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는 해운]②유동성 전쟁 중인 한진해운

  • 2013.10.31(목) 15:26

형제기업 대한항공서 1500억 원 빌려서 간신히 한 숨 돌려
4억 불 영구채 발행 성공이 관건..추가대출·유상증자도 추진

해운업계가 위태롭다. 대표적인 경기 민감 업종인 만큼 오로지 경기 회복만을 기다리는 형국이다. 하지만 업황 개선 속도는 여전히 더디다. 해운업체들은 고사(枯死) 직전이다. 계속되는 자금난에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자금난에서 벗어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위기에 빠진 해운업의 오늘과 내일을 짚어본다.[편집자]
 
글 싣는 순서
 
①3년째 적자..벼랑 끝 몰렸다 
②유동성 전쟁 중인 한진해운
③현대상선, 이 많은 빚을 어찌 갚을꼬
④차입금 ‘덫’ 허우적대는 SK해운

⑤언제 회복되나..2014년 하반기?

 

국내 1위 해운선사인 한진해운이 주식을 담보로 맡기고 형제기업인 대한항공에서 1500억 원을 긴급 수혈했다. 한진해운이 경영권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대한항공에 손을 벌린 건 그만큼 사정이 다급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급한 불을 끄면서 시간을 벌긴 했지만, 앞날은 여전히 험난하다. 자금난 해소를 위한 결정적인 카드로 꼽히는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이 여전히 여의치 않은 탓이다. 무엇보다 해운 업황이 당장 크게 좋아지긴 어렵다는 점에서 내년까진 피 말리는 유동성 전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해운업황 부진으로 재무상태 악화일로

한진해운의 재무상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한진해운의 순차입금은 6월 말 현재 6조 9000억 원 규모로 연간 순이자 비용만 3000억 원이 넘는다. 2010년 이후 3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내면서 부채비율도 835%까지 치솟았다. 올 상반기에도 1151억 원의 적자를 냈다.

그러다 보니 현금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 발등의 불은 당장 갚아야 하는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이다. 올해 말까지 CP 2100억 원과 회사채 400억 원 등 모두 2500억 원을 갚아야 한다. 내년에도 3월 1800억 원, 4월 600억 원, 9월 1500억 원 등 3900억 원의 만기가 돌아온다.

내년까지 6000억 원이 넘는 돈을 갚아야 하지만 쓸 수 있는 현금은 사실상 바닥 난 상태다. 다행히 이번에 1500억 원을 빌리면서 당장 연말까지 돌아오는 회사채와 CP 상환엔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한진해운의 금융권 차입금은 1조 4000억 원 규모다. 은행권에서만 1조 원가량 빌렸다. 은행별로는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가 6300억 원, 농협 1000억 원, 부산은행 800억 원, 우리은행 550억 원, 하나은행 550억 원, 국민은행 450억 원, 외환은행 410억 원 등이다.

  


◇ 영구채 발행 시간은 벌었지만… 


문제는 내년부터다. 한진해운은 여러모로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4억 달러 규모의 영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영구채는 회사채면서도 만기가 워낙 길다 보니 자본금으로 간주한다.

한진해운은 9월부터 영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지만, 상황은 쉽지 않다. 영구채를 발행하려면 3개 이상의 은행에서 보증을 받아야 한다. 1개 은행이 50% 이상 보증하면 연결 재무제표 반영 등 복잡한 문제가 생기는 탓이다.

한진해운은 현재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2억 달러)과 우리은행(1억 달러), 하나은행(1억 달러) 등을 대상으로 보증을 요구한 상태다. 산업은행은 우리와 하나은행이 모두 참여하면 보증을 서주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우리와 하나은행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 특히 매각을 앞두고 있는 우리은행은 절대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영구채 보증을 서면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지면서 매각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자금 조달로 연말까진 한 숨을 돌리면서 채권단과 더 협의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금융감독원이 지급보증을 위해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우리은행은 새로운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급보증 불가 입장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모든 채권은행이 참여해서 채권비율에 따라 지급보증을 선다면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추가 대출과 유상증자 카드도 만지작

한진해운은 영구채 발행과 함께 2000억~3000억 원대의 추가 대출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형제기업인 대한항공이 한진해운 지원에 나서면서 회생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채권단의 결정에 긍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할 전망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영구채 발행을 위한 지급보증과 함께 추가 대출 여부도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만약 영구채 발행이 무산된다면 유상증자 카드를 꺼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진해운은 내년 상반기 중 최대 3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유상증자는 최후의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상증자 과정에서 대한항공 계열의 지분율이 높아지면 그동안 최은영 한진해운홀딩스 회장이 추진해온 한진그룹과의 계열분리가 무산되는 것은 물론 경영권도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의 외삼촌이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이라는 점에서 유상증자 과정에서 롯데그룹이 백기사로 나설 개연성도 거론되고 있다.

근본적으론 해운경기가 문제다. 어떻게든 자금을 조달해 내년까지 버티더라도 해운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답이 없다. 한국신용평가의 분석에 따르면 유가가 현 수준을 유지할 때 한진해운이 순금융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영업이익을 내려면 해운운임이 지금보다 10% 가까이 올라야 한다.

업황 전망이 나쁘다 보니 한진해운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A-지만 시장에선 BBB급 취급을 받고 있다. 신용평가사들도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매기면서 여차하면 신용등급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송민준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해운업황이 바닥을 치긴 했지만 빠른 시일 내에 운임 인상을 통한 성과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자체적인 노력만으론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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