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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새 주인 결국 금융위 손에…

  • 2014.06.23(월) 16:57

공자위, '경영권 따로 소수지분 따로' 우리은행 더블 트랙 매각
교보생명 일 순위 인수후보…유효경쟁 성립부터 걸림돌 많아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우리은행 매각 방안을 공식 발표했다.

정부가 가지고 있는 우리은행 전체 지분 56.97% 가운데 경영권이 포함된 30%와 나머지 26.97%를 쪼개 팔겠다는 게 이번 방안의 핵심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말대로 “실현 가능성”에 방점을 찍었다.

이제 관심은 누가 과연 우리은행의 새로운 주인이 될 것인지로 모인다. 공개적으로 인수 의사를 밝힌 교보생명이 일 순위로 거론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유효경쟁 성립 여부조차 쉽지 않은 모양새다. 만약 이번에도 경영권 매각에 실패하면 우리은행 민영화는 또다시 말짱 도루묵이 된다.

 

▲ 신제윤 금융위원장(오른쪽)과 박상용 공적자금관리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태평로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제96차 공적자금관리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자위는 이날 우리은행 매각 방안을 의결하고 공식 발표했다.


◇ 우리은행 지분 더블 트랙 매각

공자위는 이번에 예금보험공사가 가진 우리은행 지분 전량인 56.97%를 팔게 된다. 그동안 우리금융을 총괄해온 우리금융지주는 이에 앞서 우리은행에 피합병된다.

매각은 더블 트랙으로 진행된다. 우선 경영권이 포함된 지분 30%는 일반 경쟁입찰 방식으로 판다. 오는 9월 매각 공고 후 11월 말까지 입찰을 마감하고, 내년 초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나머지 지분 26.97%는 재무적 투자자에게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으로 0.5~10%씩 분산 매각한다. 매각 한도 내에서 높은 가격을 적어낸 순서대로 희망하는 물량만큼 배분하는 구조다. 주가가 오르면 2주당 1주씩 우리은행 지분을 추가로 싸게 살 수 있는 콜옵션도 인센티브로 준다.

금융위가 더블 트랙 매각에 나선 건 경영권 매각이 여의치 않을 경우를 대비한 복안으로 풀이된다. 어떤 방식으로든 일부 지분은 팔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한다. 신제윤 위원장은 “우리은행 매각은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 모양만 새로운 시도 지적도

정부는 더블 트랙 매각이란 새로운 시도에 나서면서 이번 만큼은 우리은행 민영화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 해체와 함께 우리투자증권을 비롯한 다른 6개 계열사는 이미 매각을 끝낸 덕분에 몸집이 훨씬 가벼워졌다는 점도 그 이유로 꼽힌다.

정부는 그동안 일괄매각 방식만 고집해왔다. 단일 대주주에게 경영권을 통째로 넘겨야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다 보니 2010년 7월 이후 세 차례나 우리금융 매각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좌초했다.

반면 이번 매각 방식 역시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으로 26.97%의 지분을 팔더라도 경영권이 포함된 지분 30%가 팔리지 않으면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겠다는 민영화의 취지가 퇴색할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로 정부는 그동안 네 차례의 블록세일(주식 대량 분산매각)을 통해 우리금융 지분 26.7%를 시장에 내다 판 적이 있다. 결국, 경영권이 포함된 지분 30%를 팔 수 있느냐에 따라 우리금융 민영화의 성공 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우리은행 지분 30%의 가격은 대략 3조 원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 유효경쟁 성립 여부가 첫 번째 관건

경영권이 포함된 지분 30%를 팔려면 우선 국가계약법상 유효경쟁이 성립해야 한다. 반드시 복수의 경쟁자가 입찰에 참여해야 한다는 뜻이다. 반면 현재로선 공개적으로 인수 의사를 표명한 교보생명 외엔 뚜렷한 인수 주체가 없다. 유효경쟁 자체가 아직은 미지수라는 얘기다.

주요 금융그룹이나 외국계 사모펀드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긴 한다. 하지만 장애물이 많다. 주요 금융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인수 여력이 남아 있는 KB금융은 내분 사태에다 최근 LIG손해보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탓에 현실적인 여건이 안된다.

사모펀드들은 현실적으로 은행 대주주가 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경영권 입찰에 참여할 동기가 크지 않다. 단기간에 수익을 내야 하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은행업의 수익성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는 점도 매력이 떨어진다.

다만 KB금융은 내부 혼란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유효경쟁 환경을 만들고 싶어 하는 금융당국의 입김이 쉽게 먹힐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판을 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KB금융이 우리은행을 인수하면 단숨에 세계 40위권의 독보적인 금융그룹으로 뛰어오르게 된다.

◇ 교보생명, 우리은행 품을까

그동안 가장 적극적으로 인수 의사를 표명해온 교보생명이 과연 우리은행을 품을 수 있을 지도 관심사다. 현재 우리은행의 총자산은 276조 원 수준이다. 반면 교보생명의 자산은 75조 원에 불과해 우리은행을 인수하면 말 그대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인수•합병(M&A)이 된다.

여기에다 자금 조달력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교보생명이 현재 스스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1조 3000억 원대로 우리은행 경영권을 사려면 컨소시엄 구성이 불가피하다. 교보생명은 자금 조달엔 문제가 없다고 자신하지만, 컨소시엄 구성 과정에서 투자자의 요구로 각종 옵션이 붙으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개인이 대주주로 있는 금융회사에 국내 대표 은행인 우리은행을 넘기는 것 자체에 대해 특혜 시비가 불거질 수도 있다. 개인 대주주에게 대형 은행의 경영을 맡긴 사례가 전무후무한 만큼 각종 불확실성도 크다. 우리은행 매각을 큰 잡음 없이 처리해야 하는 금융위로선 꺼림칙 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 과연 금융위의 속내는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금융위는 이곳저곳에 견제장치를 뒀다. 우선 컨소시엄을 구성해 경영권을 행사하려는 투자자들은 소수 지분 입찰이 아닌 경영권 입찰에 응찰하도록 규정했다. 애초 그런 의도가 없었더라도 소수지분 낙찰자끼리 추후 컨소시엄을 구성하게 되면 금융위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반면 우리은행 민영화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점에서 금융위의 속내가 복잡할 수밖에 없다. 금융위는 그동안 세 차례나 우리금융 매각에 실패하면서 체면을 구긴 데다,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민영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박상용 공적자금관리위원장은 “개인 소유의 금융회사가 은행을 인수한다고 해서 그것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은 안 한다”고 밝혔지만, 금융위의 진짜 속내는 입찰 과정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날 전망이다.

일부에선 아예 과점주주 형태로 매각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도 나온다. 10%를 넘지 않는 선에서 희망수량 경쟁입찰을 통해 일인 대주주가 아닌 분산된 소유구조를 만들어 경영실험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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