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의 차기 집행부를 뽑는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
김문호 현 노조위원장이 현직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판세를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가장 뒤늦게 경쟁에 뛰어든 김창근 하나은행 노조위원장이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김창근 위원장과 한지붕 두 가족인 외환은행 김기철 전 노조위원장의 경쟁도 흥미롭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17일 열리는 금융노조 차기 집행부 선거엔 현재 4팀이 후보로 등록을 마치고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집행부 후보는 위원장과 수석부위원장, 사무처장 등 3명이 한 팀으로 구성된다.
금융노조는 국민과 우리, 신한, 하나, 외환 등 주요 은행을 포함해 37개 금융기관의 단체협약 체결권을 보유한 국내 최대 금융권 노조로 조합원만 10만 명이 넘는다.

판세는 김문호 대 반(反) 김문호 세력의 대결 양상이다. 기호 2번인 김문호 후보는 현직 프리미엄에다 탄탄한 조직력이 최대 강점이다. 홍완엽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을 러닝메이트로 영입한데다, 최대 조합원을 보유한 국민은행의 성낙조 신임 노조위원장의 지지를 받으면서 기선을 제압했다.
다만 올 들어 금융노조 수석부위원장과 사무처장이 김 후보와의 갈등으로 사퇴하는 내홍을 겪으면서 리더십 부재와 조직관리의 허점을 드러냈다. 금융권 낙하산 인사와 농협의 신경분리 등 금융권 현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에 후보가 난립한 이유 역시 김 후보에 대한 금융노조 내 불만을 반영한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반 김문호 후보들은 이런 약점을 최대한 공략하고 있다. 국민과 우리은행 노조위원장이 바뀌면서 노조집행부 물갈이가 활발하다는 점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애초 반 김문호 세력의 일 순위 후보로는 외환은행 노조위원장 출신인 김기철 후보가 꼽혔다. 김 후보는 과거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와의 투쟁 경험이 강점이다. 우리은행 지부의 지지를 받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동안 외환은행 자체의 이익만 대변하면서 금융노조 전체에 대한 포용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당시 반대에서 찬성으로 입장을 180도 바꾼 대목은 외환은행 내부에서도 비판이 많다.
김창근 하나은행 현 노조위원장은 떠오르는 다크호스다. 기존의 금융노조 운영 방식에 반대하면서 징계를 받는 등 금융노조 혁신을 주도해온 경력이 눈에 띈다. 은행권에선 처음으로 노조위원장 3연임에 성공한데다, 4대 시중은행 노동조합협의회 창설을 주도하면서 조직 장악력과 통솔력도 인정받고 있다.
반면 같은 하나금융 계열사인 김기철 후보와의 경쟁은 부담이다. 외환은행 노조는 김기철 후보가 금융노조 위원장으로 당선되면 하나금융 내 영향력 확대를 걱정한 하나은행 측이 뒤늦게 후보를 냈다고 비판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결국 국민과 우리은행 등 대형 지부 조합원들이 누구 손을 들어주느냐가 관건”이라면서 “현 집행부에 대한 불만을 어느 후보가 효과적으로 공략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