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이 독자적으로 선보인 체크카드인 에이블카드가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다.
금융권에선 에이블카드가 증권과 카드업종 간 규제 사각지대에서 탄생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주도하고 있는 금융규제 개혁 과정에서 의미 있는 시사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상품이나 서비스 개발 과정에선 최대한 재량권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권마다 잣대가 다른 규제 격차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 에이블카드의 성공은 타이밍의 승리
에이블카드는 출시 두 달 만에 10만 좌를 돌파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성공의 비결은 우선 전략적인 타이밍 선택을 꼽을 수 있다. 저금리 시대에 하루만 돈을 맡겨도 높은 이자가 붙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소득공제 혜택이 확 늘어난 체크카드를 시의적절하게 잘 결합했다.
에이블카드는 증권사가 내놓은 첫 독자 체크카드다. 물론 이전에도 증권사 체크카드는 있었다. 하지만 과거엔 다른 카드사를 통해서만 체크카드를 출시할 수 있었다. 당연히 여러 가지 걸림돌이 많았다.
그러다가 지난해 증권사도 독자적인 체크카드 서비스가 가능해졌고, 현대증권이 첫 포문을 열었다. 특히 4%가 넘는 고금리에다, 소득공제 혜택이 확대되면서 본격화하고 있는 체크카드 수요가 시기적으로 잘 맞아떨어졌다.
여기에다 주유소와 대형 할인점 등 고객이 주로 사용하는 업종 위주로 할인 혜택을 집중한 전략 역시 주효했다. 현대증권에서 쌓인 포인트를 OK캐시백이나 현금으로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한 대목도 눈에 띈다.

◇ 증권-카드 간 규제 사각지대도 한몫
제도적인 허점도 한몫했다. 카드사가 새로운 카드 상품을 내놓으려면 금감원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과도한 부가서비스는 대부분 잘려나간다. 카드사 간 출혈경쟁을 막기 위함이다.
반면 증권사 체크카드는 여신전문금융업법이 아니라 전자금융거래법의 적용을 받는다. 신상품 심사도 자율규제기관인 금융투자협회 담당이다. 그러다 보니 부가서비스가 많은 에이블카드도 무사히 심사를 통과할 수 있었다.
물론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과거 카드사들처럼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과도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다가 한둘씩 혜택을 줄이면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혜택을 퍼주다가 현대증권의 수익성이 나빠질 수도 있다. 현대증권도 당장 수익성보다는 CMA 고객 확보에 방점을 두고 있다. 에이블카드를 쓰려면 CMA 계좌를 만들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다양한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금융규제 개혁 논의에도 시사점
이런 점에서 에이블카드는 최근 금융규제 개혁 논의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준다. 우선 상품이나 서비스 개발 과정에선 최대한 재량권을 줘야 한다는 점이다. 창의적인 접근을 지원하기 위해선 업권 간 장벽도 어느 정도까진 과감하게 낮출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과정에서 출혈경쟁이나 서비스 축소 등은 건전성 규제나 소비자보호 측면에서 사후에 엄격하게 책임을 묻돼 사전에 손발을 묶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규제 격차도 해소할 필요가 있다. 금융권에선 같은 성격의 상품을 판매하는데도 업권마다 규제는 다른 경우가 여전히 많다. 기본적으로 금융감독 체계가 상품이나 서비스가 아닌 업권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 탓이다.
당장 에이블카드에 대해서도 형평성이 어긋나는 차별적인 규제라면서 카드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개인정보 유출사태 등으로 어려움에 빠진 카드사들에겐 증권발 체크카드 열풍이 중장기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에이블카드의 성공은 사실상 규제 사각지대 덕분”이라면서 “소비자 입장에선 사실상 같은 체크카드인데 규제의 잣대가 다른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