의와 일부 임원들의 반발성 사퇴로 인사 태풍이 분 농협에선 일찌감치 농협 출신으로 금융지주회사 회장 자리를 메울 것으로 예상했었다. 아무리 신경(신용-경제) 분리로 농협금융지주회사가 만들어졌다 해도 여전히 지주회사의 지분 100% 소유한 농협중앙회와 선출직 중앙 회장의 위세를 고려하면 어렵지 않은 예측이다.

실제로 최원병 농협 회장은 내부 인사를 선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에 중앙회 부회장에 오른 김태영 전 신용대표도 원래는 농협금융 회장에 지원했다. 이것이 막판에 교통정리 된 듯한 인상을 강하게 풍기고 있다. 뒤늦게 떠오른 임종룡 씨는 KB와 마찬가지로 만장일치로 추천됐다. 깜짝 인사인 이유다. 농협과 KB의 이사회는 다른 회사들과는 다른 독특한 문화를 자랑한다. 어윤대 KB금융 회장이 ING생명 인수전에서 이사회와 마찰을 일으킨 것이나 신동규 회장의 격한 사의 과정을 보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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