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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재미없어진 마지막 승부 우리은행 매각

  • 2014.05.15(목) 10:27

인수 희망자를 찾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
KB금융의 인수 여력은 충분하지만…
[우리은행 민영화와 솔로몬의 지혜]⑦


외환위기로 촉발된 은행 대형화는 이제 마지막 절차를 밟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를 영역별로 쪼개 우리투자증권과 지방은행들을 팔았다. 이제 남은 것은 우리은행(카드•종금•프라이빗에쿼티 포함)뿐이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정부 지분 파는 방식(게임 룰)을 확정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을 중심으로 이번에 파는 회사들의 총자산(2014년 1분기 기준)은 275조 원. 절대 작지 않은 규모다. 원래 마지막 게임은 흥미진진하기 마련이다. 마지막 매물을 누가, 어떻게 집어삼키느냐에 따라 순위가 뒤바뀐다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게임의 룰을 정하는 정부와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우리나라 은행산업의 구조조정과 대형화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는 게임이 흥행하지 않기를 바라는 듯하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은행의 가치는 날로 곤두박질쳤다. 게다가 우리금융의 각 계열사를 떼서 파는 구조다. 현실적인 이유는 있다. 좋든 싫든 팔아야 하는 사람 입장에서 우호적인 조건은 아니다.


계열사를 떼 팔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덩치가 너무 커져 버렸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은행과 1위 증권사를 함께 팔려면 그만큼 뉴머니를 많이 들여야 한다. 우리 금융계에선 쉽지 않다. 완전히 새로운 세력이 등장해야 가능하다. 전 세계적으로 저조한 경기상황도 영향이 크다. 금융업이 무슨 떼돈 버는 산업이라고, 그렇게 내지를 사람을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우리투자증권과 지방은행들을 파는 것은 나름의 계획대로 움직였다. 마지막 남은 우리은행은 그동안 무엇이 장기(長技)인지를 잊어먹었다.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기업여신이 많은 은행이지만, 지금 현재 이것이 장점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면서 기업도 상시 구조조정 시대다.

그렇다고 소매금융이 대단히 강한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기업금융과 소매금융은 은행의 전체 사이즈에 영향을 받을 뿐 해당 은행의 장점과 특징을 설명하는 잣대가 아닌지는 오래됐다. 가뜩이나 금융 신 4강 체제를 구축한 은행들이 모두 몇 차례의 은행을 집어삼킨 상황이어서 같은 영역인 우리은행에는 손사래를 친다.


대형 M&A에 참여할 여력이 있는 KB금융지주가 여전히 우리은행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만약 KB가 우리은행을 인수한다면 자산 기준으로 월등한 1위로 올라선다. 대략 KB+우리은행의 자산은 541조를 넘어서고, 신한금융이 317조 원, 하나금융 300조 원, 농협 290조 원 수준이다.

과거 故 김정태 행장이 꿈꾸던 리딩의 지위를 복원할 기회로는 충분하다. 이렇게 되면 2위권 금융그룹들은 추가적인 대형 M&A 없이는 당분간 규모 면에서 KB금융을 추격하기 어렵다. 현실적인 문제는 있다. 과거 국민+주택 합병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은행 부문의 중복 여부를 경영진과 이사회가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관건이다.

지금도 그때처럼 ‘더 벌면 된다’는 논리로 주주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현재의 경영진과 이사회가 이런 문제 제기를 돌파할만한 힘을 가졌는지도 알 수 없다. ‘지배구조의 혼란이 있었다’는 핑계를 댈 수는 있으나, ‘국민+주택’의 합병도 애초의 우려를 말끔히 지우지 못했다. 뒤집어 보면 故 김정태 행장의 지배력 약화도 그런 애초의 부담이 커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KB금융이 우리은행을 산다면 ‘리딩’이라는 현실적인 목표는 달성한다. 일부 중복 자산과 문제를 과감히 털어낸다고 하더라도 2위권 금융그룹이 경쟁의 대상으로 보기엔 버겁다. 그러나 수익성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예민해진 주주들을 설득하기는 만만치 않다. 현재의 경영진에게서 김정태식 쇼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정부로서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우리금융 민영화의 3대 원칙은 지금도 유효하다. 특히 3항은 ‘해석의 여지가 많다’는 치명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어 늘 논란이다. ‘국내 금융산업의 바람직한 발전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그 보유주식을 처분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해석 여하에 따라선 KB금융의 우리은행 인수도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사실상 1~2위의 격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에선 은행들의 건전한 경쟁을 유도할 수 없어서다. 대신 중복 문제를 제거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는 합병이어서 골칫거리다. 노조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 은행 합병에서 파업사태를 겪지 않은 사례는 없다.

물론 이는 현재의 KB금융 경영진과 이사회가 먼저 판단하고 풀어야 할 숙제다. 일을 도모한다면 최소한 해볼 만한 방법은 찾았다고 봐야 한다.

[글 싣는 순서]
①불완전변태 한빛은행의 탄생
②장사꾼 故 김정태의 ‘국민+주택’ 합병
③김승유의 서울•외환은행 주워 먹기
④라응찬의 세력 바둑 조흥과 LG카드
⑤한국의 CA 꿈꾸는 농협의 민간 체험
⑥M&A로 만들어진 한국 신 Big4 금융
⑦재미없어진 마지막 승부 우리은행 매각
⑧금산분리 규제에 덧씌워진 오너리스크
⑨虛虛實實 희망수량 매각 방식의 승자는?
⑩경영권 매각을 배제한 어떤 것도 꼼수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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