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말하다]②달러 유동성 부족이 곧 금융 위기다

  • 2013.06.18(화) 08:44

달러 조달·운용 불균형 문제 시급히 풀어야
기업과 금융 동반 성장 모델 찾는 지혜 필요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이 해외에서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는 은행 자체의 수익원 확대가 일차 목표지만, ‘달러’ 확보라는 측면도 무시하기 어렵다. 기축통화인 달러를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의 문제는 우리나라 입장에선 금융시스템의 안정과 맞닿아 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국제통화기금(IMF)의 지배를 받았던 우리가 외화보유액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만큼 달러의 확보 수준은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해결하는 지름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절대적인 달러화의 규모보다는 나라 전체적으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달러가 돌고 있는가에 더 주목하고 있다. 은행이 스스로 글로벌 시장에서 쑥쑥 커 삼성과 같은 위상을 확보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현재로선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도 현실이다. 금융업의 해외 진출은 어느 정도 아니, 상당한 수업료를 치러야 한다는 현실론이다.

그렇다면 우리 수출기업들이 벌어들이는 달러를 효율적으로 국내 은행들에서 관리·융통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우리나라는 2011년 연간 수출액 5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세계 8번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수출 5000억 달러 기록을 세운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됐다. 1995년 수출 1000억 달러 달성 후 16년 만이다. 이는 앞서 5000억 달러를 달성한 7개 국가가 평균 20.1년이 걸렸던 것보다 빠른 증가세다.

◇ 말만 쉬운 금융의 삼성 만들기

수출금액이 모두 국내로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해외에서 곧바로 투자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달러가 우리나라 금융회사를 거치거나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상당수의 수출기업이 해외에서 우리나라 금융회사보다는 외국계 회사에 수출로 받은 달러를 예치하거나 거치고 있다. 양원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장은 “제조업은 밖에 나가 달러를 버는데, 국내 금융기관과 미스매칭이 발생하고 있다”며 “일부에선 국내 제조업체가 벌어들인 달러를 강제로 국내 금융회사에 예치하는 방법이라도 찾아야 한다는 말을 할 정도”라고 한탄했다.

달러를 확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확보한 달러가 국내 금융시스템 안으로 들어와 돌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금융시장에선 달러가 없다고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벌어들인 달러가 외국계 금융회사에 머무르면서 우리가 운용하거나 활용할 기회 자체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우리 기업과 금융회사가 상생과 동행 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할 말은 많다. 우리나라 금융회사보다 글로벌 네트워크가 훨씬 좋은 곳과 거래하는 것은 비용을 아끼는데 유리하고, 이는 기업의 입장에선 당연한 얘기라는 것이다.

이 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나라 경제 전체를 생각하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금융인들은 입을 모은다. 한 금융회사 고위 관계자는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이 글로벌 금융회사들보다 서비스와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부족한 것이 많은 사실이지만, 경제개발 시대에 기업들의 해외 진출에 큰 도움을 준 것은 우리나라 은행들이었다”고 말한다. “이제 어느 정도 국제적 위상을 확보하니 우리나라 은행들을 홀대하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 다른 예도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기 전, 우리나라에서도 투자은행 논의가 활발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주기적으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발행한다. 정부는 외평채를 발행해 필요한 달러를 조달하고, 우리 정부의 신용 평판을 주기적으로 체크·관리하는 목적도 있다. 그런데 이 외평채를 발행할 때 주관사는 항상 외국계 투자은행이 맡았다.

◇ 외평채 주관사 해법은 찾았는데…

2000대 초부터 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비등해지자 정부는 외국계 투자은행과 국내 금융회사를 묶어 주관사단을 구성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공동 주관사에 들어 실제로 얻는 마진은 그리 크지 않지만, 국제채권 발행 주관사를 해 봐야 투자은행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어 공부하는 마음으로 고맙게 생각하며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장에 참여해봐야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우리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누비면서 가려운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경험하며 실패를 맛봐야 개선점을 찾고 상생을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인데, 우리 기업들이 실리적인 측면에서만 문제를 들여다보면 그만큼 기업과 금융이 함께 갈 수 있는 시기는 늦어진다는 설명이다.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까지 우리 은행들이 도왔으니 단순히 그 빚을 갚으라는 얘기가 아니다. 크지 않은 국력을 한데 모으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투자은행 활성화 논의가 활발할 때마다 나오는 제조업의 금융업 진출 허용 문제도 비슷한 맥락에서 출발하고 있다. 제조업의 금융업 진출이 내포하고 있는 여러 부작용을 잠시 접어둔다면, 크지 않은 자본을 확충하고 세계 시장에서도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우리 금융회사를 통해 달러를 경유시킬 수 있도록 혜택을 주자는 취지가 강하다. 기업과 금융, 금융과 기업이 함께 세계 시장을 누빌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2013년 우리 금융의 위기의 실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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