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산업은행 “응답하라, 해운 난파선”

  • 2013.10.22(화) 16:47

국내 시노코페트로케미컬社에 총 3억 7600만 달러 금융 지원
수출입은행, 선박채권보증제 도입…해운사 재무구조 개선 도모


국책금융기관들이 사실상 난파 상태로 떠도는 해운업을 살리는데 팔을 걷어붙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선박금융공사 설립 무산에 따른 부담도 없지 않다. 그러나 우리나라 선박 건조 경쟁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절박함도 묻어난다. 

올해 하반기 들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선박금융 지원이 잇따르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최근 국내 해운사 시코페트로케미컬사가 도입한 5척의 중형 제품 운반선 건조사업에 1억 1300만 달러 규모의 선박금융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시노코페트로케미컬사가 세계 3대 에너지기업인 로열 더치셀과 석유화학제품 장기 운송계약을 체결하고, 이 용선계약 이행을 위해 현대미포조선에 올해 1월 발주한 선박 건조 자금이다. 해운사들은 선박을 발주할 때 보통 선박 가치의 70~80%에 해당하는 자금을 외부에서 빌려 조달한다. 

시노코페트로케미컬사는 지난해 총 30척 정도를 발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열 더치셀과 7년 기간을 용선 계약을 맺은 데 따른 것이다. 지난 7월에는 마찬가지로 현대미포조선에 발주한 10척의 선박 건조와 관련한 총 2억 6300만 달러 규모의 선박금융은 산업은행이 맡았다. 이 선박금융에는 국민은행도 참여한다. 

이처럼 국책금융기관이 잇따라 선박금융 공급에 나서는 것은 조선 해운 경기 악화로 민간 금융회사들이 자금 공급을 꺼리기 때문이다. 해운업은 최근 수급 개선의 기미는 보이지만, 운임지수 등 시황 회복은 느리게 진행될 전망이어서, 민간 금융회사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해운업을 위해 정부 차원의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국신용평가 송민준 수석 애널리스트는 “중국, 유럽선사는 정부로부터 대규모의 대출과 지급보증 등 직접적 지원을 받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장기적 관점의 지원이나 대책을 유보한 채 제한된 유동성 지원만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 애널리스트는 이에 따라 “국내 선사의 재무구조 개선 등 자체 노력은 물론 정부 또는 금융기관 등 관계기관들의 확실한 지원이나 의사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김용환 수출입은행장도 한 언론사 칼럼 기고를 통해 “해운사들이 공적수출신용기관(ECA)으로부터 차입을 늘리고 있다”고 썼다. 

수출입은행의 선박금융에 대한 관심은 한발 더 나아갔다. 앞선 5척 중형 제품 운반선 금융지원은 새 금융기법을 도입했다. 우리나라 해운사가 해외 업체와 운송계약을 체결할 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해외 업체 입장에선 해당 해운사가 안정적인 자금조달 구조를 갖춰 계약 이행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면 계약 성사 가능성은 높아진다. 

이를 위해 선박구매자금 1억 1300만 달러를 제공하면서 수출입은행은 자금을 받는 시코페트로케미컬이 더 나은 조건의 조달조건이 있다면, 받은 선박금융을 조기상환하고 관련 자금조달에 수출입은행이 지급보증(선박채권보증)을 해 주는 방식이다. 

해운사 입장에서는 앞으로의 자금시장 상황에 따라 더 낮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다면, 1억 1300만 달러를 조기 상환하고 채권을 발행하는 것이 더 낫다. 재무구조에도 도움이 된다. 수출입은행의 보증이 붙으니 수출입은행의 신용으로 채권을 발행해 돈을 빌리는 것과 크게 차이가 없다. 

김용환 행장은 이에 대해 “세계 최초로 해운사가 발행하는 선박채권에 보증을 더해 국내외 자본시장 유동성을 선박금융에 활용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김 행장은 “400여 년 전 창조적 아이디어(거북선) 하나로 위기에 빠진 조선(朝鮮)을 구한 것처럼, 선박수출금융으로 조선(造船)을 구할 창조적 묘수를 찾아야 할 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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