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관료 쓰나미를 어떻게 볼 것인가②

  • 2013.06.06(목) 19:15

이장호 BS금융지주 회장 퇴진 압력의 의미
창조금융답지 않은 인사 판짜기 우려 증폭

이렇게 진입한 관료들의 숫자를 보면 MB 정부 때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회사만 바꿨을 뿐 관료 자리는 두 자리(강만수, 신동규)가 다시 두 자리(임영록, 임종룡)가 됐다. 그런데 무게는 확 달라졌다. 정책금융기관 구조개편을 쥐고 있는 홍기택 회장이 인수위 출신인데다, 리빙뱅크 회복을 노리는 KB금융, 신경분리 후 상당한 잠재력을 보유한 농협금융이 관의 인맥으로 채워졌다.

◇ BS(부산은행그룹)금융지주에선 또 무슨 일이?

지난 5일 금융감독원은 오전 7시를 갓 넘긴 이른 시간에 급하게 보도 자료를 냈다. ‘BS금융지주 및 부산은행 종합검사 결과’라는 제목의 ‘배포 시부터’ 자료다. 금융회사를 검사한 결과 자료가 급하게 배포 시로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금융회사의 문을 한때 닫는 수준의 적기시정조치가 포함된 것인 경우에만 가끔 있다.

자료의 내용도 조금 이상하다. BS금융지주에 대해선 한 가지 지적사항이 있고, 이어 두 가지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지적사항은 금융지주회사 및 그 자회사(은행) 등이 업무를 겸직하고 있는데, 이런 인사를 할 때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거나 겸직업무 개시 7일 전에 보고해야 하는데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개선 요구 사항은 이런 과정으로 BS금융지주 이장호 회장(사진)이 겸직한 리스크관리위원회 위원장과 공익재단 이사장 자리를 분리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공식적인 검사 결과 자료에선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이장호 회장에 대한 퇴진을 금융당국이 요구했다는 얘기가 퍼졌고,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검사 결과로 보면, 면직에 해당하는 중대한 내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자료에 퇴진과 관련한 내용이 없는 것도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초법적인 사건은 일어났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지방 금융회사에 대해선 감사 자리 외에는 별 인사개입을 하지 않았다. 이 회장도 2006년 부산은행 출신으로 행장에 올랐고, 지주회사 출범 후엔 회장에 올랐다. 7년째 부산은행그룹의 수장을 맡고 있다. 부산·경남 지역의 은행 대형화를 위해 경남은행 인수 의지를 공공연히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문제로 금융권에선 ‘이 회장이 너무 오래 했다’는 말과 함께 ‘지역 민심을 흔드는 몇몇 일로 박근혜 정부에 밉보였다’는 얘기를 쉽지 않게 들을 수 있었고, 이것이 이런 초법적 상황의 이유로 설명되고 있다.

◇ 창조금융의 박근혜 정부는 전혀 창조적이지 않다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창조경제의 개념과 관련된 논란을 뒤로한다면, 무엇을 의미하고 하고자 하는지는 대충 알아먹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금융권의 인사 패턴이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효과를 낼 것인지 되짚어볼 대목은 많다.

지금은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 상황이다. 각 나라는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며 돈을 풀어 경기를 떠받치고 있다. 우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어정쩡한 상황이어서 위기의 충격은 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시대에 금융업은 위축되기 마련이다. 금융업이 위축되고 금융시장이 휘청대면 나서는 것이 관(官)이다. 시스템의 유지 관리를 위해서다.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의 ‘관(官)은 치(治)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유명한 어록이 이에 해당한다. 이 말은 다시 말해 관료의 속성을 잘 대변하고 있기도 하다. 태평성대엔 관이 별로 할 것이 없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전 위원장은 ‘결정이 어려울 때는 결정을 하지 않는 것도 결정이다’는 말도 가끔 했다. 역시 우리나라 대표 관료로 소방수 역할에 강점을 보인 김 전 위원장이 말하는 관료의 속성이다.

임영록·임종룡 내정자는 모두 개인적으로 뛰어나고 능력이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러나 그들은 평생을 관료로 살아 온 분들이다. 더욱이 지금은 금융 위기 시대다. 금융이 위기일 때 관과 관료들은 유틸리티 비즈니스에 강점을 보인다.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서다. 그것이 보통 관치로 대변된다. 금융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유틸리티 비즈니스로 현재의 금융업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진단한다.


창의적이고 모험적인 도전이 있어야 창조금융을 기대할 수 있는데, 정권이 그나마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초반부터 짜인 인사는 이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박근혜 정부가 창조금융이 아니라 위기를 잘 관리하는 데만 신경을 쓰지 않았는지 곱씹어볼만한 2013년 6월 첫째 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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