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 제대로 합시다" 한신평의 동양그룹 평가 소회

  • 2013.10.01(화) 17:41

지배구조 취약성•사업 포트폴리오 편중 분석 더 신경 써야

무디스 계열인 한국신용평가가 신용평가회사로서는 이례적으로 동양그룹에 대한 신용평가와 관련해 반성문 형식의 스페셜 코멘트를 내놔 화제다.

한신평은 1일 ‘웅진, STX에 이은 동양그룹의 부실 원인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동양그룹의 법정관리 신청과 관련해) 신용평가사 입장에서는 평가의 질을 높이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추가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라며 “근본적인 체질악화, 복합적인 부정적 요소의 발현, 구조조정으로 개선하기 어려운 자산구성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형식으로 이번 동양 사태를 제대도 집어내지 못한 점을 반성했다.

한신평은 먼저 동양그룹 부실화는 웅진, STX와는 다른 부도 원인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직접적으로는 금융투자업 규정의 개정으로 동양증권의 조달창구 역할 중단이 임박함에 따라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와 기업어음의 차환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근본적으로는 지배구조의 취약성, 수익 및 재무구조의 구조적 취약성, 재무구조의 악화라는 원인을 내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배구조의 취약성은 동양증권을 지배하기엔 부족한 자금력을 보유한 그룹의 재무사정을 간과하고, 무리하게 지배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한 것을 꼽았다. 차입으로 출자금을 마련한 연결고리 회사는 이자 부담이 누적될 수밖에 없다. 순환출자는 외견상 재무구조를 실제보다 좋게 보이는 효과는 있지만, 실질적인 재무구조는 전혀 개선되지 않는 것이며, 한쪽의 부실이 그룹 내 다른 계열사로 쉽게 전이되는 특성이 있다.

수익 및 재무구조의 구조적 취약성은 그룹의 캐시카우였던 시멘트 사업과 관련한 내용이다. 비즈니스 모델이 뚜렷이 없는 상황에서 골프장 사업 확장, 그룹 내 지분 확대 등은 차입금의 지속적인 증가를 수반하는 결과를 낳았다. 영업활동을 통한 이자 상환도 점점 어려워져 동양시멘트의 형식적 매각, 동양생명의 동양레저 골프장 인수, 시장성 자금(회사채, CP)의 조달 등으로 연명하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한신평은 동양그룹을 비롯해 이들 3개 그룹의 몰락은 단순히 수익성 악화나 재무구조 개선 지연에 따른 부도가 아니라고 평가했다. 지배구조의 문제, 사업 포트폴리오의 편중, 무리한 사업확장 등의 요인이 그룹을 무너뜨린 핵심 요소들이기에 이런 구조분석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분석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나아가 한신평은 이들 3개 그룹의 몰락은 신용평가사가 이미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는 신용평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지만, ‘대마불사’나 ‘설마’ 또는 ‘뭔가 대책이 있겠지’하는 안일한 생각을 버리게 하는 사건들이기에, 분석의 초점을 보다 넓히고 기본에 더 충실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한신평이 이번 동양그룹 사태를 계기로 제시한 신용평가 주안점이다.

① 지배구조가 약하면 성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
②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편중되어 있을 경우, 산업의 위험이 그룹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
③ 재무여력을 초과하는 무리한 투자는 그룹 전체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
④ 대규모 투자 시 산업 경기사이클에 대한 심도 깊은 분석이 요구되며, 예상과 다르더라도 상당기간 버틸 수 있는 완충장치(사업 또는 자산)가 필요하다.
⑤ 계열 금융기관의 지원에는 반드시 한계가 존재하며, 도를 넘어선 지원은 중단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⑥ 구조조정은 신속하고 충분한 수준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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