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4대강' 산업은행…결국 돈과 시간만 날렸다

  • 2013.08.28(수) 17:04

산업은행이 2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책금융공사와의 재통합에 따른 입장과 앞으로 계획을 밝혔다. 간담회의 요지는 간단하다. 재통합 이후에도 건전성이나 수익성에 큰 문제가 없으며, 중소기업 지원 등 정책금융 기능에도 차질이 없을 것이란 내용이다.

하지만 재통합 후 뚜렷한 청사진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새로운 비전보다는 지금보다 더 나빠지진 않을 것이란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해명에 급급했다. 결국, 수천억 원을 날리면서 4년간 돌고 돌아 제자리로 돌아왔음을 스스로 인정했다.

◇ 간담회 대부분 해명에 할애

성기영 산업은행 기획관리부문 부행장은 간담회 시간의 대부분을 해명에 할애했다. 우선 온렌딩(on-lending•간접대출)과 간접투자 등 정금공의 중소기업 지원기능은 별도 부서를 신설해 발전적으로 승계하겠다고 했다.

성 부행장은 “시중은행들이 외화자금 조달 수단 등으로 온렌딩을 활용하고 있어 수요는 계속 있을 것”이라며 “올해 전체 자금공급액의 50% 이상을 중소•중견기업에 지원하고, 벤처펀드 등 간접투자 지원도 그대로 수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도 분명히 했다. 성 부행장은 “채용규모를 줄이는 방식으로 2020년까지 잉여인력을 완전히 없앨 계획”이라며 “근로조건도 포괄적으로 승계하되 필요하면 합리적으로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영화를 위한 사전포석으로 드라이브를 걸어온 다이렉트뱅킹은 사실상 명맥만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수시입출금 계좌는 그대로 유지하고, 정기예금도 만기를 연장하면 계속 유지할 수 있다. 다이렉트뱅킹 신규 가입은 통합 산업은행이 출범하는 내년 7월 이전까지만 가능할 전망이다.

◇ "건전성과 수익성에도 문제없어"

건전성과 수익성 우려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성 부행장은 “산업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통합 전 14.4%에서 통합 후 13.7%로 0.7%포인트 정도만 하락한다”며 “STX 계열 대출이 고정 이하로 분류되더라도 12.9% 선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후순위채권 발행 등을 통해 자기자본을 계속 확충할 것”이라며 “BIS 비율 하락으로 정상적인 정책금융 수행이 곤란하다는 지적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통합 후 채권 발행 한도가 630조 원에 달해 자금조달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공기업 주식 등 무이자 자산이 늘면서 수익성이 나빠지긴 하겠지만 정금공 분리 이전엔 산은이 원래 가지고 있던 자산인 만큼 추가로 부담이 느는 것은 아니라고도 했다.

성 부행장은 “현재 정금공이 가지고 있는 무이자 자산은 22조 원 규모로 추가 이자비용 부담은 매년 6000억 원 수준”이라며 “정금공은 그동안 산업은행의 배당으로 이자비용을 충당해온 만큼 연결기준으로는 통합 전후 이자 부담에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 뚜렷한 청사진은 못 내놔

성 부행장은 재통합 후 산업은행의 청사진을 묻는 말엔 분명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정금공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 과거 개발시대와는 달리 이젠 정책금융기관도 시장에서 스스로 자립하면서 필요할 때 역할을 하는 모델로 바뀌고 있다”면서 재통합의 타당성에 대해 강조했다.

정부는 수요자 중심으로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을 재정립했다고 하지만 재통합의 비전이나 명분이 그만큼 뚜렷하지 않았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그러다 보니 금융권은 물론 수요 기업들도 재통합 후 새로운 정책금융에 대한 기대보다는 현상만 제대로 유지하면 다행이라는 인식이 대부분이다. 

4년 전 산업은행과 정금공을 분리할 때는 어찌 됐든 나름대로 명분은 있었다. 반면 이번엔 과거로의 회귀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많다. 인력도 조직도, 역할도 모두 그렇다.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비롯한 시장 상황을 핑계로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 선진 투자은행(IB)을 내세운 4년 전 모험은 녹조로 덮인 4대강처럼 상처뿐인 정책으로 남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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