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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증의 한•일, 교포 금융 판도라 열리나②

  • 2014.04.10(목) 14:52

저축은행 수준인 한국 지점, 커미션은 현실?
해외 지점의 의전•대관 문화도 문제투성이
‘죄의식 없는 관행의 역사’ 결론은 무얼까?


애증의 한•일 관계는 이렇게 우리나라 금융시스템과 금융산업에 고스란히 묻어 있다. ‘우리 금융회사들의 해외 진출이 부진하다’고 비난의 목소리도 크지만, 그게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우리나라 은행들이 가장 많이 나가 있는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솔직히 우리 지점들이 일본 금융회사들과 경쟁하는 것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징용으로 끌려가 일본에 뿌리내린 교포들이 주 고객이다.

조금씩 우리 금융회사들의 인지도가 높아지고는 있으나,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여전히 재일교포들을 주로 상대하는 저축은행(신용금고) 급이다. 일본의 은행 입장에서 재일교포는 신용도가 매우 낮은, 거래하기 쉽지 않은 고객일 뿐이다. 그래서 얼마 전 외환은행이 미쓰이스미토모은행과 해외 부동산 투자에 공동으로 나선 사례는 의미가 꽤 있는 제휴다.

신용도가 낮은 고객을 상대하는 금융은 항상 어려운 일이다. 담보가 있을 리도 없다. 대신 높은 금리로 이를 보상하는 게 금융시스템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은행보다는 저축은행과 카드회사의 대출금리가 높은 이유다. 자영업에 대부분 종사하는 많은 교포는 생활을 꾸리고 조그만 가게라도 열라면 일본 은행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다. 보이지 않는 재일 한국인에 대한 차별도 여전하다.

신한은행의 창립자로 지난 2011년 3월 21일 별세한 이희건 명예회장(사진)은 교포들의 자립을 위해 금융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일찍 깨우친 사람 중의 하나다. 15세 때인 1932년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오사카의 한 무허가 시장에서 자전거 타이어 장사를 시작했다. 그는 1955년에 오사카 지역의 재일교포 상공인들과 오사카흥은(大阪興銀•1955년)이라는 신용조합을 세워 활동했다.

◇ 교포 금융의 편법과 커미션은 필요악?

이런 상황은 우리나라 은행의 도쿄 등 일본 내 영업점포들의 현실이다. 신한은행이 현지법인화해 지위를 조금 높여 놨으나, 이 역시 신한은행의 출생과 관련이 많은 사항이다. 일본에서 태어난 교포 3~4세대는 조금 다르지만, 국적을 바꾸지 않은 교포들은 여전히 일본 은행을 거래하는 것은 어렵다. 자영업이 대부분인 교포들의 상황은 그래서 만성적인 자금부족 상황에 시달린다.

우리 은행들도 동포애만으로 자금을 퍼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신용도가 낮아 리스크가 크면 금리를 올리면 되지만, 엄연히 제1 금융회사가 금리를 무한정으로 올릴 수도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은행의 대출금리가 높다 싶으면 감독 당국과 여론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 외국계 은행들의 금리가 국내 은행보다 높다고 매번 두들겨 맞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지금까지 드러난 KB국민, 우리은행 등 일본 현지 점포들의 대출 커미션은 이렇게 싹텄다. 우리나라라면 직원들이 열심히 발품을 팔아 고객을 찾아 나서고 신용도 확인해 보겠지만, 해외에선 그것도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해외에서 소매금융을 한다는 것이 말처럼 싶지 않은 이유다. 그러다 보니 소위 대출 브로커들이 있게 되는 이유다.

마침 일본 특유의 금융시스템도 영향을 미친다. 일본의 큰 경제력 때문에 금융부문도 따라서 주목받긴 하지만, 일본의 금융시스템 자체가 많이 선진적인지에 대해서 논란도 있다. 우리나라는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은행의 구조조정과 대형화가 추진됐다. 일본의 경우도 장기 침체를 겪으면서 사실상 정부 주도로 대형화에 나섰다. 이 결과 자산 순위로 세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에선 아직도 대출 커미션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전해진다. 회계장부에도 이를 제대로 기표만 하면 큰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우리나라 은행들은 그렇지 않으니 마땅히 처리할 방법도 없다. 일본식 관행과 제도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괴리다.

◇ 해외 점포장의 주 업무? 의전과 대관

우리 은행들의 해외 점포들도 문제다. 어느 업종이나 해외 근무는 대단한 수혜다. 자녀들에게 견문을 넓힐 좋은 기회고, 본인도 그렇다. 우리나라 해외 근무자들의 상당수는 잿밥에 더 관심이 있는 그런 형국이다. 상당수 직원이 은행업무보단 본국의 고위 임원과 관료를 지원하는 업무를 하는 현실이다.

의전이나 대관에는 보통 정상적인 경비와는 조금은 다른 성격의 돈이 필요하게 마련이다. 어느 사업장이라고 이런 것이 없겠느냐마는, 지리적으로 가깝고 경제 교역이 많은 한•일 관계를 고려하면, 더 필요하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이것 역시 관행이다. 일본 도쿄에 있는 지점들에서 먼저 터졌을 뿐 많은 해외 지점들이 비슷한 처지라고 보는 금융인들이 많다.

이번 KB국민에서 시작해 우리은행으로 번진 해외 지점 문제는 벌써 두 명이나 목숨을 끊으면서 양국 모두 당황스러운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그럼에도 금융감독당국이 일본에 진출한 모든 은행으로 점검을 확대하는 것은 불가피해졌다. 일본 금융감독청도 공개적으로 나선만큼 한두 개 은행의 문제로 끝날 일이 아니다.

불법 대출과 커미션을 통한 정상적이지 않은 돈이 일본 내의 영업점에서만 만들어졌다고 자신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개인이나 지점 직원의 상당수가 연루된 집단 비리와 착복, 고위층으로의 상납 등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어떠한 결론이 나든 해외 지점에서의 이런 죄의식 없는 관행이 이번 기회에 어떤 결론을 맞을지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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